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준화 고교 배정, 통학거리 고려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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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교육청
"평준화 고교 배정, 통학거리 고려해야"
●광주시교육청 고입배정 공청회
교육계 "선택권 박탈 임의배정 반대"
광산구 시작된 도미노 현상 막아야
통학·학교전환으로 격차 좁혀야
학부모 "기피학교, 교육력 절실"
  • 입력 : 2023. 04.16(일) 18:24
  • 양가람 기자 lotus@jnilbo.com
지난 13일 오후 7시 광주시교육청 교육연구정보원에서 고입 평준화 일반고 배정방식과 관련한 공청회가 열렸다. 정훈탁 광주시교육청 진학팀 장학관이 일반고 배정방식의 문제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양가람 기자
해마다 반복되는 평준화 일반고 원거리 통학 문제와 관련해, 광주 교육계 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해결 방법을 논의했다. 교육 관계자들은 무엇보다 “거주지에서의 통학거리 요소 반영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16일 광주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 13일 오후 7시 광주시교육청 교육연구정보원에서 고입 평준화 일반고 배정방식과 관련한 공청회가 열렸다.

이번 공청회는 현행 일반고 배정 방식을 개선하고자 시교육청이 마련한 지역민 의견 수렴의 장이다.

김종근 교육국장은 “지역별 편중에 따라 집 앞의 학교를 놔누고 먼 곳으로 통학해야 하거나, 과대·과소학교 현상이 나타나는 문제가 오랫동안 반복되면서 시교육청은 가치 선택의 기로에 섰다”며 “강제 배정을 통해서라도 모든 학교의 교육 여건을 동일화 시킬 것이냐, 개개인의 의사를 존중해 나갈 것이냐 하는 문제였다. 이번 공청회가 고등학교 입학전형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최대한 많은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방안을 도출해 낼 수 있는 자리가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올해 광주지역 고등학교 평준화 일반고 배정 결과, 예비 고등학교 1학년 1만2745명 가운데 일부 학생들이 본인 거주지에서 먼 학교로 배정을 받았다.

일반고 부족 문제가 심각한 광산구 거주 학생들이 북구나 서구 소재 고등학교로 배정되면서, 해당 지역 학생들은 남구나 동구 소재 고등학교로 밀려났다.

현재 시교육청은 평준화 일반고 관련해 지난 2013년부터 ‘선지원 20%·후지원 80%’으로 배정하고 있다. 출신 중학교에서 배정 가능한 고등학교 중 희망 학교를 써 내면, 지리정보시스템에 의거한 통학거리 50분 내외 고교에 무작위 전산 추첨(성적 등급 고려)되는 방식이다.

하지만 해당 방식이 지역별 인구증감 등 변화 추이를 반영하지 못해 원거리 통학 문제를 반복시킨다는 지적이 계속 됐다. 특히 인구 증가로 더 이상 학생 수용이 불가능한 광산구와 달리 동구와 남구의 학교는 텅텅 비어가는 기현상이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앞서 시교육청은 시민 및 교원단체, 교사, 학부모 대표로 구성된 추진협의회를 두 차례 열어 배정 방식 개선을 논의했다. 그 결과, 기존 배정 방식에 학생 거주지에서의 통학거리 요소를 반영하는 안에 추진위원 전원이 찬성했다. 임의배정을 추가하는 방안(후지원에서 10% 강제 배정)은 ‘학생 선택권 보장 위반’이라며 위원 전원이 반대했다. 숱한 배정 민원들로 골머리를 앓던 몇몇 타 지역에선 임의 배정 방식이 도입되기도 했다.

시교육청은 전문 용역을 의뢰해 배정 프로그램의 정밀성을 높이는 한편, 배정가능고교 중 후지원 선택학교수를 현행 60%에서 70%로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2024학년도 고등학교 입학전형 기본계획’에 최종적으로 포함시켰다.

이날 공청회에서도 통학거리가 고려된 배정안에 대한 환영의 목소리가 높았다.

고1 자녀들을 둔 한 학부모는 “서구에 살고 있는데, 자녀가 (가장 마지막 순위에 적은) 북구에 있는 학교로 배정 받아 당황스러웠다”며 “공청회를 통해서 배정 결과에 어느 정도 납득이 갔다. 통학거리가 고려된 학교 배정안에 기대감이 크다”고 말했다.

배정 방식 손질보다 교육환경 개선이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란 의견도 있었다.

또 다른 학부모는 “학부모들 사이에선 자녀가 비선호 학교에 배정받으면 고등학교 3년이 ‘폭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며 “그런데 시간과 돈을 들이더라도 집에서 먼 곳에 있는 ‘좋은 학교’라고 생각되는 곳을 보내 만족했던 경험이 있다. 학교의 교육환경 개선이 우선되길 바라며, 학교별 특성에 대해 학부모들이 쉽게 알 수 있는 자리가 많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시교육청은 이번 공청회 및 온라인 설문조사를 통해 얻은 의견들을 수합 후 의미있는 부분은 당장 내년도 고입전형에 반영하겠다는 계획이다.

정훈탁 진학팀 장학관은 “늦더라도 긴 호흡으로 현행 고입 배정 방식을 조금이나마 개선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시대의 변화에 따른 학교 전환, 교육력 제고 등 의미있는 의견들이 많이 제시됐다. 앞으로도 학부모들과 교육 정책 방향을 고민하는 자리를 자주 만들겠다”고 말했다.
양가람 기자 lotus@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