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광주오픈의 숨은 공신 ‘볼 퍼슨’
  • 페이스북
  • 유튜브
  • 네이버
  • 인스타그램
  • 카카오플러스
검색 입력폼
체육일반
2023 광주오픈의 숨은 공신 ‘볼 퍼슨’
조선대 스포츠산업학과 재학생 40여 명
궂은 날씨 속 진월과 염주 오가며 활약
심판진 및 선수단 “볼 퍼슨 수준 높았다”
  • 입력 : 2023. 05.09(화) 13:56
  • 한규빈 기자 gyubin.han@jnilbo.com
2023 광주오픈 국제남자챌린저테니스대회에 볼 퍼슨으로 참가한 손수아 씨(오른쪽)가 7일 광주 진월국제테니스장에서 단식 결승전에 앞서 동료와 함께 춤을 추며 코트 바닥의 물기를 말리고 있다. 한규빈 기자
2023 광주오픈 국제남자챌린저테니스대회가 8일간의 대회 기간 중 절반 이상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 속에서도 무사히 마쳤다. 이번 대회에 참가한 선수들은 비가 내리면 야외 코트에서 경기를 진행할 수 없는 테니스의 종목 특성상 진월국제테니스장과 염주체육단지 내에 위치한 전천후테니스장을 오가며 우여곡절 끝에 대회를 마무리했다.

올해 대회를 무사히 마무리한 데는 볼 퍼슨과 통역, 마케터 등으로 참여한 조선대 스포츠산업학과 재학생 40여 명의 역할이 컸다. 이들은 정상적인 경기 진행을 위해 코트 바닥의 물기를 닦아내거나 말리는데 발 벗고 나섰다. ATP 관계자들과 심판진도 이들을 도왔고, 지난 7일 단식 결승을 앞두고는 한 볼 퍼슨의 에너지에 시선이 집중되기도 했다.

시선을 집중시킨 주인공은 손수아(22)씨. 그는 모두가 지쳐있는 시점에 신나게 춤을 추며 에너지를 발산했다. 그의 에너지에 주변에 있던 동료 볼 퍼슨들과 심판진, 대회 관계자 등도 함께 춤을 추며 코트를 닦고 말리는데 열중하기도 했다.

손 씨는 “지도교수님께서 추천해 주셔서 광주오픈 볼 퍼슨으로 지원하게 됐는데 힘들까 봐 걱정도 했지만 너무 재밌었다”며 “과 선후배, 동기들이 다 같이 있으니까 협동심도 느껴졌고, 함께 공을 줍고 던지니 시간 가는 줄 몰랐다”며 미소를 지었다.

이어 “저희 학과가 다들 흥이 넘친다. 노래가 나오니까 흥이 올라서 자연스럽게 춤을 췄다”며 “저희가 춤을 추니까 심판 선생님들이 칭찬도 해주시고 같이 추시기도 하시니까 코트를 말리는 게 하나도 힘들지 않았다”고 부연했다.

2023 광주오픈 국제남자챌린저테니스대회에 볼 퍼슨으로 참가한 손수아 씨가 5일 광주 전천후테니스장에서 열린 복식 준결승 경기 중 선수가 골라낸 공을 줍고 있다. 한규빈 기자
물론 힘든 부분이 없진 않았다. 그는 “대회 초반에 친구가 공을 들고 있다가 놓쳐서 한 번 튕겨졌는데 선수가 자기 집중력이 흐트러진다고 엄청나게 화를 냈다”며 “저한테도 뭐라고 할까 봐 무섭기도 했다”고 귀띔했다.

이어 “막상 경기에 투입되니 선수들이 다들 친절하고 스윗하셔서 긴장이 풀렸다”며 “비가 많이 와서 경기가 밤늦게까지 이어지다 보니까 배가 고프고 몸이 추운 것이 유일하게 힘들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같은 학과에 재학 중인 이승민의 경기를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것도 특별한 경험이었다. 손 씨는 “학교에서 항상 보던 후배가 경기를 하는데 제가 공을 던져줬다”며 “대회 전에 연습을 할 때 리허설을 했는데 실전에서 볼 퍼슨으로 투입돼 경기를 돕는 것은 또 다른 느낌이었다”고 회상했다.

이에 대해 이승민은 “과 친구들이 많이 와서 볼도 던져주고 관중석에서도 응원을 해줘 긴장도 됐지만 정말 큰 힘이 됐다”고 감사함을 전했고, ATP 관계자 역시 “이번 대회 볼 퍼슨들의 교육이 잘 되어있어 원활한 경기 진행이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한규빈 기자 gyubin.han@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