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서원에서 얻어야 할 지혜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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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서원에서 얻어야 할 지혜는 무엇일까
홍살문 옆 은행나무
백옥연 | 한국학호남진흥원 | 비매품
  • 입력 : 2023. 01.05(목) 11:15
  • 이용환 기자
홍살문 옆 은행나무. 한국학호남진흥원 제공
광주시 광산구 백옥연 문화재전문위원이 남도 서원을 답사한 기록 ‘홍살문 옆 은행나무’를 출간했다. ‘지금 시대 우리가 서원에서 얻어야 할 지혜는 무엇일까’에 대한 의문을 풀기 위해서라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책은 ‘백옥연의 문향, 가다가 멈추는 곳’이라는 제목으로 지난 2018년부터 전남일보에 연재했던 내용을 모은 것이다. 조선 선비의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실천했던 회재 박광옥의 벽진서원(광주 서구), 권력에 초연하고 ‘義’를 중시했던 은봉 안방준의 대계서원(보성), 왜군에게 끌려가서도 꺽이지 않는 선비의 기개를 보여준 수은 강항의 내산서원(영광), 한 시대를 풍미한 불세출의 문장가옥봉 백광훈의 옥산서실(해남)에 이르기까지 남도를 세 바퀴 돌아 답사한 서른 여섯 곳에 대한 서원의 글을 엮었다.
권력을 초개처럼 여겼던 왕의 스승 하서 김인후의 필암서원과 14번의 유배에서 떠 깊어진 학문과 절의 문장을 남긴 신재 최산두의 봉양사 도산서원, 500년 조선 최고의 격조 높은 부부 로망스를 보여준 미암 유희춘과 덕봉 송종개의 혜촌서원, 충과 의로 일관하며 관료에서 의병장으로 순국한 건재 김천일의 정렬사도 담아냈다.
‘잘못을 하고도 고치지 않는다’는 뜻의 과이불개(過而不改)가 올해의 ‘4자성어’로 선정된 때문일까. 봄꽃이 필때 쯤 찾아간 도마 안중근의 해동사에서 만난 ‘대한독립 소리 천국에 들려오면 나는 마땅히 춤추며 만세를 부를 것’이라는 기사도 가슴 아프다. 유랑했던 서원 곳곳을 직접 촬영한 사진도 깊고 그윽하다.
저자가 3년을 유랑하면서 엿본 것은 주인공들이 남긴 ‘수기(修己)‘였다. 명유와 명현, 성리학의 거목, 서원에 배향된 성현의 삶이란 한마디로 ‘닦음’이었다. 삼가고 삼가며 일촌을 방일하지 않으며, 불씨를 꺼뜨리지 않으려는 자세, 그것이 충(忠)이든, 의(義)든, 절(節)이든, 학(學)이든, 시(詩)든 간에 하나같이 공통된 것이었다. 초상으로 혹은 위패로 남아있는 그분들이 가르쳐 준 것은 오직 ‘자신의 몸과 마음을 닦는 것’이었다. 서원이 간직하고 있는 선비정신도 한마디로 요약하면 공동체 정신이었다. 결코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시대와 무관하지 않는 공동체 정신은 나라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한말의병과 동학혁명, 일제강점기의 광주학생독립운동으로 이어지고 마침내 1980년 5·18민주화운동까지 면면히 이어지고 있다.
“갈수록 찾는 사람이 줄고 세인의 관심에서 멀어져 가고 있는 서원과 향교, 정자와 같은 옛 공간들이 시민들이 찾고 싶은 ‘지혜의 공간’으로 다시 사랑받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는 저자는 전남대와 같은 대학 호남학과 대학원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이용환 기자 yonghwan.lee@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