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석대>용두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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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용두사미
최동환 취재2부 선임부장 cdstone@jnilbo.com
  • 입력 : 2024. 05.08(수) 18:06
최동환 취재2부장
옛날 중국의 용흥사라는 절에 진존숙이라는 명승이 있었다. 어느 날 용흥사에 낯선 스님이 찾아왔다. 진존숙은 그와 선문답을 하게 되었는데, 첫마디를 건네자마자 다짜고짜 소리를 질렀다. 진존숙은 속으로 ‘도가 깊은 스님이신가’하고 다시 말을 건네니, 또다시 버럭 역정을 냈다. 진존숙이 그에게 말했다. “겉보기에는 용의 머리를 닮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뱀의 꼬리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자 스님은 얼굴을 붉히며 슬그머니 자리를 피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용두사미(龍頭蛇尾)라며 그 스님을 비웃었다.

송나라 불교 서적 벽암록에 실린 용두사미의 유래다. 용두사미는 비유적으로 시작은 화려하나 끝이 미약하다는 의미로, 장대한 계획이나 목표가 결과가 미미하게 끝나는 상황을 나타낸다.

처음에는 큰 기대와 열정을 갖고 시작했지만 결국은 실망스러운 결과로 끝나는 경우에 ‘용두사미’라고 표현한다. 이러한 상황은 통상적으로 계획의 부재나 실행의 부족으로 인한 실패를 보여주며, 시작의 중요성보다는 지속적인 노력과 집중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조한다.

스포츠계에서도 ‘용두사미’란 표현이 흔히 쓰인다. 대표적인 사례가 축구 국가대표 주장 손흥민이 뛰고 있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의 토트넘 홋스퍼다. 토트넘은 올시즌 초반 신선한 돌풍을 일으키며 리그 선두에 올랐지만 중반 이후부터 점점 힘이 빠지면서 막판 용두사미로 추락해가고 있다.

올시즌 유럽클럽대항전 출전 불발과 컵대회 조기 탈락으로 인해 무관이 확정된 데 이어 마지막 남은 목표로 다음 시즌 유럽챔피언스리그(UCL) 출전의 마지노선인 4위 진입도 현실적으로 어려워졌다. 세 경기를 남겨둔 5위 토트넘(승점 60)은 4위 애스턴빌라(승점 67)에 승점 7점 차로 뒤지고 있다. 애스터빌라가 남은 2경기를 다 지고, 토트넘이 3경기에서 모두 승리할 경우 4위가 가능해지지만 자력 4위는 물건너 갔다.

광주를 연고로 하는 프로축구 K리그1 광주FC도 토트넘과 비슷한 행보를 보이고 있어 ‘용두사미’우려가 크다. 광주FC는 올시즌 초반 이정효 감독의 ‘광주식 공격 축구’로 2연승하며 선두에 올랐으나 이후 지독한 수비 불안과 결정력 부재로 6연패 늪에 빠지면서 꼴찌로 추락했다가 다시 2연승을 거두며 8위로 올라섰다.

6연패 기간 광주FC가 보여준 경기력은 나쁘지 않았지만 이정효 감독의 전술이 간파되면서 역습으로 무너지는 경향을 보였다. 최근 두 경기에서도 이정효 감독의 전술은 변하지 않았지만 골 결정력이 살아나며 2연승을 거둘 수 있었다. 광주FC가 앞으로 더 치러야 할 20여 경기에서 전술의 업그레이드로 상대팀의 파훼법을 무력화시켜 ‘용두사미’로 끝나지 않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