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존중받아야 할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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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존중받아야 할 선
이요한 북부경찰 경비과 경장
  • 입력 : 2023. 05.07(일) 14:58
이요한 경장
푸르른 가로수 길을 지나며 오늘도 출근길에 오른다. 추운 겨울은 지나가고 따스한 봄을 맞이하며 늘 지나던 그 길을 서둘러 지나친다. 오늘도 어김없이 푸른 나무들 사이로 그들 나름의 주장과 호소가 담겨있는 각양각색의 플랭카드를 마주하게 된다. 존중받고자 하는, 지켜졌어야 할 그들의 이야기를 오늘도 읽어내려가며 녹색신호를 기다린다.

집회현장에서도 집회참가자들의 이야기만큼 존중받아야 할 선(線)이 있다. 적법한 집회·시위의 보호와 공공의 질서유지를 위해 필요 최소한의 범위를 정한 선(線), 바로 질서유지선이다. 질서유지선은 집회 및 시위에서 국민의 자유와 기본권을 지키기 위한 중요한 수단이자 안전을 보장해주는 ‘안전선’이 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집회 현장에서는 본래의 목적과는 다르게 집회참가자들을 통제하고 제한하는 의미로만 잘못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 오해와 편견 속에서 우리들의 ‘안전선’을 해치는 행위를 하고 있지는 않았나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질서유지선은 집회참가자와 경찰 그리고 일반시민 모두의 신뢰와 약속이라고 생각한다. 과거에는 질서유지선을 침범해 경찰과 대치하고 폭력과 무질서로 언론과 국민에게 관심을 이끌어 집단의 이익을 관철시켜온 사례가 많았다. 하지만 불법 집회·시위는 물적·인적 피해와 같은 커다란 사회적 비용을 초래하고 무엇보다도 집회참가자 자신들의 의도와는 다르게 국민의 부정적 여론을 야기하게 된다.

질서유지선을 설정하고 그들의 주장이 담긴 발언과 구호를 듣다 보면 존중받고자 하는 그들의 사정과 현실이 눈앞에 그려질 때가 있다. 다만, 존중과 인정을 요구하면서도 질서의 상징인 질서유지선을 침범하는 사례들을 겪다 보면 집회참가자들의 진정성이 퇴색되는 순간들이 온다. 이런 순간들은 수많은 통신매체와 SNS 등에 전파를 타게 되고 곧 그것은 우리의 머릿속에 오랜 잔상을 남긴다. 아무리 옳고 좋은 주장이라 할지라도 그것이 어떻게 전달되고 보여지는가에 따라 일반시민들의 응원과 박수가 아닌 비난의 삿대질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존중받아야 하는 선, 지켜야 할 선을 때론 우리가 생각지도 못한 사이에 넘어서고 있는 것은 아닌가. 집회참가자들이 일반시민들과의 긍정적인 공감대를 형성하고 정당한 권리를 주장하여 보상받기 위해서는 자발적으로 선을 지켜내는 분위기가 먼저 조성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