생태 선진지 와덴해를 가다> 해안 침식 지속…자연성 유지로 '숨은 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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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 선진지 와덴해를 가다> 해안 침식 지속…자연성 유지로 '숨은 명소'
3. 발트룸
1600년대 ‘이동하는 섬’ 외부에 알려져
방조제·호안 등으로 바다기습 차단 주력
1876년 휴양지 지정후 관광지로 발돋움
인구 600명에 성수기에 하루 4000명
비수기에도 알고 있는 관광객 즐겨 방문
  • 입력 : 2022. 12.26(월) 16:00
  • 이용규 기자
발트룸은 섬 규모는 크지 않으나 외부에 숨겨진 휴양지로서 평가를 받고 있다. 해안침식이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어 마을과 사구 보호에도 주력하고 있다. 해변가에는 해일 피해를 막기 위해 호안, 차단 장치 등이 설치됐다. 섬갯벌연구소 제공

발트룸 가는 날은 북해의 매서운 바람으로 몹시 추웠다. 출장기간 며칠 북해의 겨울에 어울리지 않게 따뜻한 날씨가 계속된 터라 갑작스러운 추위는 쉽게 적응이 안됐다. 얼마나 추운 지 제대로 서있기가 힘들었다. 옷깃을 파고드는 바람으로 인해 일정을 계속할 수 없는 상황이 됐을 정도였다. 제대로 북해의 겨울 바람을 맛 본 셈이다. 우리나라에서도 크리스마스 기간 몰아친 혹한, 한파를 생각하면 그 바람이 이해는 될 듯싶다.

 발트룸은 동프리슬란트섬들의 하나이다. 보르쿰, 유이스트, 랑예옥, 스피커오그 등과 같이 오랜 기간 해안 침식 상황이 심해 한쪽으로 밀려나는 경향이 뚜렷한 이동하는 섬이다. 발트룸 항구에 도착하면 깔끔하게 단장된 주택들이 보이는데, 이 주택들은 대부분 신축된 것들이다. 선착장이 있는 항구쪽은 신도시고 그 다른 편은 옛 건물들이 자리잡고 있다. 해안 침식에 의한 발트룸의 현재와 과거를 보여주는 현장이다.

 지금도 해안 침식으로 마을 안위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과거 프리슬란트의 척박함이 섬에 들어올 때 탑승한 페리안 벽에 붙은 발트룸의 1600년대 해일 피해에 대한 삽화와 글이 오버랩됐다. 여전히 바닷속의 기습에 자유롭지는 않지만 600년전 세상과는 상전벽해이다. 재해를 극복하면서 새로운 삶을 개척해낸 프리슬란트 지역민들의 분투기는 한편의 감동적 서사이다. 마을의 주요 입구에 설치된 단단한 성벽과 같은 수문들은 지역의 비상 현실을 방증한다. 이 수문들은 해일이 심해 바닷물이 마을로 밀려 들어오는 것을 차단하는 시설물이다. 지역의 해일 방지에 큰 역할을 하고 있는 사구나 방조제보다 더 강력한 비상 단계에 속하는 수단으로 볼 수 있다.

 

비수기임에도 가족 단위 관광객들이 이곳의 이동수단을 통해 짐을 운반하고 있다. 섬갯벌연구소 제공

 발트룸은 해안 침식에 의한 생채기를 갖고 있으면서도 최대한 자연성을 유지하고 있다.마을이 들어선 곳은 펄지대이고, 마을 인근에 조성된 염습지는 환상적이다. 마을을 해일의 공습에서 지켜내기 위해 해안 호안, 콘크리트 보강, 제방 강화로 방어벽을 치고 있다. 마을앞에는 완벽한 조형미를 갖춘 둔덕들이 장대하게 펼쳐 있다. 사구의 행렬에서도 해당화는 어김없이 존재를 과시한다. 집앞에도 정원수로 해당화가 있는 것을 보면, 해당화와 사구의 상관관계를 잘 보여준다. 전승수 전남대 명예교수는 "해당화는 뿌리가 땅속으로 2m정도 파고들만큼 흡착력이 강해, 사구 복원에 적극 활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발트룸 섬의 길이는 약 5km, 너비는 1.5km이고, 면적은 6.5㎢이다. 인구는 600 여 명이며 여름철에는 하루 4000~5000명으로 불어난다. 하루 관광객이 주민 수보다 4~5배 많은 규모다. 관광 콘텐츠는 해변, 바닷물로 채워진 실내 수영장 , 미니 골프 코스 등이다. 발트룸에서 가장 높은 지점은 전망대가 있는 중앙 해안 사구이다. 해발 19.3M인데, 발트룸 역시 사구를 어디에서나 볼 수 있게끔 건물 높이를 4층으로 규제한다.

 섬이 작아 발트룸을 한바퀴 도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아름다운 자연에 취해 해찰하며 걷거나 자전거를 타는 기쁨은 실로 크다

 발트룸은 17세기 현재의 노더나이 및 주이스트 방벽 섬과 유사한 길쭉한 모양을 가졌다 . 수세기 동안 바람과 바다 조건으로 인해 서해안에서 막대한 양의 땅을 잃었다. 1650년과 1960년 사이에 섬은 서쪽에서 동쪽으로 약 5km 이동한 반면, 동해안은 동쪽으로 1.5km만 옮겨졌다. 1650년대 섬에 살고 있던 주민 14명이 '옮겨지는 섬'의 위험성을 당국에 보고하면서 알려졌다. 이후에도 1825년까지 폭풍과 해일은 온 섬을 여러 조각으로 파괴했고, 주민 대부분 거주할 수 없게 됐다. 거의 방치된 발트룸은 1870년부터 옹벽, 나무 울타리, 호안 등을 설치하고 '바다의 기습'을 대비하고 있다. 해일에 대한 안전망을 강화하자 사람들의 발길도 섬으로 이어졌다. 주민들이 본격적으로 거주하게 된 것이다. 마을을 돌아다니다 보면 집 번호가 있다.주택에 할당된 번호는 약 400개 정도이다. 이 번호는 주택 건설 날짜를 기준으로 오름차순이다. 섬에 있는 건물의 일부 역사를 말하고 있다.

발트룸 이동 수단의 하나인 말과 마차. 우람한 체격의 말은 경주마와 농업용과는 차별화를 보인다. 섬갯벌연구소 제공

 발트룸은 1876년 휴양지로 승인을 받았다. 19세기말에 호텔 큐퍼와 호텔 주르 포스트가 문을 열었다. 제2차세계대전 발발전에는 매년 5,000~6,000명의 사람들이 발트룸을 방문했다. 그러다 1960년에는 1만 7,000명의 관광객이 찾았고 1970년대 이후 성수기에는 매년 3만명 이상의 사람들이 휴가를 보내고 있다. 주민은 거의 관광업에 종사하고 있다. 우리 일행도 통째로 펜션으로 변경된 집에서 묵게 됐다. 이 집은 20평의 집을 응접실과 1, 2층에 3개의 객실을 갖추고 있었다. 비수기라 3개의 객실을 모두 쓸 수 있었지만 성수기에는 매일 이 펜센에서 더 많은 인원들이 숙박을 한다.

 그렇다고 이곳이 활기가 없다는 뜻은 아니다. 하루 한번 들고나가는 페리에는 외지에서 일을 보고 들어오는 마을 주민이 아니라 배낭이나 캐리어를 끌고 들어오는 관광객들이 대부분이다. 스피어오그나 랑예옥 처럼 편의시설이 활발치는 않아도 섬이 갖고 있는 매력으로 아는 사람들이 꾸준하게 찾아오고 있는 것이다.

 우리 일행은 발트룸에서 불가피하게 하루 밖에 체류하지 못했는데, 펜션 주인인 마리엘씨는 "발트룸은 정말 멋진 곳이다. 그런데 하루밖에 머무르지 않고 떠나게 돼 너무 아쉽다"면서 "이 곳 자연속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냈으면 좋겠다"고 웃었다.

발트룸에 있는 국립공원 갯벌센터. 이 갯벌센터는 관광객들에게 발트룸의 갯벌과 생태 자연환경을 홍보하는 장소로 적극 활용되고 있다. 섬갯벌연구소 제공

 발트룸 역시 최대한 자연환경 보전에 주력하면서 섬을 방문하는 관광객들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에 있다. 인구가 적고 뱃길도 하루에 왕복 1회 뿐이어서 다른 지역보다 괄목할만큼 관광객 수가 눈에 띄지는 않으나 이 섬은 활발한 해안침식으로 인해 살아있는 지질학적 교과서가 되기에 손색이 없다.

 발트룸은 모든 화석 연료 차량의 운행을 금지하고 있다. 관광객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마을 주민도 해당된다. 그렇기에 관광객들은 스피커오그, 랑예옥에서 그랬듯 섬에 들어가기전 항구 주차장에 개인 차량은 파킹하고 캐리어나 배낭만 휴대해야한다.

보크룸은 니더작센주의 하나의 섬이다. 이 섬은 배에 승용차를 실고 들어갈 수 있고 섬안에서 화석 연료 자동차 이동이 가능하다. 그러나 사구지역의 경우, 즉 일반인이 들어갈 수있는 지역도 극히 자동차 접근이 제한을 받고 있다. 보크룸 해안가는 어린이들의 체험학습장으로도 이용되고 있다. 보크룸 해안가에 설치된 어린이 놀이시설. 섬갯벌연구소 제공

예외는 자원 봉사자 소방서 차량 , 구급차 , 몇 대의 휠 로더 및 해안 보호에 필요한 일부 기계이다. 이에 발트룸에서도 자전거 공유 시스템이 활발해 자전거를 타는 것은 주민들의 특권이다. 특히 발트룸에서 여객 및 화물 운송은 말이 끄는 마차로도 이뤄져 눈길을 끌었다. 발트룸에서 본 말은 다리와 말굽이 두툼해 경주마나 농업용 말과는 확연히 달랐다. 전기자동차 사용은 확산 추세에 있다. 화석연료 사용을 금지하면서 잘 보존된 자연환경으로 인해 관광객들의 만족도는 아주 높은 편이다. 한번 온 관광객들이 다시 찾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전승수 전남대 명예교수는 "와덴해가 속한 독일 니더작센주의 섬은 갯벌을 비롯한 자연환경 보전에 절대적으로 비중을 두면서도 적극적으로 지역 주민들에 의해 정책을 수립해 관광정책으로 활용하고 있는 면이 두드러지고 있다"면서"와덴해 섬지역의 케이스 연구는 전남 섬, 생태관광활성화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와덴해(독일)=이용규 선임기자

이용규 기자 yonggyu.lee@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