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최만길> 신축 비엔날레관 부지결정에 대한 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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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최만길> 신축 비엔날레관 부지결정에 대한 고언
최만길 공공노조전국미술인조합광주전남지회장·자리아트갤러리 관장
  • 입력 : 2023. 02.02(목) 11:51
최만길 지회장
세계적인 인문 지리학자인 이푸 투안은 우리가 흔히 간과하며 쓰는 ‘공간과 장소’의 개념을 구분지어 사용한다. 그는 공간과 장소 개념을 대비해 설명하면서 이들이 갖는 의미를 인간이 겪는 사회문화, 역사적 맥락까지 결부해 파악하려 했다. 뜬금없어 보이지만 필자가 정초부터 공간과 장소 개념을 꺼내든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광주비엔날레관 신축 부지에 대해 보다 신중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광주는 예향이라는 자부심 아래 지금까지 대표적인 문화예술 사업의 하나로 광주비엔날레를 지속시켜 오고 있다. 물론 이들 구체적 사업성과에 대한 평가는 차치하고, 현재 비엔날레관 신축 용도로 무려 1200억이라는 예산을 확보했다는 점만 미뤄 보더라도 이러한 노력들은 사업의 당위성을 어느 정도 인정받았기 때문이라고 여겨진다. 그러나 여기서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은 단지 예산이 확정됐다는 점 하나로 이후 집행되는 모든 과정과 결정들이 광주 시민의 정서와 요구에서 자유롭다는 뜻은 아닐 것이다.

특히 이러한 문화예술 기반 사업에서의 결정은 예산집행이나 다른 물리적 요건보다 오히려 이들에 내포된 정신문화나 시민의 정서적 유대감을 더 중요하게 다뤄야 한다고 본다. 소식에 의하면 신축 비엔날레관 부지로서 현재 사용되고 있는 비엔날레 주차장을 결정한 듯하다. 그러나 광주시가 고려하고 있는 이곳은 서두에 언급한 인문지리적 관점에서 뿐만 아니라, 시민의 접근성이나 주변 시설과의 관계, 그리고 광주 문화 역사적 관점에서 새로운 ‘장소’로 내세울 수 있는 강점이라는 측면에서 너무 허약해 보인다.

단지 광주 역사와 문화를 몸으로 체험해 온 바에 의하더라도 광주시의 부지 선정에는 동의할 수가 없다. 더욱이 대대손손 이어갈 새로운 문화 공간으로서의 장소를 결정한다는 데 별다른 논의없이 결정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문제다. 그것은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장소’로서 자리매김할 신축 비엔날레관이야말로 무엇보다도 ‘인간과 장소 간의 따뜻한 유대’가 선행되었을 때, 그 가치와 효용성이 극대화 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에서 필자는 그 대안으로 현재 공동화되어 있는 임동 방직공장(구 전남방직+일신방직) 건물과 부지를 활용하는 방안을 적극 주장하고 싶다. 신축 비엔날레관의 적임지로서 방직공장 부지를 강력히 주장하는 이유가 있다.

서두에 언급했듯 한 장소가 가진 의미와 가치에 대해서는 사회문화 역사적 맥락과 함께 입지가 지닌 효율성 또한 결합되어야 한다. 이뿐 아니라 현실적 상황과 조건, 그리고 사업 진행 후의 만족할 만한 성과 또한 중요한 고려의 대상인 것이다. 필자는 이러한 점에서 구 전남방직 터에 비엔날레관이 재탄생한다면 언급한 모든 조건을 만족하고도 새로운 부가 효과까지 낼 수 있음을 확신한다.

광주에 한국 근대산업의 한 표본이기도 했던 방직공장이라는 상징적 장소와 예향이라는 문화 예술적 자부심이 한데 결합할 수 있는 천혜의 장소가 다름 아닌 신축 비엔날레관의 최적임지가 아닐까 생각한다. 장소가 단지 인문 문화 지리학적관점에서의 가치만으로 평가하는 것은 아니다. 실질적 효용성의 문제 또한 고려해야 한다는 믿음이다. 임동 방직공장 부지는 종합터미널에서 가깝고,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나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및 금남로와 예술의거리가 지척에 있어 주변 인프라와 쉽게 결합할 수 있다.

독일 카셀(Kassel)의 국제 미술 전람회장을 비롯해 화력 발전소인 뱅크 사이드 발전소를 미술관으로 멋지게 개조해 성공한 영국 테이트 모던, 이태리 베니스 비엔날레나 중국 베이징 798예술특구와 최근 창고 38동을 개조한 청주시 공예비엔날레장, 유휴 양곡창고를 활용한 인천 아트 플랫폼 등은 도시 재생시설을 기반으로 지역 유휴시설을 공적 예술공간으로 탈바꿈함으로서 성공을 거둔 국내외 사례다.

이에 반해 광주는 해체적 발상으로 아까운 문화건축과 수리자산인 남광주역사 철거나 경양방죽 매립 같은 오판을 한 바 있다. 다시는 재반복돼서는 안될 일이다.

결론적으로 신축 비엔날레관은 신중한 결정이 먼저다. 밀어붙이기식 행정편의주의나 성과주의는 지역 문화예술 역사에 큰 오점을 남길 것이 뻔하다. 신축 비엔날레관은 미래 광주미술 100년의 스토리가 담길만한 곳으로 새로운 예술적 가치와 해석이 가능한 곳이 장소가 돼야 한다.



※외부 필진 기고는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