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년의 비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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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중·장년의 비애
최권범 경제부장 겸 뉴스콘텐츠부장
  • 입력 : 2023. 01.05(목) 13:14
  • 최권범 기자
최권범 부장
중·장년의 삶이 위태롭다. 흔히들 100세 시대라 말하지만 마냥 축복으로만 여겨지지 않는다. 뭐 하나 제대로 이뤄놓은 것 없는데 은퇴 시기는 빠르게 다가온다. 아직 끝나지 않은 자녀 교육에다, 은퇴 후 인생 2막 준비도 걱정거리다. 장기화된 경기침체 속에 기업들의 퇴직 시기가 갈수록 빨라지면서 40~50대 한창 나이에 직장을 잃는 사람들을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하는 평균 연령이 만 49.3세라는 통계도 있다. 퇴직도 두려운데 새 일자리를 구해 지금껏 일해왔던 세월만큼을 다시 일해야 하는 처지이니 안쓰럽고 딱하다. 중학생 아들을 둔 50대 나이의 필자도 다를 바 없다.

광주·전남지역 인구 10명 중 4명은 40~64세의 중·장년이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중·장년층 행정통계’를 보면 광주지역 중·장년층 인구는 57만5000명으로, 광주 전체 인구의 39.8%에 달한다. 전남지역 중·장년층은 68만8000명으로, 전체 인구 중 39.7%를 차지한다. 자녀와 부모 등 가족의 부양을 책임지면서 자신의 노후도 준비해야 하는 연령층이 가장 많은 것이다.

현대사의 굴곡을 온몸으로 겪어온 중·장년 세대는 우리 사회의 ‘허리’다. 사회 구성원 중 주축 세대가 분명해 보이지만 아날로그 (노년층)와 디지털(청년층) 세대 사이에서 어느 쪽에도 적응하지 못하는 이른바 ‘낀 세대’로 불릴만큼 어정쩡한 포지션에 놓여 있기도 하다.

결정적으로 그들이 짊어진 경제적 짐의 무게가 상당하다. 이는 금융권 대출과 주택 보유 통계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지난해 광주지역 중·장년층 중 금융기관에 빚을 지고 있는 비율은 무려 57.5%에 달했다. 전남지역도 다르지 않아 56.7%가 은행 등의 대출을 보유하고 있다. 문제는 빚이 소득보다 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지역 중·장년층 대출 보유자들의 대출잔액 중앙값(통계 자료를 크기 순서로 줄 세웠을 때 중앙에 위치한 값)은 광주 5796만원, 전남 4617만원으로 전년보다 각각 796만원, 329만원 증가했지만, 평균 소득은 광주가 3559만원에서 3680만원으로 121만원, 전남이 3335만원에서 3399만원으로 64만원 증가하는데 그쳤다.

대출 이자를 갚느라 등골이 휘다보니 번듯한 집 한채 갖기도 힘들다. 실제 광주와 전남 중·장년층 가운데 무주택자 비율은 각각 54.3%, 57.0%로, 절반 이상이 자신 명의로 된 집이 없다.

설상가상으로 자녀를 부양해야 하는 기간도 늘고 있다. 중·장년층 가구 중 자녀와 함께 살고 있는 가구 비율은 광주 57.4%, 전남 46.3%였는데, 10대와 20대 자녀를 둔 가구가 가장 많았고, 30대 이상 자녀 비중도 상당했다. 경제적으로 중·장년 부모에게 의존하는 자녀 나이대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부업에 뛰어든 중·장년 근로자 수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조사 결과가 이런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여 씁쓸하기만 하다.

중·장년 시기는 노년기 삶의 질을 결정짓는다. 중·장년층에 대한 정책적 관심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정부나 지자체의 정책들을 살펴보면 노인이나 청소년, 영유아, 여성을 위한 정책은 두드러진 반면 중·장년층 정책은 미미하기 그지없다.

이런 가운데 광주시의 중·장년 지원정책인 ‘빛고을 50+ 일자리 사업’이 눈길을 끈다.

광주시는 중·장년 정책 지원 거점인 ‘빛고을 50+ 센터’를 운영하면서 중·장년 개개인의 경력과 관심사에 맞는 노후준비 컨설팅, 일·여가·교육 등 생애재설계를 지원하고 있다.

아직은 시행 초기라 조직과 예산 등에서 한계를 보이고 있으나 타 세대에 비해 정책적 소외 계층인 중·장년층을 배려하는 사업이라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새해에는 중·장년층을 위한 다양한 지원정책이 마련돼 그들의 근심을 조금이나마 덜어줄 수 있길 희망해본다.
최권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