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의 큐레이터 노트 40> 한번의 신화, 현실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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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의 큐레이터 노트
이선의 큐레이터 노트 40> 한번의 신화, 현실이 되다
●이선 이강하미술관 학예실장
  • 입력 : 2023. 04.03(월) 12:26
케노쥬악 아셰박 작/무제/2010년.
이번주 제 14회 광주비엔날레 공식 개막으로 광주의 많은 전시 공간들이 분주하다. 특히 눈길을 끄는 해외 문화기관들이 참여하는 위성전시라고 불리는 ‘파빌리온’ 국가관 전시는 역대 9개국(이탈리아, 프랑스, 스위스, 캐나다, 중국, 이스라엘, 폴란드, 네덜란드, 우크라이나)의 대표 현대미술을 선보일 예정이다. 그 중 2023년 대한민국-캐나다 수교 60주년을 기념하여 주한 캐나다대사관의 지원을 받아 진행하는 캐나다 국가관은 ‘West Baffin Eskimo Cooperative(웨스트 바핀 에스키모 쿠어퍼레이티브)’와 광주시 남구 이강하미술관의 협업으로 이누이트(Inuit) 작고, 원로, 청년작가 총32명, 90여점을 작품을 아시아 최초이자, 최대 규모로 선보여 눈길을 끌고 있다.

에스키모 예술로도 알려진 이누이트 예술(Inuit Art)은 이누이트 소수 민족에 의해 만들어진 예술 작품이다.(* 이전, 에스키모라고 알려진 북극의 사람들을 가리키고 있다.) 이누이트 예술의 역사는 이누이트족의 조상인 툴레족이 동물 뼈, 상아, 돌과 같은 재료로 기능적이고 장식적인 아이템을 만들었던 지점이 고대까지 거슬러 올라가게 되었고, 이 초기 작품에는 동물, 사냥 장면, 영적인 존재가 정교하게 조각되어 있어 주변 자연 환경과 인간의 밀접한 관계를 보여준다. 나아가 이누이트 문화가 발전함에 따라 예술도 새로운 재료와 기법에 적응하며 진화했으며 역사적으로 그들이 선호하는 예술의 재료는 바다코끼리 상아였지만, 1945년 이누이트 미술의 남부 시장이 생긴 이후 소프스톤, 사철석, 아르길라이트 등 비교적 부드러운 재료인 돌에 동물과 자연이 새겨진 판화와 조각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이누이트 예술의 창시자라 불리우는 케노쥬악 아셰박(KENOJUAK ASHEVAK, 1927-2013)은 도르셋 곶에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최초의 이누이트 작가 중 한 명이다. 작업의 재료로 흑연, 색연필, 펠트팁 펜, 포스터 페인트, 수채화 또는 아크릴 물감을 사용했고, 돌 조각품과 에칭, 석판화, 수천 점의 드로잉 등을 제작했다. 이후 그녀는 캐나다 우표와 동전을 위한 그림을 디자인했고, 2004년 온타리오 주 오크빌(Oakville) 애플비 컬리지(Appleby College)에 있는 존 벨 채플을 위해 최초의 스테인드 글라스 창을 만들기도 하였다. 2017년 캐나다 탄생 150주년을 기념해 10달러 지폐에는 홀로그래픽 호일에 <올의 부케>라는 돌칼과 스텐실 프린팅 작품이 담겨 대중들에게 소개되었다.

그녀는 배핀섬 남쪽 해안에 있는 이누이트 수용소 이키라사크에서 이글루에서 태어났다. 아버지 우슈악죽은 이누이트 사냥꾼이자 모피 상인이고, 어머니 실라크치는 실라크키의 돌아가신 아버지의 이름을 따서 ‘케노후악’ 이라고 이름 지었다.

케노쥬악 아세박이 2002년 생전 작업하는 모습.
1958년 그녀의 첫 번째 작품 <해초 먹는 토끼(Rabbit Eating Seaweed)>는 물개 가죽 가방 디자인 중 하나로 제작되었다. 1959년까지 케노쥬악과 다른 도르셋은 훗날 킨가이트 스튜디오(Kinngait Studio)로 알려진 이누이트 예술가 작업장으로 활용되며 ‘West Baffin Eskimo Cooperative(웨스트 바핀 에스키모 쿠어퍼레이티브)’ 공동체를 결성했다. 그 안의 이누이트 예술 동료는 피탈루시 세야, 마요레악 아스후나, 나파치 푸오타국 등이 대표적이다.

케노쥬악 아셰박 작/해초 먹는 토끼/1985년.
<해초 먹는 토끼(Rabbit Eating Seaweed)> 작품은 이누이트 그래픽의 초시 이자 아셰박의 첫 번째 프린트 작업이었다. 캐나다 국립 미술관(National Gallery of Canada)의 이누이트 미술 전문가 크리스틴 랄론드는 “아셰박는 그녀만의 독특한 이누이트 예술의 디자인 감각이 있었다. 그녀는 이미 머릿속에 품고 있던 이미지 그대로를 손과 눈의 창조성으로 작품들을 제작해 나갔다. 현재 캐나다국립미술관은 1960년대의 연필 스케치 된 드로잉 원본을 포함하여 몇 작품을 소장하고 있으며, 이 작품들은 이누이트 역사와 삶의 많은 의미와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전했다.

세계 속의 ‘이누이트 예술’은 캐나다 소수 민족인 이누이트족 만의 회복력, 창의성, 문화유산을 반영 한 역동적인 전통 및 현대 예술의 장르로 자리 잡고 있다. 이누이트 예술의 역사 및 킨가이트의 예술가들 간 공동체 연대의 관계는 스스로의 삶과 자연을 사랑하는 믿음을 담은 작업방식의 표현, 스토리텔링, 문화와 민족 보존의 수단으로서 예술이 가진 다양한 변화의 힘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