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목숨건 용기’ 지역내 추모사업 적극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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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목숨건 용기’ 지역내 추모사업 적극 나서야
영암 신북고 조직적 5·18 참여
  • 입력 : 2023. 05.22(월) 17:37
영암 시종면 박재택(63)씨는 80년 5월 당시 영암에서 활동한 ‘영암 신북고의 학생 시민군’이었다. 신북고 학생들의 5·18민주화운동 참여는 그야말로 목숨을 건 용기였다. 학생들은 80년 5월 21일 신북터미널에서 도움을 요청하던 광주 시위대를 보고 ‘학살의 참상’을 알게 됐다. 이에 6명이 모여 시위대에 참여했다. 박씨를 비롯 박찬채·최준·서성규·최황우·현흥권 등이다. 이들은 주로 무장을 위한 총기·총탄 수집 역할을 맡았다.

활약도 대단했다. 시위에 참여한 다음날인 22일에는 지역 청년들과 함께 두 차례에 걸쳐 시종파출소 인근 뒷산에서 경찰들이 숨겨 놓은 소총 300여 정을 획득해 시위대에게 건넸다. 23일 오전에는 영암 도포면 상리제 앞에서 예비군 중대장이 경운기에 몰래 싣고 가던 실탄 2만 3000여 발을 획득했다. 그러다가 이날 오후 ‘지역 치안유지대’에 무장해제를 당했다. 학생들은 순식간에 총을 뺏긴 뒤 경찰서에서 인적 사항을 적고 집으로 흩어졌다. 그 댓가로 이들은 후일 내란실행 등으로 형을 살게 된다.

신북고의 사례는 고등학교 학생들이 조직적으로 광주항쟁에 참여했던 유일한 사례다. 6명은 사망·부상·구속 등의 이유로 모두 유공자가 됐다. 이는 전남 지역 최다 수치다. 그러나 재판 기록 등으로 유공자 선정은 됐지만, 항쟁 직후 남겨진 기록이나 지역 내 사후 연구 등은 없다. 유일한 기록은 2022년 발간한 ‘영암사람들 5·18 항쟁기’ 구술집뿐이다. 더욱이 신북고는 80년 이후 공업고등학교로 전환되면서 생활기록부·사진·졸업장 등 각종 서류가 유실됐다. 당연히 학교 출신 중에 ‘5·18민주유공자’가 있다는 점도 잊혀졌다.

다행히 전남일보 취재로 이정식 전남에너지고(구 신북고) 교감은 오월 정신 계승을 위한 공간 마련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당연하면서 다행스러운 일이다. 5·18 전체 기소자 404명 가운데 전남 출신은 100여 명이다. 치열하게 싸웠던 전남 시민들을 위해 지역 내 연구와 적절한 보상 등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