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웃들의 소중한 일상, 광주 역사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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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사람들
우리 이웃들의 소중한 일상, 광주 역사가 되다
●천인보 프로젝트 ‘광주사람들’ 500명 돌파
주변 이웃들 진솔한 이야기 담아내
2020년 첫 게재 후 3년여 만 ‘성과’
‘시민참여 저널리즘’ 시도 큰 반향
영상기록도 병행 SNS 플랫폼 공유
  • 입력 : 2023. 02.16(목) 17:29
  • 이주영 기자 juyeong.lee@jnilbo.com
그래픽 최홍은편집디자인
전남일보의 장기기획 프로젝트인 ‘광주사람들’이 17일자로 500명을 기록했다. 총 1000명의 인터뷰를 목표로 한 이른바 ‘천인보 ’프로젝트로, 지난 2020년 1월1일자 신년호에 첫 광주사람을 소개한 지 3년여만에 거둔 성과다.

천인보 광주사람들은 ‘기록되지 않으면 잊혀질 수 있는 일반인들의 평범하지만 비범한 삶의 이야기를 축적해 역사를 기술한다’는 취지로 기획된 프로젝트다.

전남일보에 처음 실린 광주사람들 기사는 큰 이슈를 낳았다. 주로 유명인사들에 초점을 맞춘 인터뷰 기사가 아닌 우리 주변에 있는 평범한 이웃들의 진솔하고 담백한 이야기를 지면에 담아냈기 때문이다. 이는 생활밀착, 지역밀착, 주민밀착 저널리즘을 추구하는 전남일보만의 차별화된 기획으로, 지역민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시민참여 저널리즘’을 시도한 점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전남일보는 매주 2-3회 1면에 광주사람들 소개와 함께 16면에 그들의 스토리를 가감없이 담아 독자들에게 전달했다. 광주사람들은 지면 뿐만 아니라 영상으로도 함께 기록해 유튜브,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다양한 SNS 플랫폼에서 공유되고 있다.



#연령대 10대부터 90대까지 ‘다양’

전남일보가 그동안 만난 500명의 광주사람들은 10대 청소년부터 90대 어르신에 이르기까지 연령대도 다양하다.

인터뷰에 참여했던 광주사람들 연령대를 살펴보면 10대 이하 1명, 10대 10명, 20대 67명, 30대 64명, 40대 60명, 50대 68명, 60대 42명 등으로 전 세대에 걸쳐 폭넓게 분포하고 있다. 고령층 참여자들도 70대 13명, 80대 8명, 90대 1명 등 22명에 달했다.

다양한 직업군은 물론 남성과 여성 등이 고루 참여하고 있었고, 출신지역별로는 광주가 426명으로 주류를 이뤘지만 전남 주민 71명과 광주를 연고로 두고 있는 서울 출향민 3명 등도 인터뷰에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키워드 ‘5·18’·‘맛’·‘정’… 자부심·애정 드러내

광주사람 500명의 이야기를 분석해본 결과, 가장 많은 이들이 입에 올린 키워드는 단연 ‘5·18’이었다. 광주가 민주·인권·평화를 상징하는 도시라는 점에서 인터뷰 대상자들도 광주의 이미지를 비슷하게 인식하고 있었다.

206번째 광주사람 안유수보씨는 “광주는 5·18 민주항쟁과 같은 역사적 아픔을 가지고 있는 도시지만 아픔을 딛고 일어나 민주와 평화를 상징하는 도시가 됐다”며 의향 광주에 대한 자긍심을 보였다.

‘5·18’에 이어 많이 나온 키워드는 예향·미향의 도시답게 ‘문화’,‘민주’, ‘맛’, ‘정’ 등이었다.

444번째 광주사람 정해솔씨는 “광주는 사람들도 음식도 모두 맛깔나는 도시”라며 “언제 들어도 정겹고 친숙한 사투리와 맛있는 남도 음식들이 너무 좋다. 먹는 걸 좋아하는 저로서는 최고의 도시”라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계속 자부심을 안겨주는 도시로 남았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356번째 광주사람 한병기씨는 “광주는 어머니와 같다. 광주사람이지만 광주에 대해 알고 싶어 도로명을 따라 광주 전체를, 또 무등산을 샅샅이 찾아 걸어보기도 했다. 누군가 이곳에 방문했을 때 자신 있게 소개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자 했던 것 같다”고 광주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드러냈다.

곽광일(431번째)씨는 “광주에서 태어나 줄곧 이 곳에서 살고 있다. 나에게 광주는 굉장히 민주적이고 진취적인 도시”라며 “제 직업이 물리치료사니까 아무래도 광주사람들이 모두 건강하셨으면 좋겠다”고 지역민들의 안녕을 바랬다.

이밖에 광주를 ‘제2의 고향’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다른 지역에서 살다가 광주로 온 사람들은 광주가 고향처럼 ‘정’과 ‘인심’이 넘치는 도시라고 입을 모았다.



#광주사람들, 우리 주변서 소중한 일상 이어가

지난 3년여 간 인터뷰에 참여했던 광주사람들은 지금도 여전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소중한 일상을 이어오고 있다. 직업군이 변한 사람들도 간혹 있었지만 한결같이 더 나은 미래를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395번째 광주사람 도은서씨는 인터뷰 당시 다니던 대학을 휴학하고 자격증 취득을 위해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사람들에 소개된 지 1년이 지난 현재 도씨는 “휴학하는 동안 영상공모전에 참여하고,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지내고 있다”며 “오는 3월 복학해 학교생활과 방송반 활동을 열심히 해서 취직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근황을 전했다.

광주에서는 최초로 포루투갈 민속음악인 파두를 선보인 임창숙 행복한문화제작소 수풀림 대표(456번째 광주사람)는 이달말 파두의 본고장 포루투갈로 떠나 한달간 현지에 머물면서 파두 음악을 몸소 체험하는 소중한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482번째 주인공이었던 김진곤 광주 사랑의열매 사무처장은 당시 타지에서 광주로 발령받은 지 얼마 안된 ‘초짜 광주사람’이었다. 맛있는 음식과 무등산, 영산강에 큰 만족을 드러냈던 김 사무처장은 “그때 한참 진행 중이었던 희망2023나눔캠페인은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광주 목표 모금액을 마감 하루 앞둔 지난달 30일 달성했다”고 전했다.

466번째 광주사람 정연철 광주e스포츠교육원장은 “지난해 광주사람들에 소개됐을 때 도서지역 학생들을 위한 e스포츠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싶다고 했는데 간절한 바람이 통했는지 얼마 안돼 시·도교육청과 함께 게임교실을 운영할 수 있게 됐다”며 “광주사람들은 e스포츠를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올해는 장애인 등 e스포츠 취약계층을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고 함박 웃음을 지었다.
이주영 기자 juyeong.lee@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