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짝 말라가는 광주천… 커지는 시민들 걱정
  • 페이스북
  • 유튜브
  • 네이버
  • 인스타그램
  • 카카오플러스
검색 입력폼
광주시
바짝 말라가는 광주천… 커지는 시민들 걱정
주암댐 하천 유지용수 공급 중단
광주천 곳곳 바닥에 악취도 심각
황룡강 물고기 떼죽음 등 잇따라
  • 입력 : 2023. 03.20(월) 18:01
  • 김해나 기자 haena.kim@jnilbo.com
광주·전남에 가뭄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20일 동구 용산교 인근 광주천이 메말라 수초들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다. 나건호 기자
“원래 광주천은 제법 물이 많이 흘렀는데 최근 한달새 급격히 수량이 줄더니 지금은 바닥이 보일 만큼 말라버렸네요.”

광주지역 역대 최악의 가뭄에 식수원인 동복댐이 바닥을 드러낸 가운데 광주천 등 지역 주요 하천까지 바짝 말라가고 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가뭄에 봄 갈수기까지 겹치면서 광주천 곳곳에선 바닥이 드러났고, 수량 부족으로 악취뿐 아니라 수질도 악화되면서 시민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일 찾은 광주천 광운교부터 양동교 일대. 이 일대는 ‘하천’이라고 볼 수 없을 만큼 물이 메말라 바닥을 보였다. 하천 사이를 연결하는 교량 아래는 물 없이 바짝 마른 교량 다리가 나타났다. 물 사이사이 드러난 땅은 새들이 앉아 주변 물을 마시거나 쉬는 등 ‘마른 둥지’가 됐다.

마르지 않고 겨우 남은 물 위로는 담뱃갑과 플라스틱 등 생활 쓰레기가 떠다니고 코를 찌르는 악취가 새어 나왔다.

매일 광주천을 산책하는 명상엽(93)씨는 “수위가 날로 줄고, 물이 더러워지면서 물고기가 많이 사라졌다. 광주천이 이렇게 가문 것은 광주에 70년 동안 살면서 처음이다”고 했다.

이어 “60년 전에는 강이 맑아 목욕을 할 정도였다”며 “30년 전부터 더러워진 것 같다. 하수구 물이 내려오고, 비까지 안 오니 썩은 냄새가 난다. 물고기가 저 물을 마시면 다 죽을 것이다”고 우려했다.

물 부족에 하천 수질도 악화되고 있다.

지난달 기준 광주천 광운교의 수소이온농도(pH)는 8.1, DO는 13.6㎎, 생물화학적 산소요구량(BOD)은 4.8㎎, 화학적 산소요구량(COD)은 6.0㎎, 부유물질량(SS)은 38.0㎎, 총인(T-P)은 0.114㎎이다. 환경정책기본법 하천 생활환경 기준에 따라, 수질은 ‘약간 나쁨’이다.

‘약간 나쁨’ 등급은 상당량의 오염 물질로 인해 용존산소가 소모되는 생태계로 농업용수로 사용하거나 여과, 침전, 활성탄 투입, 살균 등 고도의 정수 처리 후 공업 용수로 사용이 가능하다. 광주천의 수량 부족과 수질 악화는 가뭄으로 주암댐의 하천 유지용수 공급이 중단되면서다.

하천 수질 악화는 물고기 떼죽음으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 지난 17일 황룡강에서 물고기 20여마리가 집단 폐사하기도 했다. 광산구와 환경청 등 당국은 1년가량 이어지는 가뭄에 강 수위가 낮아지며 용존산소 부족으로 인해 물고기가 폐사했다고 보고 있다. 당시 하천의 용존산소량(DO)은 1~3ppm으로 생존 기준치인 5ppm보다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물 자체가 부족한 데다 오염까지 심화하는 상황에 시민들의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정남수(66)씨는 “옛날에는 하천 밑바닥 땅이 보이질 않았다. 물고기도 잘 놀았고 예전이 훨씬 많았다”며 “광주 땅이 가물기 시작하면서 물 바닥을 보게 됐다. 이렇게 가뭄이 지속되면 사람에게도 나무에게도 좋지 않다”고 걱정했다.

광주시 관계자는 “물 부족 위기로 광주천 유지용수를 중단하고 시민의 생활용수로 활용하고 있다”며 “하천에 물이 없어 불편하시겠지만 시민분들의 양해를 바란다”고 밝혔다.
김해나 기자 haena.kim@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