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배 막아라"VS"길 열어달라" 특전사회와 시민사회 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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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배 막아라"VS"길 열어달라" 특전사회와 시민사회 충돌
특전사회, 5·18 추모승화공간 참배
5·18 공법단체 함께 민주묘지 갔으나
시민사회, 참배 저지 기자회견·시위
경찰 진 치며 통제하자 고성 울리고
첫 희생자 김경철 열사 어머니도 항의
간단한 목례로 갈음… 발길 돌려 철수
  • 입력 : 2023. 06.03(토) 16:55
  • 김혜인 기자 hyein.kim@jnilbo.com
황일봉 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장과 특전사동지회 회원 등이 지난 3일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참배를 하기 위해 들어서려고 하자 시민단체와의 충돌을 우려해 가로 막은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나건호 기자
“사죄 없는 특전사는 물러가라!”, “왜 사죄와 참배를 막느냐!”

특전사 단체가 사죄하기 위해 다시 광주를 찾아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참배하려했으나 시민사회가 이를 저지하며 무산됐다.

대한민국특전사동지회(특전사회)와 두 5·18 공법단체(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공로자회)는 3일 오전 10시께 광주 서구 5·18기념공원의 추모승화공간에 모여 공식 사죄일정에 착수했다.

이날 전국에서 20여명의 특전사회원들이 공법단체 회원들과 함께 추모승화공간을 찾아 빼곡히 적힌 유공자들의 이름을 둘러보며 묵념과 헌화를 했다.

이후 광주 서구 5·18기념문화센터 대동홀에서 ‘5·18유족 어머니와 대한민국 특전사동지회의 만남과 당부’ 행사가 열렸다.

특히 이날 특전사회는 5·18 항쟁 첫 희생자(김경철 열사)의 어머니인 임근단 여사와 만남의 자리를 가졌다.

임 여사는 “지난 2월19일 진행된 대국민 공동선언식에 참석하고 싶었으나 김형미 오월어머니집 관장의 부탁으로 참여할 수 없게 돼 내내 마음이 쓰였다”며 “그동안 용서하고 싶어도 용서할 사람이 없었는데 멀리서라도 사죄하겠다고 찾아와 주신 특전사 여러분에게 감사하다. 광주시민들도 이들의 진심을 받아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황일봉 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장과 특전사동지회 회원 등이 지난 3일 광주 서구 5·기념공원 내 추모승화공간에서 오월영령들을 참배하고 있다. 나건호 기자

그러나 행사의 마지막 일정이었던 국립5·18민주묘지 참배는 끝내 이뤄지지 않았다. 특히 참배를 하러온 특전사회 및 공법단체와 시민사회의 충돌을 우려한 경찰이 민주묘역 출입을 막아서면서 실랑이가 오갈 정도로 갈등이 격화됐다.

190여개 시민단체가 모인 오월정신지키기범시도민대책위원회(대책위)는 이날 오전 11시께부터 국립5·18민주묘지의 민주의 문에서 참배를 저지하기 위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었다.

대책위는 “지난 2월 19일 대국민공동선언은 5·18민중항쟁에 대한 부정이며, 명백한 역사 왜곡”이라 선언하며 “기만적인 대국민 공동선언 폐기와 광주·전남시도민에게 진실한 사죄 없는 특전사회의 참배는 결단코 허용할 수 없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추모승화공간 참배와 임 여사와의 만남을 마친 특전사회와 두 5·18 공법단체 회원들은 오전 11시40분께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 도착해 민주묘역으로 향했다.

그러나 대책위의 시위 앞 줄에서 경찰들이 인간벽을 쳐 민주의 문 출입을 전면 통제하자 곳곳에서 항의가 터져나왔다.

이날 한 부상자회 회원은 5·18유공자증을 제시하며 “5·18 유공자인 나도 들어가지 못하는 법이 어딨냐”며 “국민 모두가 들어갈 수 있는 민주묘지를 왜 들어가지 못하게 하느냐”며 성토했다.

임근단 여사 또한 “우리 아들을 보러왔는데 어째서 막고있느냐”며 경찰과 대치하다 다시 물러서기를 반복했다. 이 과정에서 임 고문은 사죄의 의미로 절을 올리며 참배길을 열어달라 호소했으나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대책위 측에서는 물러가라는 구호가, 특전사회와 공법단체 쪽에서는 왜 막아서냐는 원성이 쏟아지면서 고성이 오가는 등 민주의 문은 아수라장이 됐다.

오후 12시30분께 1시간의 대치 끝에 결국 특전사회와 두 5·18공법단체는 간단한 목례를 진행하는 것으로 참배를 대신하고 철수하기로 결정했다.

이날 결국 특전사회원들의 사죄를 아들에게 전하지 못한 임 여사는 막아서는 대책위를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임 여사는 “40년이 넘도록 망월동에서 잘못했다고 용서를 구한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그러다 특전사회가 먼 곳에서 무릎을 꿇고 참배하겠다는데 이를 막고 서있는 사람들이 참 부끄럽고 한심스럽다”고 항변했다.

이어 임 여사는 묘역에 잠들어있는 아들을 향해 “경철아, 너에게 참배하지 못하고 돌아가는 엄마 심정을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며 울분을 토했다.

한편 이러한 갈등 상황에도 특전사회는 앞으로 지속적으로 적극적으로 화해와 용서 프로그램을 추진해나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지난 1월17일 국립 현충원 합동참배 일정을 시작으로 국립묘지 참배를 정기화하고, 연내 2회 화해와 용서 실천을 위한 합동 세미나 개최, 오월 영령 추모 및 희생자 위로공연 등을 진행할 계획이다.
김혜인 기자 hyein.kim@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