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박찬규>귀촌일기- 농촌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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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칼럼
아침을 열며·박찬규>귀촌일기- 농촌의 하루
박찬규 진이찬방식품연구센터장
  • 입력 : 2023. 05.03(수) 14:57
박찬규 센터장
봄맞이 농촌의 하루는 먼동이 트면서 시작된다.

창문이 밝아오면 자동으로 눈이 떠지는 것이 도시 생활과 다르다. 출근 시간이 따로 없어 시간에 쫓길 필요는 없지만 그럼에도 하루의 계획이 눈을 뜨면서부터 세워지는 것이 농촌의 생활이다.

오늘은 어떤 일을 할 것인가? 농촌의 일과는 바로 해야 할 일의 우선순위가 정해진다. 지금 시기는 밭일과 논일을 병행해서 하게 되는 시기다. 겨울 동안 묵혀 놓았던 논갈이에서부터 로터리치는 일이 대부분 5월 초까지 끝내야 하는 일이다. 정부에서 제공해 주는 가리 거름은 4월 중에 뿌려서 땅심을 잡아주었기 때문에 비 오는 날을 골라서 로터리치는 일을 마치는 것이 지금 해야 할 순서다.

대부분의 농가에서 5월 중에 모자리 볍씨를 담가 모판을 키우게 되는데 못자리 모판용 상토도 마을까지 배달을 해주고 있기 때문에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요즘의 논농사는 공정 자체가 기계화돼 있기 때문에 농기계가 없는 일반 소농가에서는 장비를 소유하고 있는 대농의 힘을 빌려 농사를 짓게 된다. 귀농·귀촌해서 농촌 생활에 적응하고 있는 농부들은 소농으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고 밭농사도 이것저것 다양한 종류를 많이 심는다. 요즘은 터널고추를 심는 시기가 지나고 노지에 고추를 심고 있다. 한편에서는 고구마를 심는 부부의 모습이 눈에 띄기도 한다.

옥수수도 심고 호박과 오이를 심다 보면 어느새 오전이 지나버리고 점심 때가 된다. 반찬의 재료는 대부분 자급자족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상추와 쑥갓도 심고 시금치나 가지도 심는다. 하지감자의 싹이 튼실하게 자라나고 있고 마늘밭에는 벌써 마늘종이 나와서 마늘종을 꺾어줘야 한다. 며칠 후에는 참깨와 콩도 심어야 한다. 이러다 보면 봄날 농촌의 하루는 금방 해가 저문다. 옛날에는 농사일에 품앗이 제도가 있어 함께 일하고 중간에 새참을 먹으면서 마을 사람끼리 우의를 다지기도 했지만 지금은 대부분 자기 일은 가족 단위로 하고 있다.

면적이 넓은 경우에는 농사일을 거둘 사람이 없어 부족한 인력을 구하기 위해 애를 태우기도 한다. 요즘은 밭일을 위한 인력을 외국인으로 많이 고용하기도 하는데 하루 일당이 10만원이 넘다 보니 인건비 부담 때문에 선뜻 이용하기도 주저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부부가 해야 할 일이 그만큼 많아진다. 도시 생활에서 전원생활을 꿈꾸며 귀농·귀촌해 텃밭의 수준을 넘어 밭작물을 재배할 경우에는 그만큼 시간 여유를 갖기가 힘들다.

필자의 경우에는 고추 농사를 지으면서 지혜가 부족해 본인의 한계를 무시하고 많은 양을 재배하다가 무리하고 몸이 망가지는 경험을 했다. 고추를 따서 건조기에 말리지 않고 햇빛이 잘 드는 옥상에서 태양초를 만들다 보니 계단을 오르내리는데 허리를 다쳐 결국은 수술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농촌에 귀농·귀촌한 사람이 몸이 망가지면 모든 것이 멈춰 버린다. 대부분의 일을 본인이 해야 하는데 몸이라도 다쳐 할 수 없게 된 경우에는 귀농·귀촌의 의미가 없어진다. 그래서 도시에서 생활할 때보다 본인의 건강관리에 관하여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필자의 경우도 허리 수술 후 농사일을 멈추고 1년 넘게 재활 과정을 거치고 나서야 정상을 찾았다. 건강보험공단에서 매년 정기검진을 통해 질병을 예방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으니 귀농·귀촌해서 농사일을 하는 경우에는 건강검진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몸이 아픈 다음 병원을 찾게 되면 자칫 큰 병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건강검진은 예방을 위해 제때 받는 것이 현명하다.

농촌의 봄은 쉴 틈이 없다. 만물의 싹이 움트기 시작하면 해야 할 일이 많아진다. 그만큼 시간 여유가 없어지는 것은 물론이다. 그래도 봄이 바쁘면 가을에 수확하는 기쁨을 맛볼 수 있기 때문에 농촌 생활은 하루해가 저물 때까지 일하는 즐거움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