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파 농가, 냉해 피해에 수입산까지 ‘이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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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일반
양파 농가, 냉해 피해에 수입산까지 ‘이중고’
무안 농가 70% 이상 냉해 피해
상품성 떨어져 수확 포기 속출
이상기후 영향 생육 환경 악화
작년 대비 10배 수입 '고통 가중'
  • 입력 : 2023. 06.01(목) 17:21
  • 곽지혜 기자 jihye.kwak@jnilbo.com
1일 무안군 해제면의 한 양파밭에 냉해 피해로 생육이 멈춘 양파들이 쓰러져 있다. 독자 제공
“풍작이면 가격이 너무 많이 떨어져서 밭을 갈아엎어야 하질 않나, 또 이렇게 냉해가 오면 수확해봤자 의미가 없어 또 갈아엎어야 합니다. 인건비도 못 건진지 오랩니다.”

전국 최대 양파 주산지인 무안의 양파 농가들이 올봄 발생한 냉해 피해로 시름하고 있다. 양파 중만생종의 성출하기가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정부의 저율관세할당물량(TRQ) 확대 정책 기조와 생산량 저하로 농민들은 이중고를 겪고 있는 상황이다.

무안군 해제면에서 1000평 규모로 양파 농사를 짓고 있는 한모(62)씨는 한참 바빠야 할 시기이지만 속타는 마음에 양파 밭에 나가지 못하고 있다.

전남지역에서는 이달 중순부터 본격적인 양파 중만생종의 수확이 시작됐고 한씨 역시 당초 이번 주에는 수확에 들어갔어야 하지만 냉해로 인한 병충해까지 겹치며 올해는 수확해봤자 상품성이 전혀 없을 것이라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이다.

한씨는 “4월에 양파가 한참 자라야 할 시기였는데 춥고 해도 잘 뜨지 않아서 제대로 자라지 못했다”면서 “한 알당 최소 200g은 넘겨야 상품 가치가 있다고 보는데 100g도 자라지 못하고 병이 와버린 것이 태반이다. 조금이라도 더 자랄까 싶어 어떻게든 버텨보려고 했는데 이제는 포기 수준이다”고 토로했다.

1일 전남도와 전남농업기술원 등에 따르면 올해 1750㏊가량의 무안 양파 재배면적 중 현재까지 1200㏊ 이상에서 냉해 등으로 인한 피해가 접수됐다. 이는 무안 전체 양파 농가의 70%에 달하는 수준이다.

최근 피해 신고 접수와 현장 조사 등을 마친 전남도는 정확한 피해 현황을 집계하고 있지만, 무안에서만 앞서 파악한 1200㏊ 이상의 피해가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해남, 고흥 등 전남지역 전체 양파 생산 농가 피해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수확기 고질적인 인력 부족과 코로나19 이후 가뜩이나 치솟은 인건비에 어려움을 겪던 농가는 냉해 피해로 출하할 물량 자체가 사라져 버린 현실에 허탈한 심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무안군 몽탄면에서 소규모로 양파 농사를 짓고 있는 임모(57)씨는 “우리 양파는 그나마 냉해 피해를 심하게 입지 않아 수확을 할 수 있을 정도는 되지만, 주변에 피해 입은 분들은 밭 갈아엎을 준비를 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남 일 같지 않아 마음도 아프고, 인건비는 너무 많이 올라서 수확해야 하는 입장에서도 걱정이 많다”고 전했다.

여기에 최근 정부가 물가 안정을 위해 저율관세할당물량(TRQ)을 증량하고 양파 추가 수입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농민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실제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신선양파 수입량(깐양파 포함)은 3만7143톤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수입량(3554톤)의 10배에 달했다.

전남농업기술원 관계자는 “최근 5년새 이상기후 현상이 심해지면서 양파는 물론이고 지역 농산물 생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수십년 동안 농사를 지어왔던 농민들도 이맘때는 뭘 해주고, 이맘때는 이만큼 자라야 하고 이런 것들이 있는데, 기후를 예측할 수 없어지면서 그런 과정들이 모두 엉망이 되고 대처가 안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기후에 대비해 작물을 관리하지 못하면 물론 온도에 따른 생육도 문제이지만, 작물들 자체가 약해지면서 병충해가 많이 온다”며 “이번 양파 냉해 피해의 경우에는 현황을 제대로 파악해서 보조금 등 지원이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항상 피해를 본 만큼 모두를 보전할 수 없을 확률이 크기 때문에 장기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곽지혜 기자 jihye.kwa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