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정신’ 헌법 수록·단체 갈등 해소 숙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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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정신’ 헌법 수록·단체 갈등 해소 숙제로
5·18 43주년 ‘부활제’로 마무리
전우원씨 참석해 주먹밥 나눠
특전사동지회 묘지 참배 취소
정동년 선생 1주기 추모제 엄수
  • 입력 : 2023. 05.29(월) 17:09
  • 박소영 수습기자·전해연 인턴기자
지난 28일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서 오월정신 지키기 범시도민 대책위원회가 특전사 동지회 참배를 막기 위해 모였다. 이날 오전 예고됐던 참배는 취소됐다. 박소영 수습기자
27일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제43주년 5·18민중항쟁 부활제가 엄수됐다. 전해연 인턴기자
1980년 5월 27일 민주주의를 외치며 옛 전남도청에서 산화한 오월 영령을 위로하는 ‘부활제’를 끝으로 5·18민주항쟁 43주년 기념행사가 막을 내렸다. 많은 시민들은 5월 행사가 마무리되는 데 대한 아쉬움을 드러내며 철저한 진상규명,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을 요구했다. 특전사동지회와 화합 행사 추진을 놓고 갈등을 빚은 5월 단체와 지역 시민사회단체의 화해는 끝내 이뤄지지 못했다.

● “어느 덧 5월의 마지막이네요”

지난 27일 오후 5시 오월 영령들의 넋을 위로하는 부활제가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엄수됐다. 시민들은 올해 마지막 5월 행사에 안타까움과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김기정(52)씨는 “광주 5월의 마지막 행사다. 열사님들이 지켜낸 광주를 보니 유독 마음의 울림이 크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서울에서 온 정승석(65)씨는 “여전히 진실규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현실이 많이 아쉽다”면서 “5월 뿐만 아니라 자주 ‘오월행사’를 열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부활제에는 전두환씨의 손자 전우원씨가 참석해 이목이 집중됐다.

전씨는 “43년 전 할아버지에 의해 무고한 광주시민분들이 비참하게 돌아가셨다. 두려움 속에 민주주의를 위해 끝까지 온몸을 바쳐 희생하신 분들을 비롯하여 지금도 고통 속에서 살고 있는 모든 광주 시민들께 가족을 대변하여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행사 직후 열린 주먹밥 나눔 행사에도 참여해 5·18유공자들에게 직접 배식했다. 이후에는 도청복원지킴이 사무실에서 오월어머니들과 저녁 식사를 함께했다.

전씨는 부활제까지 올해 4차례 광주를 방문해 할아버지의 죄를 대신 사죄하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부활제 진행요원으로 참여한 고민정(20)씨도 “전씨 일가에서 늦게나마 사죄를 하는 사람이 있어 다행이고 멋있다”고 전했다.

5·18헌법 전문 수록을 염원하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정성국 5·18민주화운동공로자회 회장은 “5·18정신 헌법전문 수록 개헌을 통해 불순 세력의 끝없는 왜곡과 폄훼를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황일봉 5·18민주화운동 부상자회 회장 역시 “오월 정신 헌법수록을 통해 오월 정신을 역사에 이어가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특전사회 참배 취소, 끝나지 않는 갈등

5·18민주화운동의 공식 행사가 마무리됐음에도 오월 공법·시민단체의 갈등은 봉합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특히 특전사 동지회(특전사회)의 국립5·18민주묘지참배가 또다시 취소되면서 불화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

앞서 지난 25일 특전사회는 ‘28일 오전 10시 개인·지회별 참배를 진행하겠다’고 예고했다. 이에 오월정신 지키기 범시도민 대책위원회(대책위)는 이날 오전 민주의 문 앞에서 특전사회 참배 저지 프로그램을 열었다. 그러나 특전사 동지회의 공식 참배는 없었다. 대책위는 정오까지 특전사회를 기다리다 철수했다.

김순 대책위 상황실장은 “지난 16·23일 그리고 오늘까지 특전사회는 벌써 세 번째 참배 일정을 취소했다”며 “참배를 온다고 했다가 안오는 이런 행위는 광주시민·대책위·묘지에 계시는 영령들을 우롱하는 의미”라고 분노했다.

이기홍 대책위 대변인은 “대책위의 행동은 특전사회 참배를 무조건 막는다는 개념이 아니다. 지난 2월19일 특전사회와 두 공법단체(부상자회·공로자회)의 대국민 공동선언에 대한 사과 없이 참배하러 오는 것을 대화로써 해결하는 게 우선”이라며 “특전사회가 개인적으로 사과와 유감을 표명했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그러나 사과의 출발은 특전사회의 선언 폐기가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2월19일 이뤄진 대국민 공동선언은 3개월 동안 지속된 갈등의 씨앗이다. 두 공법단체는 특전사회의 증언을 바탕으로 5·18의 진실이 규명될 수 있도록 특전사회와의 공동선언을 추진했으나 ‘계엄군들도 상부의 명령을 이행하던 피해자들’이란 발언으로 시민단체의 공분을 샀다. 특전사회는 내달 1일과 3일 또다시 민주묘지 참배를 예고했다.

29일 오월의 사형수 고(故) 정동년 선생의 1주기 추모제가 29일 광주 북구 운정동 민족민주열사묘역에서 열린 가운데 추모객들이 정 선생의 묘역 앞에서 헌화하고 있다. 김혜인 기자
●‘오월의 사형수’정동년 선생 1주기

5·18기념재단 제14대 이사장이었던 고(故) 정동년 선생의 1주기 추모제가 29일 광주 북구 운정동 민족민주열사묘역에서 열렸다. 많은 비가 쏟아졌지만 정 선생을 그리워하는 이들의 발길을 막을 수 없었다. 이날 추모식에는 정 선생의 부인 이명자 전 오월어머니집 관장·민주화운동 동지 등 200여명이 함께했고, 전우원씨도 오월어머니들 사이에서 자리를 지켰다.

송선태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장은 이날 인사말에서 “광주민중항쟁연합 상임의장, 5·18기념사업추진위원회 사무국장 등 형님은 명실공히 5월 운동을 함께했다. 조용하고도 분명하게 책임지는 투쟁의 길을 걸었다”며 “광주가 누구도 차별하지 않고 따돌리지 않고 평등하게 살아가는 세상을 그토록 바라셨다. 무거웠던 평생의 짐을 이제 후배들이 나눠 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정 선생의 아들 정재헌씨도 “아버지를 포함한 모든 오월 선배분들이 매우 자랑스럽다”며 “다만 살아생전 아버지를 지켜 본 입장에서 현재 5·18 단체간의 불협화음을 지켜보면 안타깝다. 오월 사람들끼리 단합과 화합을 해야 5·18을 폄훼하는 세력들이 힘을 잃을 것이다. 5·18정신이 헌법 전문에 수록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정 선생은 5·18민주화운동 관련 내란수괴 혐의로 사형 선고를 받은 민주 투사였다. 5·18 진상규명을 위해 앞장섰으며 5·18광주민중항쟁연합 상임의장과 5·18기념재단 이사장 등을 지냈다.
박소영 수습기자·전해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