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작고작가가 꿈꿨던 '이상향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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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반
어느 작고작가가 꿈꿨던 '이상향의 세계'
‘고화흠, 비로소 나의 백악을 찾아’
전남도립미술관, 3월26일까지 전시
전남 출신 작고 작가 발굴 프로젝트
‘백안’ 시리즈 등 유화·수채화 등 선봬
  • 입력 : 2023. 02.22(수) 17:14
  •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
고화흠 작 백안90/1990/캔버스에 유채/162x133cm. 전남도립미술관 제공
어느 작고 작가가 꿈꿨던 이상향의 세계를 엿볼 수 있는 전시회가 마련됐다. 1950년대부터 한국의 수채화단을 이끈 고 고화흠 작가의 일생이 담긴 작품들이다. 구상, 반추상, 완전한 추상으로 넘어가는 고 고화흠 작가의 작품세계를 전시장 안에 담아냈다.

전남도립미술관은 오는 3월26일까지 6, 9전시장에서 ‘고화흠, 이제야 비로소 나의 백안을 찾아’를 열고 있다. 전남도립미술관은 전남 지역의 작고 작가를 발굴하고 연구해 그 발자취를 재조명하고 있다. 이번 전시회도 작고 작가 발굴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이번 전시의 중심을 이루고 있는 ‘백안’은 고 작가가 1970년 이후부터 집중했던 시리즈 작품의 제목이다. 1970년대 이후부터 그의 유화 대부분을 이루는 ‘백안’ 시리즈는 은백색의 물결과 바다 표면에서 일렁이는 그림자에서 나온 서정적인 색채를 특징으로 한다.

전시의 부제목인 ‘이제서야 비로소 나의 백안을 찾아’는 고 작가가 원광대학교 미술대학교수로서 정년을 마치로 200자 원고지에 손수 쓴 ‘백안기’에서 따온 것이다. 그는 ‘백안기’를 통해 “퇴임 이후 나는 한편으로는 섭섭하면서도 또 한 끗 마음이 설레었다. 그 설레임은 아마도 이제야 비로소 나의 백안을 찾아, 그 진실을 찾아 홀가분하게 여행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이었으리라…”고 고백했다.

직역하면 하얀 언덕이라는 뜻의 백안은 사전에 있는 단어가 아닌 고 작가가 창안한 것으로, 그가 머릿속에 그려온 이상향을 나타낸다. 백안이 가시적인 상태가 아니라 언젠가 가봐야 할 그리움의 언덕, 허전한 마음속에 묻어두고 다가올 진실을 기다리는 빈자리라는 그의 표현에서 작업에 대한 그의 애정과 낭만이 묻어난다.

고화흠 작가는 1980년대 한국에서 수채화를 통한 미술문화의 저변 확대에 힘썼는데, 이번 전시에서는 이제까지 공개되지 않은 다수의 수채화 작품들도 엿볼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고 작가는 섬유예술을 전공한 부인 김인숙 여사와도 예술적 여정을 함께 걸어가는 동지였다. 실제로 김인숙의 자수 작품 중에는 고화흠이 밑그림을 그린 것들이 다수 있으며 이 작품들도 함께 공개됐다.
‘고화흠, 이제서야 비로소 나의 백안을 찾아’에 전시된 고화흠 작가의 그의 부인 김인숙 여사의 합작품.
백안 시리즈는 고화흠 작가의 주요 작품이다. 그중에서도 이번에 전시된 ‘백안 90’은 제5회 아시아국제미술전람회에 출품했던 작품이다. 이 작품은 1990년에 제작한 만큼 이미 완전한 추상의 경지에 이른 작품으로 캔버스 위에 물감의 물성이 빗살무늬 형태로 드러난다. 전시에서는 단 한 작품 남아있는 자화상부터 여인 누드화, 생전 활동 영상까지 두루 관람할 수 있다.

고화흠 전시회를 준비한 이연우 전남도립미술관 학예연구사는 “일반적으로 연대기 순으로 나열되던 작가 회고전의 틀에서 벗어나 예술가이자 교육자, 그리고 부인의 예술적 조력자이자 동지로 살았던 인간 고화흠의 다양한 면모를 들여다보고자 했다”며 “고화흠 삶의 조각들을 하나하나 꿰어 이뤄진 이번 전시가 관람객들에게도 백안을 찾아볼 수 있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구례 출신의 고화흠 작가는 전주 사범학교를 졸업하고 일본 동경의 녹음사화학교 회화과에서 미술을 공부했다. 귀국 이후 목포에서 교직 생활을 시작했고 이후 성신여자대학교 교수, 원광대학교 미술대학 학장으로 재직하며 후학을 양성했다. 1983년 전주에서 ‘한국수채신작파’를 창립하고 수채화를 통해 미술문화 저변 확대를 꿈꿨다. 1988년 미술문화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았으며 1999년 77세 나이로 타계했다.
고화흠, 이제서야 비로소 나의 백안의 찾아 전시회 포스터.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