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발언대·문홍진>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청소년 마약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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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일보]발언대·문홍진>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청소년 마약 문제
문홍진 광주 서부경찰 여성청소년과 경정
  • 입력 : 2023. 06.21(수) 12:43
문홍진 경정
지난 4월 강남 대치동 학원가 일대에서 발생한 이른 바 ‘마약음료 시음’ 사건은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 학원가 고등학생들에게 기억력 상승과 집중력 강화에 좋은 음료 시음 행사 중이라고 속여 마약 성분이 든 액체를 마시게 한 후, 피해 학생들 부모에게 연락해 “우리에 협조하지 않으면 자녀가 마약을 복용한 사실을 신고하겠다”고 협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의 국민들은 각종 마약사건이 빈번히 발생하고 마약조직이 검거됐다는 언론 보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나라가 마약 청정국이라 믿고 있었던 터라, 청소년 대상 마약음료 사건은 사회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고, 학부모들은 물론 교육 당국, 정치권에까지 경감심을 던져주었다.

특히 지금까지 언론보도 방향 등 국민적 관심사는 이슈적 성격이 강한 연예인들의 마약사건에 초점이 맞춰져 왔고, 대중들은 마약이 어떻게 유통되는가에 대한 관심보다는 유명인들의 마약 투약사실 그 자체에 더 큰 관심을 보여왔다. 이로 인해 마약은 특정한 일부 집단에만 국한된 것이라는 인식이 강했고, 5년마다 실시하는 마약류 실태조사에서도 만 18세 이상을 대상을 정할 정도로 청소년과 마약은 전혀 무관한 것으로 인식돼왔던 게 사실이다.

또한, 작년 9월에 발각된 속칭 ‘텔레그램 마약방’ 사건의 마약 유통 총괄책임자가 고교 3년생이었단 사실에서도 알 수 있듯이, SNS, 메타버스, 가상화폐 등의 발달은 청소년들이 자신의 신분을 속이고 얼마든지 마약범죄를 주도할 수 있고, 판매책 환전책 인출책 등을 모집하는 등 조직적인 유통 또한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해주었다.

주위의 관심과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이 많아지는 청소년기는 마약에 대한 노출에 취약할 수밖에 없으며, 처음부터 마약을 해봐야겠다는 마음보다 “한 번 해볼래?”, “한 번 정도는 괜찮아” “다이어트에도 효과가 좋아”라는 식의 가벼운 권유로 유혹의 늪에 빠지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광주 서부경찰 여성청소년과에서는 ‘청소년 마약류 범죄 척결’을 위하여 4월부터 6월까지 관내 학생들 상대로 마약 중독의 위험성에 대해 직접 특별 범죄예방교육을 진행하고 있으며, ‘청소년경찰학교’ 체험교육을 통해서도 마약 예방교육을 병행하고 있다. 또한 지난 4월 서구와, 서부교육지원청 등 관계기관과 ‘청소년 마약범죄 합동 대응 체계’를 구축하여 청소년 마약범죄에 대한 기관별 역할을 재정립하고 예방활동에 공동대응할 수 있도록 협의하는 등 청소년 마약범죄 예방에 주력하고 있다.

마약범죄는 이제 더 이상 특정 계층만의 문제가 아니며, 청소년들마저 마약범죄에 노출됐다는 사실은 우리 어른들에게 강한 책무를 부여한다. 청소년과 마약의 벽이 점점 허물어지는 상황에서 청소년들을 보호하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 민·관·경의 협력이 필요하고 국민 모두의 각별한 관심이 필요한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