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의정단상·신수정>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 나아가야 할 방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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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일보]의정단상·신수정>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 나아가야 할 방향은?
신수정 광주시의원
  • 입력 : 2023. 06.01(목) 16:28
신수정 시의원
“우리 같이 천천히 말라 죽어 보자, 연진아.” 학교폭력 피해자의 처절한 복수를 다룬 넷플릭스 드라마 ‘더글로리’에 나오는 대사다. 필자는 ‘더글로리’를 보면서 다양한 감정이 마음에서 요동쳤다. 현실 속 동은이는 그렇게 복수를 할 수 있을까? 과연 복수의 끝은 무엇일까? 진정한 용서와 사과는 피해자, 가해자 누구의 몫일까? 인간의 폭력성은 어디에서부터 기인하는 것일까?

현실에서는 학교폭력을 통해 몸과 마음이 부서진 피해 학생이 더글로리의 문동은처럼 괴롭힘을 당하던 체육관에 스스로 걸어가 “오늘부터 내 꿈은 너야, 우리 꼭 또 보자, 연진아.” 이렇게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학교폭력이 발생하면 참으로 힘겨운 시간을 마주하게 된다. 피해 당사자는 물론 학부모와 교사까지 깊은 수렁에 빠진다. 통상적으로 학교에서는 학교폭력대책심의위(학폭위)에서 가해자에 대한 조치가 이뤄지면 그것으로 학교폭력 사안이 ‘종결’됐다는 것으로 본다. 그런데 우리는 그것이 완전한 조치일지 성찰해 봐야 한다.

학교폭력이 일어나게 되면 과거에는 사과하는 부모가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부모가 거의 없다고 한다. 가해자 쪽에서 흔히 말하는 ‘쌍방’으로 몰고 가, 피해자 쪽에 ‘생활기록부 기재’ 전략으로 사건을 무마시키는 경우도 부지기수라고 한다. 가해자에 대한 조치가 생활기록부 기재가 우선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항간에는 학교폭력으로 인해 변호사 시장만 더 커지는 형국이라는 이야기도 돈다. 결국 온전히 피해자의 몫으로 남는 것이 학교폭력의 현실이다.

지난 4월 교육부는 학교폭력 근절 대책을 발표했다. 가해 학생에게 대학 입시에 수시뿐만 아니라 정시에서도 불이익을 주고,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한 징계 기록을 졸업 후 현행 ‘2년 삭제’에서 ‘10년 삭제’로 늘리겠다는 게 주요 취지다. 그런데 가해 학생에게 주는 불이익을 대폭 확대하는 것이 학교폭력을 막을 수 있는 좋은 대책일까?

학교폭력 예방 단체인 푸른나무재단의 ‘2022 전국 학교폭력, 사이버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피해 학생들이 원하는 것이 ‘가해 학생의 진심 어린 사과’라는 결과를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실태조사에 의하면 피해 학생들에게 ‘학교폭력 피해 후 해결 만족도’에 대한 질문에 34.7%는 만족, 33.7%는 보통, 20.7%가 만족하지 못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어 ‘피해 후 문제 해결 불만족 이유’로 ‘처벌은 만족하나 사과와 반성이 느껴지지 않아서’가 26%로 가장 높았고, ‘가해 학생 처벌이 약하다고 생각해서’가 25.2%로 뒤를 이었다. ‘피해 후 가장 필요한 것에 대한 응답’은 ‘가해 학생의 진심 어린 반성과 사과’가 34%로 압도적으로 높았으며, 그다음으로 ‘가해 학생에 대한 처벌’이 19.8%로 나타났다. 가해 학생의 진심 어린 사과와 반성, 재발 방지를 위한 예방적 대책이 그 어떤 중징계보다도 피해 학생들의 회복에 효과적임을 이번 실태조사를 통해 유추해 볼 수 있다.

그렇다면 학교폭력 예방 대책은 어떻게 마련돼야 할까. 그것은 바로 피해 학생과 가해 학생의 빠른 관계 회복이다. 한 발짝 더 나아간다면 학교폭력 대상자들이 발생 상황에 대한 이해, 소통, 대화 등을 통해 일상생활을 지속하고 회복하게 하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그러나 한 가지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학교폭력 예방 담당 교사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최근 교사노동조합연맹의 선생님 1만여명을 대상으로 한 ‘교육 현장 인식 조사’ 결과 1년 동안 교직을 그만둘까 고민한 교사가 10명 중 9명에 해당할 정도로 힘든 현실 속에서 학교폭력의 예방적 대책을 교사에게만 짊어주는 것은 매우 무책임한 일이다.

학교폭력에 대해 예방법으로 접근하는 것이 정석이라는 측면에서 교육청은 담당 장학사나 교사에게 대안 마련과 책임을 주문할 것이 아니라 민간 고유의 전문 자원을 활용해 ‘학교폭력 관계 회복 전문가’를 양성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학교폭력 관계 회복 전문가가 사건 발생 초기에서부터 개입해서 피해 학생의 마음에 공감해 치유하고, 가해 학생에게는 진정성과 책임 있는 사과를 할 수 있도록 조력하는 여건 마련이 필요하다. 그리하여 피해 학생의 일상생활이 회복되고, 본래 학교생활에 잘 정착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학교폭력을 예방할 수 있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한다.

마침 정부에서 17개 시·도교육청에 ‘학교폭력예방지원센터’를 단계적으로 설치해 간다고 한다. 새로운 전문 인력 양성과 충원 없이는 지금까지 수십 년간 학교폭력 예방을 위한 다양한 대책의 미봉책에 불과할 것이다. 학교폭력의 최우선은 피해 학생의 치유와 일상회복이다. 이를 기반으로 교육당국은 가해 학생의 사과와 반성, 회복을 엄벌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닌 관계 회복을 위한 다각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학교폭력 근절 대책의 대전환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