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의심원…대나무를 향한 중국인들의 특별한 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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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반
죽의심원…대나무를 향한 중국인들의 특별한 애정
제14회 광주비엔날레 파빌리온 관람기 ③중국관
‘뱀부로 보는 마음의 공간’ 기획
은암미술관 대나무 주제로 전시
첸준 등 8명 서예·조형작품 선봬
"대나무 정신의 현대 관점 담아"
  • 입력 : 2023. 04.18(화) 17:24
  •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
은암미술관은 제14회 광주비엔날레의 국가별 부록전시인 파빌리온에서 중국관으로 조성됐다. 도선인 기자
“고기가 없어도 식사는 할 수 있지만 대나무가 없으면 살 수 없다네. 사람은 고기가 없으면 허약해지겠지만 대나무가 없으면 속되게 된다네.”

이는 중국 북송 시대의 인물로 걸출한 대표 시인 중 한 명인 소동파가 대나무를 생각하며 쓴 글이다. 이처럼 대나무를 향한 중국인들의 애정은 특별하다. 그들은 사시사철 푸르고 줄기가 곧게 쪼개져 지조와 절개를 상징하는 대나무를 존경하고, 찬양한다.

대나무를 소재로 한 서예와 같은 전통미술부터 영상, 조형과 같은 현대미술까지 엿볼 수 있는 전시가 광주에서 열리고 있다. 광주 동구 대의동에 위치한 은암미술관은 제14회 광주비엔날레의 국가별 부록전시인 파빌리온에서 중국관으로 조성됐다. 은암미술관은 ‘죽의심원: 뱀부로 보는 마음의 공간’이라는 제목으로 ‘대나무 예술’을 선보인다.

파빌리온 중국관 참여작가 8명은 대나무에서 모티브를 얻거나 대나무를 작품 소재로 활용했다. 관람객들은 중국 전통문화의 주요한 심상인 ‘대나무 정신’에 대해 새로운 관점과 다양한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다.

은암미술관에 전시된 마펑후의 수묵화 작품 ‘망죽’. 도선인 기자
전시관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마펑후이의 수묵화 ‘망죽’을 감상할 수 있다. 이 작품은 종이가 아닌 실크 소재의 천에 수묵화로 대나무를 그린 것이다. 이어 천장에도 실크 소재의 천을 대나무 모양처럼 잘라 줄지어 매달아 놨는데, 마치 작은 대나무숲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천장에 달린 실크 대나무에도 수묵화 ‘망죽’의 수묵 선이 언뜻언뜻 비친다.

류칭은 스테인리스 스틸로 만든 조형작품 ‘도시죽영’을 선보였다. 이 작품은 대나무와 함께 서 있는 판다, 청소년, 아이 등의 모양을 하고 있다. 류칭은 작품을 통해 이 시대 사람들의 내면에 담긴 대나무의 품격과 정신, 강인한 의지 등을 나타내고자 했다.

치훙옌 또한 스테인리스 스틸 소재로 조형작품 ‘설죽’을 만들었다. 눈 속에 파묻혀 우뚝 솟은 대나무의 모양을 한 이 조형작품은 거센 바람과 폭설에도 두려워하지 않는 대나무의 강직함을 말하고 있다.

은암미술관에 전시된 한진펑의 설치작품 ‘죽어’. (재)광주비엔날레 제공
2층 전시관으로 올라서면 한진펑의 설치작품 ‘죽어’가 관람객을 맞이한다. 이 작품은 동그란 고리 형태로 잘라낸 대나무를 마디마디 엮어 천장에 줄지어 매단 모양을 하고 있다. 특히 관객이 작품에 다가서면 각각의 대나무 고리 줄이 회전하는데, 이는 관람객들로 하여금 적극적인 감상 태도를 갖게 한다.

은암미술관에 설치된 장톈이는 조형작품 ‘인죽’. (재)광주비엔날레 제공
장톈이는 조형작품 ‘인죽’을 통해 굽어질언정 끊어지지 않는 대나무의 속성을 나타냈다. 스테인리스 스틸 소재로 대나무를 만들었는데, 대나무 끝을 쇠줄 여러 개로 연결해 바닥으로 팽팽하게 당겨 줄기 중간 구부러진 모양을 하고 있다. 이는 여러 타격에도 줄기가 쉽게 끊어지지 않아 지조와 절개를 상징하는 대나무 정신의 추상성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외에도 대나무를 신비스러운 색감의 영상으로 담은 비디오 아트, 대쪽을 이어 붙여 아름다운 산천을 조형화한 작품 등이 전시됐다. 특히 은암미술관의 중국관 전시는 중국에서 유일한 국가 조형 예술 박물관인 중국미술관의 관장 우웨이산이 큐레이션을 맡아 의미가 크다.

우에이산 관장은 “지난해는 한중수교 30주년이 되는 해였다. 이어 한국서 열리는 파빌리온 중국관은 중요한 이벤트다”며 “현대 중국예술이 대나무라는 전통적 이미지를 어떻게 이해하고 전환시켰는지 보여주고자 했다. 수묵화부터 비디오 아트까지 관객들이 전통적 운치와 심미적 분위기 속에서 현대예술의 표현 방식을 느끼길 바란다”고 말했다.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