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구청에 기증한 '애기동백' 말라 비틀어진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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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자치구
남구청에 기증한 '애기동백' 말라 비틀어진 까닭은…
"9년 전 기증 2그루 말없이 옮겨"
"보도확장 탓…예산확보 옮길 것"
  • 입력 : 2023. 02.02(목) 18:16
  • 강주비 기자 jubi.kang@jnilbo.com
광주 남구 봉선2동행정복지센터 청사 부지 내 남구청장과 남구의회 의장의 머리돌과 기념 식수가 심어진 가운데 바로 옆 골목 화단에는 주민이 기증한 동백나무가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 채 방치되고 있다. 강주비 기자
2일 광주 남구 봉선2동행정복지센터 청사 옆 골목에 주민이 기증한 동백나무가 처음 식재될 당시 모습(왼쪽). 남구는 보도블록 확장공사를 이유로 기증자 동의 없이 해당 동백나무를 옮기고 관리를 소홀히 해 현재는 잎이 모두 시들어있다. 강주비 기자
광주 남구가 주민이 구청에 기증한 나무를 함부로 구석에 옮겨 심고 관리까지 소홀하게 해 뭇매를 맞고 있다.

남구는 “보도블록 확장공사로 인해 어쩔 수 없었다”는 입장이지만, 최소한 기증자의 동의를 받고 조처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9년 전 아버지가 소중히 기른 동백나무 2그루를 남구에 기증했던 이모씨는 최근 동백나무 식재 터였던 봉선2동행정복지센터 근처를 찾았다가 깜짝 놀랐다. 청사 옆 골목 입구에 좌·우로 마주 보고 서 풍성한 잎으로 위용을 떨쳤던 동백나무가 화단 한쪽 구석에 처박혀있었기 때문이다. 관리된 흔적은 전혀 찾아볼 수 없고 쭉정이만 남은 채로 말라비틀어져 있는 모습이었다. 나무 앞에 있던 ‘주민 기증 나무’ 팻말도 사라져 있었다.

본래 동백나무가 있었던 자리에는 구청장과 구의회 의장의 이름이 박힌 머릿돌과 기념식수가 번듯이 자리 잡고 있었다.

기쁜 마음으로 기증한 아버지의 동백나무가 처참히 ‘방치’된 모습을 목격한 이씨는 곧바로 항의했다. 이씨는 “기증 당시 해당 부지는 학생들이 통학로로 자주 사용하던 길임에도 ‘폐허’와 같은 모습이었다. 남구가 주민들의 안전을 위해 길을 정비한다고 해 아버지가 50년 동안 기른 동백나무를 기꺼이 기증했다”면서 “(나무를 옮기려면) 최소한 기증자에게 양해를 구했어야 하지 않나”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봉선2동행정복지센터 관계자는 “2015년 보도블록 확장공사 과정에서 동백나무를 왼쪽 화단 한쪽에 옮겨 심었다. 그 뒤로 관리가 소홀해진 것 같다”면서 “기증자에게는 사과의 뜻을 전한 상태다. 구청 공원녹지과와 논의 후 기증 취지에 맞게 더 좋은 자리에 재 식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그러나 기증자가 발견하지 못했다면 동백나무는 관리 소홀로 말랐을 가능성이 높기에 ‘뒷북 행정’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남구의 부실한 행정도 문제다다. 시민이 기증한 수목과 관련해서 보호·관리 조례나 가이드라인 등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이는 ‘(시민이) 주는 수목이니 받겠지만 (구청이) 굳이 관리는 할 의무는 없다’는 의미로도 풀이 돼 논란이 인다.

이씨의 항의 이후 남구는 “담당자와 논의 후 예산을 마련해 기증 동백나무를 적절한 장소로 옮길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 “이번 사례로 주민들이 기증한 소중한 기증 수목에 대한 관리 필요성을 느꼈다. 구 차원에서 기증 대장 등을 만들어 확실히 관리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주비 기자 jubi.ka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