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병원 전전하는 부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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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병원 전전하는 부모들
김혜인 사회부 기자
  • 입력 : 2023. 05.02(화) 16:35
김혜인 기자
“아이를 낳기만 하면 끝이 아닙니다. 낳고부터가 진짜 시작이죠.”

새벽 2시에 병원에 도착해 접수 시작시간인 오전 7시까지 접수를 위해 밤새 기다린 어느 한 엄마의 말이다. 이 엄마는 수족구에 걸린 두 살배기 아들을 입원시키기 위해 밤잠을 설쳐가며 병원 앞에서 쭈그려 앉아 있었다.

옛날부터 소아과는 북적거리는 모습이 익숙하지만 문을 열기전부터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 현상이 최근들어 더 심해졌다. 소아과 접수번호표가 하늘의 별따기가 됐기 때문이다.

현재 대한민국의 저출산 현상이 가뜩이나 심한데 소아과 찾기가 그렇게 어려운 일이라고는 생각치 못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출생아수는 24만9000여명으로 집계됐다. 1970년 통계 작성 이래 매년 최저치를 기록해왔으며 10년 전과 비교해도 출생아 수가 절반으로 준 것이다.

태어나는 아이들이 줄고있으니 그만큼 소아과로 향하는 발걸음이 줄었을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감소하는 출생 지표보다 더 심각한 것은 부족한 소아과 의사들이었다.

광주·전남의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수는 지난해 12월 기준 광주는 233명, 전남은 154명이다. 의료복지 수준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인 인구(0~18세) 1000명당 소아청소년과 의사 수가 광주는 0.96, 전남은 0.59로 나타났다. 지난해 한국의 인구 1000명당 의사 수가 2.18명으로 집계된 점에 비춰볼 때 소아청소년과 의사 수는 턱없이 부족하다.

의사가 없으니 자연스레 소아과 병·의원 줄폐과가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대한소아청소년의사회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전국에서는 소아청소년과 병·의원 617곳이 개업했고 662곳이 폐업했다. 마찬가지로 광주·전남의 소아청소년과 의원 수도 줄고있다. 광주는 2019년 47개소에서 지난해 41개소로, 전남은 27개소에서 26개소로 감소했다.

이렇게 소아청소년과가 축소되는 이유는 저출산 기조때문에 낮아진 전망과 건강보험 확대로 인해 적은 의료수가가 꼽힌다. 저출산 사회에서 열악한 소아청소년과 진료환경으로 출산과 육아를 망설이는 가정이 생겨날 우려가 있다. 많이 낳는 것보다 한 명의 아이라도 제대로 키울 수 있도록 소아청소년과 의료 지원을 확대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