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무실’ 주민 발의 조례, 보완 대책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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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의회
‘유명무실’ 주민 발의 조례, 보완 대책 절실
헌법보장 ‘청원권’… 효과는 글쎄
특정 단체만 조례 통한 혜택 얻어
이익 단체들 ‘목적 달성용’ 전락
문턱 낮추기 무분별 발의 우려도
  • 입력 : 2023. 02.01(수) 18:33
  • 김해나 기자 haena.kim@jnilbo.com
정무창 광주시의회 의장이 지난달 30일 제313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광주시의회 제공
광주·전남지역 주민 조례 제정이 전무하면서 시행 1년을 넘긴 ‘주민조례발안에 관한 법률’(주민조례법)에 대한 다각적인 보완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단체장을 거치지 않고 의회에 바로 청구하게 절차를 줄였고, 연대 서명인 수와 청구권자 연령 기준을 낮췄음에도 주민 개인이 청구 조건에 맞게 서명인 수를 채우기란 쉽지 않아서다.

결국 서명인 수를 채울 수 있는 특정 단체들을 위한 조례로 전락할 수 있어 주민청구 활성화 방안이 절실해 보인다.

1일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1월13일 시행된 법은 주민이 조례 제정·개정·폐지에 참여하게 해 민주성과 책임성 제고를 목적으로 한다. 주민이 청구권자가 돼 필요한 안건을 조례로 만들며 ‘풀뿌리 민주주의’를 현실화하는 셈이다.

하지만 1년 동안 광주·전남에서 주민 청구를 통해 나온 법안이 없어 해당 법률에 대한 보완 마련이 절실하다.

청구를 위해 기준이 되는 수만큼 서명을 받아야 하는데 개인이 수집하기는 한계가 있어서 일정 이익 단체들의 ‘목적 달성용’으로 전락할 가능성도 있다. 단체가 청구하는 조례는 주민의 직접 참여를 목표로 하는 ‘풀뿌리 조례’로 보기엔 한계가 있어서다.

조례 청구 과정에서 떨어지는 전문성 역시 오르기 힘든 ‘벽’이다. 주민들이 제출한 조례안에는 행정적인 오류가 많다는 의견이다.

주민 청구와 의원 발의를 모두 해본 박형대 전남도의원은 “의원이 돼서 발의를 해보니 주민 청구를 했을 당시 제출했던 조례안에 고쳐야 할 게 많은 것을 느꼈다”며 “주민 발의를 위해서는 행정적·법률적 지원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주민이 만든 조례가 청구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폐기 처분되는 일이 발생한다면 주민 조례 발안이 형식적이고 한계에 다다를 수 있다”며 “조례가 의결되는 과정에서 주민들이 제도적으로 좌절하지 않도록 법률 지원 서비스 등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명인 수 기준이 낮아진 만큼 서명인 수를 채울 수 있는 특정 단체들의 ‘조례 난발’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현재 주민 조례 발안 법률을 통해 기준이 완화된 만큼 기준에 대한 지속적인 보완 논의와 함께 주민과 의원들의 협력 관계 형성이 더 중요하다는 의견이다.

지병근 조선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해당 법은 주민이 조례를 만드는 경험을 하고 주도적인 기회를 만드는 데 기여한다”며 “어차피 조례 발의는 의원들이 해야 하기 때문에 시민과 의원의 협력 관계 형성에 있어서 큰 의미가 있다”고 분석했다.

지 교수는 “서명 인원 기준을 낮추는 논의가 있으면 좋겠지만, 단순히 기준이 낮아진다고 좋은 조례가 나오는 것은 아니다”며 “너무 낮은 서명인 수는 단순하거나 불필요한 조례를 무분별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해나 기자 haena.kim@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