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은 비·작황 부진에 마늘값 폭락… 농가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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잦은 비·작황 부진에 마늘값 폭락… 농가 ‘한숨’
땅끝 해남 송지면 마늘 수확 현장 가보니
일교차 극심 생육 부진도 겹쳐
생산량 감소에도 가격절반 ‘뚝’
지난해 ㎏ 5400원의 60% 수준
일부만 상품…대부분 중·하품
수확 했지만 종자 값도 못건져
정부 농가 소득보전 방안 촉구
  • 입력 : 2023. 06.15(목) 14:35
  • 김은지·해남=전연수 기자
지난달 쏟아진 폭우와 급격한 일교차, 일조량 부족으로 병해피해를 입은 해남군 송지면의 마늘밭.
마늘 작황 중인 농민들
“재배면적이 늘었다고 하지만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작황이 안 좋아요. 생산량이 줄은 것도 문제지만 대부분 중품, 하품이라 내다 팔기에 마땅치도 않고. 이 와중에 마늘값은 폭락이라니 그저 막막하기만 합니다.”

15일 찾은 해남군 송지면. 30여년 동안 마늘 농사를 지어온 강기운(59)씨는 수확을 마친 마늘밭을 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강씨는 “지난달 초에 쏟아진 폭우에 평년보다 마늘 수확을 앞당겼다. 한창 알이 오를 때 쯤이라 걱정 되긴 했지만 이 정도로 작황이 안 좋을 줄 몰랐다”며 “수확한 마늘 중 극히 일부만 상품이고 나머지는 중·하품이라 내다 놔도 팔릴지 걱정이다”고 토로했다.

이어 “작년엔 가뭄, 올해는 폭우. 최근 들어 이상 기후로 농사짓기가 여간 쉽지 않다. 여기에 인건비, 두 배 이상 뛴 비룟값, 종자값까지 더하면 적자를 면할 수 없는 상황이다”고 했다.

지난해 봄 이후 계속된 가뭄 상황에도 평년 수준을 유지하던 마늘 작황은 올해 4월 내내 이어진 저온현상, 지나친 일교차, 일조량 부족에 이어 5월 초 쏟아진 집중 호우 앞에 무너졌다.

주대가 무너지면서 생육이 원활하지 않은 것은 물론 알이 제대로 여물지 않은 상태에서 치러진 이른 수확으로 품위가 낮아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생산량이 감소했음에도 가격은 지난해보다 훨씬 낮게 형성돼 마늘 농가의 피해가 막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땅끝농협이 조합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자체 조사에 따르면 3.3㎡(1평) 당 생산량이 3㎏ 안팎으로 평년 생산량인 4㎏에 비해 크게 줄은 약 70%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보인다. 땅끝농협은 지난해 수매 상황을 기준으로 봤을 때 상품 비율이 70% 가까이였는데 올해는 최대 40%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이같이 막막한 상황에 땅끝농협은 이맘때 수매값을 정해야 하지만 평년에 훨씬 못 미치는 수확량과 낮은 품위로 인해 수매값 결정을 이달 말로 미룬 상황이다.

전남농협 관계자는 “지난해의 경우 하품을 찾아보기가 힘들었는데 올해는 상품이 없고 중품 아니면 하품이 대부분이다. 올해 같은 경우가 정말 흔치 않는 일”이라며 “물량까지 적어 선도금 외 추가 지급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아무리 작황이 안 좋아도 400톤은 예상했는데 300톤을 채울 수 있을까 싶다”고 말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역시 올해 초 마늘 생산량을 32만7000톤으로 전망했지만, 제주부터 전남까지 이어진 작황 부진으로 최근 31만4000톤으로 낮춰 잡았다.

이처럼 작황이 저조한 상황 속에서도 마늘값은 오히려 지난해 절반을 겨우 넘는 수준이라 농민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현재 전남지역 마늘 가격은 지난해 1㎏ 기준 5400원의 60%에 못 미치는 3100~3200원 선으로 형성되고 있다.

마늘 농가는 이상기후에 따른 피해가 확실한 만큼 재해로 인정해서 지방자치단체와 정부가 발 빠르게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나섰다.

고흥군에서 마늘을 생산 중인 김모(52)씨는 “농민들이라고 해서 무작정 높은 가격이 형성되길 바라는 게 아니다. 항상 평년 정도만 유지하자라는 것이 가장 큰 바람이다. 그런데 그마저도 정부에서 해내지 못해 농민들의 부채만 늘어가는 게 현실이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도 마찬가지. 마늘값이 오르기는커녕 반값으로 줄었는데 수입하겠다는 말이 나오지 않나”며 “정부도 이제는 탁상공론이 아닌 현실적인 농가 소득을 보전할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은지·해남=전연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