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0교시·야간학습’ 강제 교육청 월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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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0교시·야간학습’ 강제 교육청 월권이다
지역교육단체 인권위에 진정
  • 입력 : 2023. 05.07(일) 17:43
광주지역 교육단체가 일선 고등학교의 ‘0교시’와 ‘야간보충수업’이 학생의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0교시’와 ‘야간보충수업’은 학벌 만능주의가 만들어 낸 일그러진 교육의 민낯이다. 학생들이 가진 다양한 특기와 적성을 살리기는커녕 오직 좋은 대학을 위해 강제교육도 불사하겠다는 교육현장의 현실이 안타깝다.

7일 광주학생삶지키기교육연대에 따르면 이정선 광주시교육감 부임 이후 인문계 고교 10개 중 6개교가 폐지했던 0교시 등교와 야간 보충수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강제학습의 부활은 광주시교육청이 조기등교와 야간 보충수업 금지 조항이 담긴 ‘정규외 교육활동 기본 계획’을 폐지했기 때문이라는 게 교육연대의 설명이다. 전교조광주지부 등도 교육활동 기본계획을 폐지 할 경우 광주시교육청이 단체와 협의를 해야 하는데 진행하지 않았다며 노동청의 조사를 요구했다.

학생들의 성적만큼 중요한 것은 학생들이 어떻게 사느냐는 것이다. 학생들이 실력과 더불어 자신의 적성과 능력에 맞춰 미래를 준비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야말로 우리 교육의 목표여야 옳다. 그런데도 광주시교육청이 성적을 위해 획일적인 교육을 강제하는 것은 전인교육이라는 교육의 더 큰 가치를 포기한 것이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다는 자세도 교육의 본질과 거리가 멀다. 성적이 우선인 상황이라면 공교육이 존재할 이유나 명분도 없다.

학생인권조례는 학생들이 정규 교육과정 이외의 자발적이고 명시적인 동의없이 강제 교육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돼 있다. 광주시교육청은 조기 등교와 방과 후 교육활동 등에서 학생들의 선택권을 보장해야 한다. 예체능을 목표로 하는 학생에게 맹목적인 조기등교나 야간학습을 강제하는 것은 분명히 월권이다. 마치 밥을 많이 먹으면 건강해 진다고 생각하듯, 잠을 줄이고 공부 시간을 늘리면 실력이 오를 것으로 기대하는 것도 큰 착각이다. 교육의 목표는 아이들의 건강한 삶을 지키는 데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