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 전일칼럼> 미래세대의 길잡이가 될 '열사 추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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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일보] 전일칼럼> 미래세대의 길잡이가 될 '열사 추모비'
노병하 논설위원 겸 사회부장
  • 입력 : 2023. 05.25(목) 12:45
노병하 부장
전남일보 사회부가 제43주년 5·18민주화운동 맞아 진행한 캠페인성 기획기사인 ‘5·18 43주년-학교 내 기념공간 조성하자’가 지난 24일 11회를 마지막으로 완결됐다.

매년 5월이 다가오면 광주·전남 지역 신문들은 대부분 특집을 준비한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특집 기획하기가 매우 어렵다. 40여년이 지난 사건이다보니 기록들도 애매하고 사전에 공표된 자료들은 이미 달달 외울 정도로 기사화 됐기 때문이다.

올해의 경우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가 5·18 당시 암매장된 것으로 추정되는 유골 9기와 헬기 사격을 뒷받침하는 헬기 사격 연습탄두 등을 찾아낸 것이 눈에 띄었지만, 발표가 늦어 기획으로 연결되지는 못하는 분위기였다.

허나 그렇다고 안 쓸 수는 없는 일이다. 광주의 5월을 지역언론이 심도깊게 다루지 않는다면 누가 다룰 것인가. 이에 전남일보 사회부는 지난 4월부터 10여차례의 회의를 진행했다. 오후 10시까지도 결론이 나지 않는 날이 허다했고, 주제도 다양하게 나왔다.

결국 택한 것은 ‘미래’였다. ‘다른 말로는 ‘교육’이다.

1980년 5·18 항쟁 기간(5월18일~27일) 동안 성인들 이외에도 광주와 전남지역에서 수많은 청소년들이 국가폭력에 맞서 직접 총을 들거나 헌혈에 나서는 등 여러 방식으로 항쟁에 참여했고 피해를 입었다.

그 중에는 다행히 지금까지 기억되고 회자되는 열사도 있지만 상당수는 주변인을 제외하고는 잊혀져 갔다. 왜 그러는 것일까? 기자들에게 ‘의문’은 ‘취재’의 다른 말이다. 사회부원들은 기민하게 움직이며 자료를 수집했다.

지난 2월 5·18민중항쟁고등학생동지회가 펴낸 증언록 ‘5월, 새벽을 지킨 소년들’에서 어느 정도 규모가 나왔다.

증언록을 보면 5·18 관련(사망·부상·구속) 학생들(광주와 전남, 부산, 서울도 있음)은 △고등학교 244명(사망 24명) △중학교 37명(사망 7명) △초등학교 12명(사망 2명) 등 293명이다. 그런데 여기에는 학교에 적을 두고 있지 않은 미성년 노동자나 학교밖 청소년 등은 집계되지 않았다.

또 다른 자료인 ‘5·18민주화운동에서 청소년의 참여’ 논문(강남진 신용중 교사 저)에서는 항쟁 때 10대 후반 청소년이 다른 연령대에 보다 사망·행방불명된 경우가 많은 것으로 명시돼 있었다. 특히 5월27일 최후의 항쟁에서 전체 사망자의 39.3%에 해당하는 11명의 청소년이 목숨을 잃었다. 그중 시민군으로 참여해 도청과 YWCA 등에서 사망한 10대는 8명이었다.

그런데 광주시교육청이 파악한 5·18 항쟁 당시 희생자는 총 16개교 18명으로 돼 있었다.

교육청의 수치는 증언록의 수치와는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는 그동안 항쟁 참여자들의 명단과 출신학교 전수조사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탓에 항쟁 당시 목숨을 걸고 시민들을 지키던 학생들은 세월이 가면서 점차 잊혀지고 있는 것이다. 취재할수록 항쟁 당시 학생 희생자는 물론 관련 부상자, 참여자 등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해 추모 및 계기교육을 진행해야 한다는 시민들의 의견이 일관되게 나왔다.

맞는 말이다. 기념공간이나 추모비는 단지 어떤 상징에서 멈추지 않는다. 그것은 현시대를 사는 세대들에게 매일 매일 다가가는 교훈이자 교육이 된다.

조선대 부중은 오래전 부터 김부열 열사 추모비를 세우고 계기교육을 진행해 오고 있으며 계엄군의 총에 숨진 박현숙 열사의 모교 송원여상도 학교 정문 인근에 세워진 추모비를 보며 후배들이 박 열사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열사 추모비는 백 마디 말보다도 더 강력하다. 해당 인물에 대한 교육뿐 아니라 역사의 위대함도 전달할수 있다.

다행히 이정선 시교육감과 시교육청은 기념공간이나 추모비 조성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빠르면 내년 5·18 전까지 사업을 완수하겠다는 의지다.

광주시의회도 환영하는 모습이다. 교육문화위원회 소속 이귀순 의원은 “학교 내 5·18 기념공간 조성은 학생들에게 좋은 계기교육의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조속히 전수조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의회도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모두가 한 걸음씩 나아가면 43년의 5·18도 변화할수 있다. 다음 세대에게 5·18이 먼 과거의 일이 아니라 항상 가슴에 새기고 다녀야 할 신념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것은 교과서가 아니라 목숨을 걸고 싸운 그들의 선배들 일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