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불안 하더니 결국 사고가 터졌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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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불안불안 하더니 결국 사고가 터졌네요”
●광주 북구 우산수영장 추락사 발생
인근 주민들 입모아 "예견된 참사"
잔디광장 밤마다 술판·가족 나들이
채광 그물망 쪽 난간 낡고 허술해
북구, 지붕 설치 등 시설관리 밝혀
  • 입력 : 2023. 03.22(수) 18:48
  • 송민섭·정성현 기자
22일 광주 북구 건강복지타운 우산수영장 채광시설에서 20대 여성 A씨가 추락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해 출입을 금지하는 ‘폴리스 라인’이 둘러져있다. 송민섭 기자
광주 북구 건강복지타운 우산수영장 내 채광시설에서 20대 여성이 추락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해당 채광시설에는 그물망 등이 설치돼 있었지만, 사고를 막기에는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했다. 특히 인근 주민들은 ‘오래전부터 사고 위험으로 불안했다’며 행정당국에 시설관리 대책 마련 등을 촉구했다.

22일 광주 북부경찰·소방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12시11분께 북구 우산수영장과 연결된 한 채광시설에서 A(22)씨가 7m 아래로 추락했다.

현장에 도착한 119 구급대가 곧장 A씨를 인근 대학병원으로 옮겼으나 끝내 숨졌다. 심정지 상태로 발견된 A씨는 당시 맥박과 호흡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A씨가 추락한 채광시설은 지하 2층에 위치한 수영장에 빛·바람이 들 수 있도록 연결하는 외부 시설이다. 환기 구멍에는 2.5m 넓이의 그물망이 덮여있고, 구멍 주변을 따라 출입·추락 등을 방지하는 1.5m 높이의 펜스가 둘러져있다.

북부경찰은 시설에 동행했던 A씨의 친구가 “술에 취해 사고가 났다”고 진술한 점을 토대로, A씨가 스스로 채광시설 내부 그물망 위에 올라섰다가 떨어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2일 광주 북구 건강복지타운 우산수영장 채광시설에서 20대 여성 A씨가 추락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해 출입을 금지하는 ‘폴리스 라인’이 둘러져있다. 정성현 기자
이 사고를 두고 인근 주민들은 ‘예견된 참사’였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북구 우산수영장 인근 잔디공원에서 만난 김모(73)씨는 “이곳은 강아지를 산책시키거나 나들이 나온 가족들이 많이 찾는다. 날씨가 따뜻해지면 밤마다 여기서 돗자리를 깔고 술판을 벌이는 사람들도 있다”며 “뿐만 아니라 아이들이 공을 차고 놀면 저곳(채광시설)으로 종종 공이 들어가곤 한다. 난간 사이가 촘촘하지 않아 ‘혹시 떨어지지 않을까’ 몇 번이고 노심초사한 적도 있다”고 귀띔했다.

실제 둘러본 채광시설은 난간과 난간 사이가 넓어 초등학생 정도의 아이라면 충분히 들어갈 수 있어 보였다. 또 설치된 안전 그물망은 가운데에 큰 구멍이 나 있는 등 사실상 인명피해를 방지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북구 시설관리공단에서 설치한 추락방지 표지판 또한 낡고 해져 ‘난간에 올라가지 마시오’라는 문구를 겨우 알아볼 수 있었다.

반려동물 산책을 위해 이곳을 자주 찾는다는 김모(48)씨는 “벚꽃이 피면 채광시설 인근에 앉아 쉬어 가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 오가는 주민들이 꽤 있는 곳인데 그에비해 안전 시설은 몹시 부족한 것 같다”며 “(채광시설 안전 펜스를 보니) 큼지막한 구멍들이 산책나온 개들도 쉽게 들어갈 정도다. 가로등도 종종 꺼져 길이 안보일 때도 많다. 생각해보면 사람의 목숨이 걸릴만큼 위험한 곳 아닌가. 이에 대한 마땅한 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북구는 해당 시설에 대한 안전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전했다.

북구 측은 “채광장에 설치된 그물망은 애초에 낙석 등을 막기 위해 설치된 거다. 그럼에도 혹여 모를 추락 방지를 위해 곳곳에 출입 금지 표지판을 마련해뒀다”며 “주민들이 많이 이용하는 곳인 만큼, 사각지대가 없는지 다시 한번 점검하겠다. 개선 사항이 있다면 담당 부서에 요청해 시정하겠다”고 말했다.

북구 시설관리공단 관계자는 “당장은 로프로 연결돼 있는 그물망을 와이어로 변경해 1차 정비할 계획이다”며 “사고와 관련한 수사가 끝나면 반투명 지붕 등 폴리카보네이트를 이용한 안전시설을 마련하겠다.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안전 확보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2일 광주 북구 건강복지타운 우산수영장 채광시설 환기 구멍에 둘러진 그물망 위에 축구공이 놓여져 있다. 정성현 기자
송민섭·정성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