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시설’ 부정적 인식… 힘겹게 건립되는 특수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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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교육청
‘혐오시설’ 부정적 인식… 힘겹게 건립되는 특수학교
내년 3월 선암동에 ‘선예학교’ 개교
주민 반대 우려에 부지 확보 어려움
특수교육 대상자 증가 과밀화 심각
장거리 통학 완화·교육 선택권 확대를
  • 입력 : 2023. 04.25(화) 18:10
  • 양가람 기자 lotus@jnilbo.com
광주 광산구 선암동의 한 아파트 공사 현장 인근에 특수학교인 ‘선예학교’가 지어지고 있다. 나건호 기자
최근 저출산 여파로 학생 수가 줄면서 빈 교실이 늘고 있지만, 장애학생을 위한 특수학교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장애학생 교육 선택권 확대와 과밀화 해소를 위해 교육당국이 건립을 추진하더라도 인근 주민들의 ‘혐오시설’이란 부정적 인식 탓에 번번이 반대에 부딪히는 사례가 많다.

광주 광산구 선운2 공공주택지구 내 1만4912㎡ 부지에 건립되고 있는 ‘선예학교’도 땅 확보에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광주시교육청은 수년 간 LH본부, 국토교통부, 교육부 등과 협의한 끝에 지난 2020년 선예학교 부지를 확보할 수 있었다. LH로부터 제반 시설 협조 약속을 받아 지난 2021년 9월 시작된 공사는 77%의 공정률을 보이며 오는 8월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부지매입비를 포함한 총 사업비는 약 610억원으로, 38학급 251명의 학생이 공부하게 된다.

현재 광주에는 총 5개의 특수학교가 있다. 지적·자폐성 장애인을 위한 선광학교, 선명학교와 청각·발달장애 학생이 재학하는 선우학교 등 공립 특수학교 3곳, 은혜(지체장애), 세광(시각장애) 등 사립 특수학교 2곳이다. 하지만 이들 학교만으로 특수교육 수요를 감당하기는 버겁다. 학령인구 감소 속에서도 특수교육 대상자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의 ‘광주지역 연도별 특수교육 현황’ 자료에 따르면, 특수학교에 다니는 학생 수는 2019년 1026명에서 2022년 1090명으로 늘었다. 일반학급 내 특수교육 대상자까지 합하면, 광주지역 특수교육 대상자는 2019년 2871명에서 2022년 3218명으로 증가했다.

장애학생의 특수교육 수요 증가에 따라 특수학교의 과밀화 현상도 심화되고 있다. 광주 특수교육 학급·학생 수는 △2017년 180학급 967명 △2018년 190학급 1016명 △2019년 197학급 1026명 △2021년 204학급 1036명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특수학교 학급당 법정정원기준 △유치원 4명 △초등 6명 △중학 6명 △고등 7명 △전공 9명을 맞추려고 음악실이나 미술실 등의 공간을 일반 교실로 전환시키면서, 특수교육 대상자들의 다양한 수업외 활동에 제약이 발생하고 있다.

내년 3월 개교하는 선예학교는 법정기준에 맞춰 △영아 1학급 4명 △유치원 1학급 4명 △초등 12학급 72명 △중학교 9학급 54명 △고등 9학급 63명 △전공 6학급 54명이 배치된다. 기존 선광·선명·선우학교 학생이 선예학교로 전학하면 과밀 현상 해소가 기대된다.

특수교육 대상자들의 장거리 통학 문제도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시 교육청은 통학구역 조정을 위해 학교, 학부모 측과 협의 중이다. 오는 5월 말께는 학부모 대상 설명회도 진행할 계획이다.

최준기 광주시교육청 중등특수교육과 특수교육팀 장학사는 “특수교육 대상자의 증가로 많은 특수학교에서 활동실 등을 학급으로 전환해 사용하는 등 학급 수 부족 문제가 심각하다”며 “선예학교의 개교로 기존 특수학교의 과밀화가 어느 정도 해소될 거라 기대한다. 다만 일부 지역구에 특수학교가 쏠려 있어 학군 조정이 필요한 상황이라, 충분한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모두가 공감할 만한 결과를 도출해 내려 한다”고 설명했다.

배영준 광주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활동가는 “통학차량이 있더라도 장시간 버스를 타는 건 장애학생들에게 큰 고통”이라며 “선예학교 설립으로 인근 거주 학생과 학부모들의 이동거리가 크게 줄어들 뿐 아니라 장애학생들의 학교 선택지가 하나 더 늘었다. 장애학생들의 교육 선택권이 더욱 확대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선예학교 설립을 요구했던 부모연대는 특수교육이 나아가야할 방향을 제시해주길 바란다는 기대감도 드러냈다.

최인관 광주장애인부모연대 사무처장은 “장애 학생에게 필요한 건 책에서 얻는 지식이 아닌, 삶(현실)에 잘 융화될 수 있도록 돕는 교육”이라며 “안타깝게도 현재 우리나라 특수학교 교육과정은 학업 중심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사회는 변했는데, 학교는 여전히 교육복지와 장애인복지로 이분화 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부모연대는 설계 과정 전반에서 장애인 개별 특성에 맞는, 일상에 대한 고민이 담긴 혁신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며 “특수학교가 혐오시설로 인식되고 있는 상황에서 선예학교가 장애학생들의 지역사회 참여와 공존을 위한 발판 역할을 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양가람 기자 lotus@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