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헌법 전문 수록 ‘의도적인 배제’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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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헌법 전문 수록 ‘의도적인 배제’ 아닌가
핵심현안 빠진 대통령 기념사
  • 입력 : 2023. 05.21(일) 18:10
5·18민주화운동 제43주년 대통령의 기념사는 짧고 간결했다. 오랜시간 그의 말에서 한 단어를 기다렸던 지역민들의 표정도 어둡게 만들었다. 공백을 제외하고 861자였던 윤석열 대통령의 이번 기념사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는 ‘오월’이었다. 5분 가량 이어진 기념사에서 10번 이상 언급됐다. 5·18까지 합치면 모두 14차례다. 그러나 역사 왜곡과 맞닿아 있는 ‘모욕’이나 ‘폄훼’, ‘훼손’이라는 단어는 결국 등장하지 않았다.

역대 5월 기념사 중 가장 짧았던 기념사는 2013년 제33주년 박근혜 전 대통령 기념사였다. 당시 공백 없이 837자가 낭독됐다. 더욱이 해당 기념사는 국정농단 사건으로 복역 중인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가 손을 봤다는 논란이 있었다. 그 다음이 바로 윤 대통령의 이번 기념사였다. 지난해 3분의 2 수준이고, 문재인 전 대통령의 2019, 2020년 기념사와 비교하면 4분의 1 분량이다.

내용만 충실하다면 짧은 게 무슨 소용인가. 한 줄이어도 만족할 수 있다. 그러나 광주지역 5월·시민단체는 기념사 후 ‘아쉽다’는 평 뿐이다. ‘5·18 정신 헌법전문 수록’ 공약 이행에 대한 의지는 물론, 5·18 폄훼·왜곡했던 여야 인사 등에 대한 언급 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5월 단체 대부분도 ‘5·18의 핵심 현안이 모두 빠진 맹탕 기념사’라고 허탈해 했다. 헌법 전문 수록을 의도적으로 배제하지 않고선 이런 기념사는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광주가 무리한 것을 요구하는 게 아니다. 윤 대통령이 후보 시절 광주를 왔을 때 했던 이야기를 지켜달라는 것이다. 더욱이 5·18 진상조사위원회의 활동은 올해로 끝난다. 밝혀질 진실은 여전히 산적한데, 그 부분에 대한 이야기도 없었다. 광주의 5월은 대통령의 의지와 직결되는 문제다. 또한 본인이 말했듯 “광주정신과 헌법은 맞닿아 있는 것.”이다. 이 말을 현실로 만드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 또 광주는 얼마의 시간을 견뎌야 하는 것인가. 답답한 날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