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교육의 창·장욱종> '평생 선생님'을 만나게 되는 학교에서 꼭 필요한 것은 '관계'와 '존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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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일보]교육의 창·장욱종> '평생 선생님'을 만나게 되는 학교에서 꼭 필요한 것은 '관계'와 '존중'
장욱종 함평군청소년문화의집 관장
  • 입력 : 2023. 05.21(일) 14:04
장욱종 관장
당신의 희생이 있었기에 지금, 이 순간의 ‘나’가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내가 미처 몰랐던 감사함을 나에게 알려주는 사람, 그런 사람이 내 곁이 있다는 건 고마운 일.

내 곁에 좋은 사람들이 있고, 건강히 걷고 일할 수 있는 몸과 내 걱정을 해주는 가족과 사랑받고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 이 모든 것은 고마움에 대한 사전적 정의이자 표현이다. 학생을 가르치는 사람, 때로는 존재 이유를 모르겠는 사람을 나타낸 ‘선생’이라는 명사는 학생과 선생님 사이의 간극이 심각하게 벌어져 있다는 뜻의 사전적 정의는 아닌지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예전 설문 조사를 통해 나타났던 선생님에 대한 내용은 70퍼센트 정도의 학생이 “학교 선생님들 중에는 훌륭한 분들이 많다” 라는 항목에 대해 긍정적으로 답했지만, 초등학생일 때 90퍼센트 이상의 학생이 그렇다고 답했던 것에 반해 고등학생들은 60퍼센트 정도의학생만이 긍정적으로 답했다. 학교에서 오래 생활하면 할수록 학생들이 선생님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선생님과 학생들 사이에 갈등 및 간극이 심화된다는 것을 설문조사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성적으로만 사람을 평가한다는지, 공정치 못한 체벌을 가한다든지, 노골적으로 편애를 한다든지, 학생의 입장에서 보는 선생님을 가까이 할 수 없는 부정적인 면들은 참으로 많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무관심일 것이다.

우리나라 중고등학교에서 학생들에게 학교는 집에서 잠자는 시간을 빼면 거의 생활의 전부라고 할 수 있을 만큼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최근에는 초등학교에서도 늘봄학교를 시범적으로 운영함으로서 이제는 초등학생까지 학교에서 지내는 시간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게 현실이다. 그러니 여기서 선생님과의 ‘관계’가 중요하다는 것은 굳이 강조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학생들은 “선생님과의 관계요? 글쎄요. 관계라고 할 것도 없어요. 그냥 수업듣고, 되도록 찍히지 않게 조심하는 거죠, 뭐.”라고 말한다. 그만큼 서로가 서로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고, 서로를 인간으로서 존중하려고 하지 않는 것이다.

이것은 선생님과 학생, 쌍방 간에 모두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왜냐하면 선생님들 역시 학생들과 동일한 공간에서 생활하며 동일한 환경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이다.

“나는 교문을 들어서면 거의 무의식적으로 숨이 막힌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이상한 갑옷으로 나를 가리고 지퍼를 끝까지 올려 버린 듯한 갑갑함. 그것이 교문을 들어설 때 드는 정직한 내 느낌이다. 그리고 수업 종이 치고 교실로 향하는 내 발걸음은 언제부터인가 무겁게 내려앉고 말았다. 교실 팻말이 보이면 심호흡을 하고 문을 열기 전에 기도하는 심정이 된다. 제발 이 시간에 화를 내지 않기를. 아이들을 미워하지 않기를....”

위의 글은 한 선생님께서 학교와 교실, 학생들에 대해 가지고 있는 자신의 솔직한 마음을 글로 옮긴 것이다. 무관심에서 촉발된 학생과 선생님 모두를 상처 입히는 문제는 선생님 개인과 학생 개인의 문제 외에 복잡한 제도상의 문제가 얽혀 있다. 수십 명의 학생들과 한 명의 선생님의 “관계”를 맺도록 되어 있는 상황에서, 학생과 선생님이 친밀하다면 그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일 것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중고등학교는 대학에 가기 위한 정거장쯤으로 취급되는 세태가 만들어지게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구조적인 문제 이외에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학생들이 선생님에 대한 신뢰를 잃고 있다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우리나라에서 학생과 선생님의 관계는 대체로 부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우리 주위에는 다행히도 존경할 만한 선생님들이 여전히 많이 있다. 학교의 선생님들은 단지 지식을 주입시키는 존재가 아니다.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전해 줄 수 있는 다양한 경험과 개성을 소유한 인생 선배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학교는 단순히 ’지식과 기술을 전달‘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인격을 길러‘주기도 하는 공간인 것이다. 여건이 따라주지 않을 뿐, 많은 선생님들이 기본적으로는 학생들을 알고 싶어하고 이해하고 싶어한다.

선생님들과 가까이 지내고,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 현장에 있는 청소년들에게 학교의 선생님들과 ‘대화 창구’를 트는 것을 종종 이야기하곤 한다. 학교에서 학기 초에 형식적으로 실시하는 담임선생님과의 면담 시간에 어렵더라도 자기 고민을 알리고 도움을 청하는 것이다. 아니면 평소에 이야기해 보고 싶었던 선생님에게 상담을 부탁해 보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대화 창구를 열어 대화하고, 도움을 받게 되면 그 선생님들을 졸업 후에도, 또 성인이 되어서도 항상 찾아가 삶의 어려운 문제들을 상의할 수 있는 ’평생 멘토인 선생님‘을 만나게 된다. 서로의 ”관계’ 안에서의 존중으로부터 시작하여, 삶의 어려운 문제들까지도 상의 할 수 있는 “평생 친구처럼 다가갈 수 있는 선생님과 제자”로서 삶의 중요한 시기인 학창 시절을 행복하고 의미 있게 보낼 수 있도록 소중한 존재로서 역할을 위해 함께 하는 “스승과 제자”가 되기를 바래본다. 그렇게 하면 여러분의 선생님도 그렇게 다가오는 제자를 좋아하고 기다릴 것이기 때문이다.

학교라는 공간은 평생의 삶에 있어서 가장 소중하고 복된 경험과 체험을 하는 중요한 곳이자, 아이들을 존재 가치로서 올바른 성장을 가능토록 하는 터전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