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취재수첩> ‘박서보 예술상’ 폐지 관련 보도를 바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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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전남일보]취재수첩> ‘박서보 예술상’ 폐지 관련 보도를 바라보며
도선인 문화체육부 기자
  • 입력 : 2023. 06.15(목) 12:21
도선인 기자
제14회 광주비엔날레 전시 기간이 한달도 남지 않았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열리게 된 이번 비엔날레는 외부전시관과 국가별 부록전시인 파빌리온 등이 역대 최대규모로 구성되는 등 많은 기대 속에 순항했다. 지난 13일에는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전시장을 찾았다. 뿐만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 내외 부부를 비롯해 우크라이나, 콩고민주공화군 주한 대사 부부 등 유명인들의 발걸음이 이어진 것은 꽤 고무적인 일이다.

순항 속에서도 이번 광주비엔날레는 소수자, 원주민 등 제3세계를 집중 조명한 만큼 이슈몰이나 대중성은 부족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예술여행지라는 이미지 제고와 비엔날레 연계 관광 활성화는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로 거론된다. 최대 논란은 ‘박서보 예술상’이었다. 지역 미술계 안팎으로 폐지 목소리가 이어졌던 ‘광주비엔날레 박서보 예술상’이 제1회 시상을 끝으로 폐지된 것이다.

(재)광주비엔날레는 단색화의 거장으로 평가받는 박서보 화백의 100만달러 후원으로 ‘박서보 예술상’을 제정했으며 제14회 광주비엔날레부터 2042년까지 비엔날레 시즌마다 참여작가 1명을 선정해 10만 달러씩 수여하기로 했다. 하지만 제1회 수상자가 이미 발표된 이후 폐지 여론이 이어졌고 급기야 (재)광주비엔날레는 박서보 예술상을 폐지하기로 했다. 제1회 시상금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 90만달러는 박서보 화백이 설립한 기지재단에 전액 반환되는 웃지 못할 해프닝이 벌어졌다.

‘박서보’ 개인의 이름을 딴 상은 사적 명예욕을 채워주는 것으로 광주비엔날레 정신에 위배된다는, 폐지를 주장하는 나름의 논리적 근거를 차치하고서라도 제1회 시상으로 상이 없어지는 어처구니없는 일련의 과정을 바라보며 언론 보도의 역할은 무엇일까 생각했다.

‘박서보 예술상’ 폐지 목소리는 지난 4월6일 광주비엔날레 광장에서 진행된 개막식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수상자를 발표한 가운데 현장에서는 박서보 예술상 폐지를 주장하는 현수막과 팻말이 등장했다. 어느 단체에서 주관한 시위 퍼포먼스였는지 불명확해 개막식 당일의 상황은 기사화하지 않았지만, 이후 폐지 여론은 광주 미술계로 퍼지는 모양새였다. 몇몇 광주 미술계 인사와 작가들이 모여 예술상 폐지를 요구하는 모임을 만들고 1인 릴레이 시위까지 하니 더 기사화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대부분 기사는 심층 보도가 아닌 성명서의 내용을 그대로 적고, 이에 대한 비엔날레 측 입장을 단순하게 처리한 양비론 보도에 그쳤다.

물론 항상 인력과 시간이 부족한 보도 현장에서 폐지를 주장하는 단체의 근거를 하나하나 뜯어 분석할 수 없는 어려움도 있다. 그렇지만 언론은 박서보 화가에 제기된 비판들을 단순히 받아적는 것을 넘어 적합한 비판인지 따져보고 (재)광주비엔날레는 제정 단계서 공론화 과정을 거쳤는지 등을 살펴봐야 하지 않았을까? 더 나아가 제정 논의 단계부터 기증자의 이름을 내건 미술상이 적합한가 고민한 심층 보도가 선행됐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어쨌든 국내보다 세계인들에게 더 인정받는다는 광주비엔날레에서 권위 있는 예술상을 반대하는 사람은 없을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