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박병훈> 죽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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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박병훈> 죽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다
박병훈 톡톡브레인심리발달연구소 대표
  • 입력 : 2023. 05.08(월) 13:08
박병훈 대표
우리는 기억하고 있어야 한다. 진한 한숨처럼 한겹 한겹 마음속에 빼곡하게 묻었던 슬픔이라도 기억해야 한다. 그래야 때가 되면 진실을 되찾을 수 있다. 희생자의 넋 앞에서 살아있는 자의 슬픔으로 인한 죄책감과 이렇게 생생한 5월의 진실을 침몰시키려는 세력 때문에 5월은 다시 잔인하다. 역사를 기억하려는 사람들과 기억하지 못하도록 방해하려는 사람들이 치열하게 싸우고 있다. 무엇이 두려워 기억의 흔적을 지우려는 것일까. 그 이유가 몹시 궁금하다. 진상을 밝혀 책임질 사람에게 딱딱 책임을 묻는 것이 순리일 것이다.

순리대로 어김없이 봄이 왔다. 올 봄은 상처 하나를 더 동여매고 왔다. 그래서 유난히 차갑고 애처로운 봄이다. 처연한 봄답지 않게 모든 자연의 구성원들이 자태를 뽐내며 자신의 존재가치를 드러내고 있는 계절이다. 흔들리며 떨어진 이팝나무의 꽃이 압화처럼 아스팔트 도로에 박혀 있다. 마치 자기의 찬란한 날이 지속되기를 바라듯이. 시선을 돌려 조금만 눈을 들면 이산 저산 등성이에 각양각색의 나무들이 연두, 진연두, 녹색, 진초록의 색깔을 띠며 자기의 모습대로 서 있다. 이런 날에는 바람을 벗 삼아 흩어진 마음을 추스르기에 안성맞춤이다.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라는 불청객은 감수해야 한다. 걷다 땀이 날 때쯤 불어오는 바람은 청량감을 준다. 그 바람에 이제 가냘픈 아이의 손처럼 여린 싹을 내민 나무들이 흔들린다. 곧이어 모든 나무들이 같은 품새로 흔들린다.

그러나 흔들리지 않는 나무가 있다. 죽은 나무다. 죽은 나무와 같은 꼬락서니를 한 인간들이 도처에 나타나고 있다. 떵떵거리며 거침없이 자기의 방식만으로 내달리며 살아온 지도자들이나 종교사기꾼들은 죽은 나무다. 이들은 사람들의 아우성이나 비판에 아랑곳하지 않는다. 생각과 마음이 병들어 있기 때문이다. 자기들만의 견고한 성을 쌓고 그 안에 온갖 욕망과 부조리를 몰아넣고 발효시킨다. 죽은 나무 같은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감정을 느낄 수 없다. 그러므로 타인의 한숨 소리와 분노에 적절하게 응답할 수 없다.

당연하게도 이들은 좋은 리더가 될 수 없다. 나쁜 리더와 좋은 리더의 경계는 무엇일까. 우선 좋은 리더는 비전을 보여주는 리더다. 비전은 도달할 수 있으나 지금은 보이지 않는 목표다. 리더는 솔선수범하면서 이런 비전을 보여주어야 한다. 둘째, 리더는 자신의 일, 섬기는 곳과 그 구성원을 진심으로 존중하고 사랑하는 사람이다. 셋째, 리더는 연대와 협력을 할 수 있는 사람이다. 연대와 협력은 타협과 양보와 배려가 전제되어야 가능한 일이다. 타협과 양보와 배려는 상호 간 의사소통을 통해 타인을 이해하고 수용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넷째, 리더는 기꺼이 상대를 위해 시간과 물질과 에너지를 쏟아야 한다. 나누는 삶 말이다. 다섯째, 리더는 약자를 껴안아야 한다. 진정한 힘은 힘없는 사람을 억압하는 것으로부터 나오는 것이 아니다. 약자와 함께 울고 웃으면서 그들의 아픔을 이해하고 공감할 때 리더십이 생긴다. 마지막으로 리더는 책임감을 느끼는 사람이다. 책임감은 상황에 적절하게 반응하는 능력을 말한다. 자신의 가치와 정체감을 고수하는 것이 아니라 환경의 변화에 맞는 선택을 하는 것이 책임감이다.

반면에 바람직하지 않은 리더의 기준은 무엇인가. 우선 좋지 않은 리더는 공부가 되지 않은 사람이다. 모르면 우길 것이 아니라 배우면 될 일이다. 그런데 모르면서도 그것을 인정하지 않는 자들이 세상에 판치고 있다. 둘째, 이보다 좋지 않은 리더는 공부가 되어 있지 않으면서 용감한 사람이다. 재미있는 것은 무식하면 자연스럽게 용감해진다는 것이다. 셋째, 이보다 더 좋지 않은 리더는 무식하고 용감하면서 소신까지 있는 사람이다. 넷째, 이보다 더 심각한 리더는 무식하고 용감하고 소신까지 있으면서 열심히 하는 사람이다. 정말 끔찍한 일이다.이들은 차라리 어떤 일을 하지 않는 것이 좋지만 절대로 이런 유형들은 가만히 있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최악의 리더는 앞서 말한 네 가지 요소에 더해 높은 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이다. 나는 죽어 있는 사람인가. 바람을 느끼고 흔들리며 살아가는 사람인가. 계절의 여왕이라는 5월의 싱그러운 봄 바람 앞에 가만히 서서 바람이 주는 흔들림을 느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