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욱 부국장 |
시체가 묻히지 않은 허총(虛塚)이 우리나라 곳곳에서 많이 발견됐다. 생사를 모르는 망인의 머리카락이나 치아, 아니면 그가 입었던 옷, 갓, 신발을 무덤 형태로 묻었다. 이마저도 없으면 읽었던 책, 쓴 시 등을 묻기도 했다. 혼백이라도 불러들여서 고향 땅에 묻으려 한 것이다. 허총의 풍습은 고향에 묻힌다는 강한 의식의 표현 아니면 따로 설명할 방법이 없다.
근대화는 농촌에서 도시로의 급격한 인구 이동을 불러왔다. 산업화의 물결을 타고 도시화가 빠르게 진행됐다. 고향을 뒤로하고 떠나는 이들에게 나고 자란 공동체의 자연과 환경, 문화, 먹을거리는 소중한 추억이다. 늘 고향을 꿈꾼다. 죽어서라도 귀향을 생각하는 이유다. 이동성 문화의 서양인과는 다른 점이다. 거문도에는 영국군 묘지가 있다. 영국 함대가 주둔하는 동안 3명의 병사가 죽었는데, 모두 그 섬 둔덕에 묻고 돌아갔다. 반드시 고향에 묻힌다는 우리의 의식과는 다른것 같다.
올해 첫 도입된 고향사랑기부제는 이런 한국인의 특성에서 비롯된 제도다. 고향세 시행 50여일이 지났다. 각 지자체 마다 홍보 열기가 뜨겁다. 유명 인사들과 연예인들의 기부 행렬도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제도적 보완을 바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세액 공제 한도를 늘려달라, 법인까지 고향에 납세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한다. 번거로움도 지적한다. 답례품은 온라인 플랫폼인 고향사랑e음에 회원 가입해 직접 선택해야 하는데, 어르신들은 온라인에 익숙하지 않다는 얘기다. 해외 동포들의 참여와 지정 기부 시스템 요구도 잇따른다. 무엇보다 향우들의 마음을 사려는 지방자치단체의 세심한 배려와 노력이 뒤따랐으면 한다. 넓은 바다를 누비다 생의 끝자락에 태어난 민물로 돌아와 알을 낳는 연어. 회귀해 산란하는 연어처럼, 우리의 강한 귀소본능의 마중물은 고향 기부가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