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평 산불, 마을 들어서는 길목에서 발화…"주민들 발동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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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평군
함평 산불, 마을 들어서는 길목에서 발화…"주민들 발동동"
  • 입력 : 2023. 04.03(월) 18:13
  • 뉴시스
“마을로 들어서는 유일한 길목에서 불이 나는 바람에 주민들이 오가지도 못하고 꼼짝없이 갇혔어요.”

전남 함평군 대동면 한 야산에서 난 불로 주민 대피령이 내려진 3일 오후 주변 옥연마을 주민들은 마을회관과 집을 오가며 가슴을 졸여야 했다.

바깥과 통하는 하나뿐인 길목에서 불이 났기 때문에 주민들은 마을을 벗어나지 못한 채 불타는 산을 바라보며 노심초사했다.

거센 연기와 매캐한 냄새, 불을 끄러 온 헬기 소리가 마을을 가득 메우자 불안감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오후 1시가 가까워지며 대피령이 내려지자 마을에 남아있던 주민들이 하나둘 마을 회관으로 모여들었다.

집을 비우고 온 주민들은 옷가지에 달라붙은 회색 재를 털어내며 연거푸 한숨을 몰아 내쉬었다.

주민들은 ‘이대로 이재민이 되는 건 아닌지’ 등 화마가 마을을 덮치는 상황을 걱정했다.

현장에서는 한때 초속 11m의 강한 바람이 불면서 불티가 산 곳곳으로 퍼지는 아찔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가까스로 꺼진 불이 헬기가 물을 실어오는 사이에 다시 살아나 가슴을 쓸어내리기도 했다.

오후 4시가 돼서야 방화선이 마을 건너편 산 중턱으로 넘어가면서 주민들은 가까스로 귀가할 수 있었다.

진학균(61) 옥연마을 이장은 “마을과 바깥을 잇는 유일한 길목에서 불이 나면서 주민들이 꼼짝 없이 갇혀 불안에 떨어야 했다”며 “지금도 주민들은 꺼지지 않는 연기를 바라보며 식은땀을 흘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일부 거동이 불편한 주민들은 마을회관이 멀어서 대피하지도 못한 채 집안에 있어야만 했다”며 “한 명도 다치는 주민 없이 빨리 불이 꺼지길 바란다”고 했다.

이날 낮 12시 19분께 함평군 대동면에서 난 산불은 오후 3시 10분께 대응 수준이 2단계로 격상됐다. 산림 당국은 헬기 6대(지자체 3대·소방 1대·군 2대)와 산불진화차량 31대, 산불진화대원 115명을 투입해 불을 끄고 있다.

현장에는 순간최대풍속 초속 11m의 동풍이 불고 있어 진화에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산불영향구역은 약 35㏊로 추정된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