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우크라이나 전쟁과 고려인>헝가리 정부, 자국 디아스포라에 이중 국적 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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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과 고려인
[전남일보]우크라이나 전쟁과 고려인>헝가리 정부, 자국 디아스포라에 이중 국적 부여
⑭유럽의 우크라이나 난민 정책 <4> 헝가리 사례
같은 동포 민족포용정책 펼쳐
난민 대부분 역사적 조국 귀환
환승 국가의 역할 하는 헝가리
빅토르 오르반 친러 외교 정책
정치적 의미 난민수용 소극적
난민권도 사실상 폐지 수준
  • 입력 : 2023. 06.22(목) 15:11
국제이주난민기구(IOM) 헝가리 부다페스트 지부의 모습이다.
2022년 2월 24일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되면서 역사상 유례가 없는 남부 및 서부 국경 국가로의 난민 이동이 시작되었다. 현재 우크라이나 영토 내에 헝가리인 인구는 약 155,000명에 달하며, 이 중 대부분이 헝가리와 접경하는 우크라이나 서부의 자카르파티아(Zakarpattia)에 살고 있다. 그래서 우크라이나는 서부의 헝가리인들이 동부의 러시인들과 같이 분리 독립을 주장할 것을 우려하고 있기도 하다. 그래서 양국은 국경을 접하고 있지만 두 국가 간의 역사적 연결은 짧다.

우크라이나인들은 전쟁 초기에 주로 폴란드로 피란했기 때문에 우크라이나-헝가리 국경을 넘는 횟수는 처음에는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유지되었다. 전쟁 초기에 난민들이 도보로 헝가리 국경을 넘는 것은 여전히 ??금지되어 있었다. 교통수단으로 도착한 사람들만 통과할 수 있었다. 그러나 헝가리 국경이 개방되면서 난민들의 지속적인 유입이 이루어져 왔다.

2022년 12월 13일 기준 헝가리로 피란한 사람의 수는 약 190만 명이 되었다. 하지만 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이 기간 동안 헝가리에 임시난민으로 등록한 사람은 32,628명에 불과했다. 더군다나 문제는 헝가리에 체류하는 실제 난민 수에 대한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가 없다는 점이다. 이는 우크라이나에서 헝가리로의 국경 통과는 계산되지만 헝가리에서 오스트리아 또는 기타 인접 솅겐 국가로의 국경 통과는 계산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우크라이나에서 헝가리로 입국하는 사람이 우크라이나인지에 대해서는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이다. 2010년 이후 헝가리 정부(Fidesz)는 자카르파티아의 우크라이나 서부지역 약 130,000명의 헝가리계 사람들에게 이중국적을 부여했다. 우크라이나 피란민 중에는 추가로 헝가리 여권을 가진 비율이 매우 높았다. 여기에는 헝가리-우크라이나 이중국적을 가진 일부 롬(Rom)인들도 많았다. 헝가리 평야에 속하는 헝가리 남서부 인구가 거주하는 지역을 제외하고 우크라이나 서부의 카르파티아 산맥에 위치한 자카르파티아 주는 폴란드, 슬로바키아, 헝가리, 루마니아의 4개국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유일한 우크라이나 행정 구역이다. 이곳의 주도는 우쥐고로드(Ужгород)이며, 현재 인구는 1,260,129명(2021년 추정)이다.

사실은 헝가리-우크라이나 이중 국적자들이 모국으로 입국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헝가리 정부는 이들 이중 국적자 피란민에게는 인도적 지원을 제공하지 않았다. 우크라이나에서 헝가리로 피란을 갔으나 헝가리 정부가 이들이 보유한 헝가리 시민권을 이유로 지원을 거부한 것이다.

헝가리는 환승 국가의 역할을 주로 하였다. 경유 국가로 자처하는 헝가리는 제3국 국민의 여정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조직했다. 이것은 헝가리 국적이나 우크라이나 국적을 가지고 있지 않지만, 전쟁 발발 당시 우크라이나에 있었던 사람들을 의미한다(예: 외국인 학생 또는 관광객). 이 제3국 국민은 주로 귀국 항공편을 통해 빠르게 고국으로 떠났다. 또한 헝가리 국영 철도의 무료 연대 티켓(solid?rn? l?stek)이 제공되었다. 헝가리로 피란한 사람들은 주로 여성, 어린이 및 노인이었다. 27%는 어린이이고 성인 중 44%는 여성이며 여전히 29%는 남성이었다. 원칙적으로 군인 연령(18~60세)의 남성은 전쟁 상태로 인해 이중국적자라도 우크라이나를 떠날 수 없다.

헝가리 국민 대다수는 빅토르 오르반이 지난 12년 동안 친러시아 외교 정책을 추구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또한 안보와 상승하는 에너지 비용 측면에서 그 결과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이 분쟁에 참여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커지고 있었다. 그리고 러시아 침략 전쟁 이전에 헝가리로 피란한 우크라이나인들은 난민이라기보다는 이웃이나 동포 시민으로 더 많은 취급을 받고 있다.

전쟁 초기에는 난민에 대한 사회적 태도가 일관되게 긍정적이었다. 헝가리 사회는 특히 비유럽연합(EU) 국가의 이민에 분명히 반대하였기 때문에 놀랄 수 있는 일이었다. 2015년과 달리 헝가리는 우크라이나로부터의 난민 유입을 원치 않는 침략으로 까지는 보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도 헝가리 사회는 난민의 기독교 신앙, 어린이와 여성 보호의 필요성, 우크라이나인에게 가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처럼 초기에 난민수용을 지지했던 헝가리 정부의 의외의 태도는 전쟁 발발 당시 우크라이나에 거주하던 헝가리 시민의 비율이 높은 것도 한몫했을 것이다. 하지만 안보 및 에너지 비용 증가로 난민수용에 대해 긍정적인 태도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이 있다.

사실 헝가리는 2014년부터 이민과 난민수용에 대한 부정적인 태도 때문에, 이번에도 무엇보다도 처음에 난민을 돌본 사람들은 시민 사회 단체와 많은 시민이었다. 음식과 숙박에 관해서는 주민들이 기꺼이 도와주려는 의지가 컸다. 헝가리에 사는 우크라이나인들도 귀중한 도움을 주었다. 반면에 헝가리 정부는 아직 국가 수용 능력을 구축하기 위한 어떠한 주도권도 갖고 있지 않다. 그 대신에 헝가리의 주요 기독교 구호단체들의 연합인 헝가리 자선 위원회가 난민들을 돌보았다. 비정부 지원 구조의 재활성화는 주로 소셜 미디어와 개인 네트워크를 통해 처음 며칠과 몇 주 동안 이루어졌다.

정책 수준에서 난민에 대한 헝가리 정부의 기본 입장은 변하지 않았다. 헝가리에서 난민 신청이 불가능했다. 난민 절차를 통해서도, 오르반 정부는 EU가 통과시킨 대량 유입 지침을 통해서도 헝가리에서 제3국 국민을 보호할 가능성은 없었다. 이는 헝가리가 적절한 국가적 보호를 제공하지도 않는 것으로 EU법을 위반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물론 우크라이나 피란민에 대해 정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임시 보호 권리가 부여되었다. 하지만 헝가리에서 승인된 이 임시 보호 신청 건수가 매우 적기 때문에 대부분의 우크라이나 난민들은 이러한 권리를 주장하지 않았다.

헝가리가 우크라이나 난민수용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고 헝가리에 거주하는 우크라이나 난민이 별로 환영을 받지 못하는 이유는 정치적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헝가리 집권당(Fidesz)은 특히 2022년 4월 3일 총선 과정에서 난민 수용과 보호, 그리고 난민을 돕고자 하는 국민의 전반적인 의지에 대해 긍정적인 목소리를 분명히 표명했다. 그러나 전쟁에 대한 명확한 입장이나 러시아 침략에 대한 비난은 없었다. 선거를 앞두고 극우정당은 나토군의 헝가리 주둔을 단호히 거부했다. 빅토르 오르반 총리는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지지하지 않고 유럽 연합(특히 헝가리의 재정적 이익과 관련하여)에 강력한 요구를 하고 있다. 유엔난민기구는 2022년 12월까지 EU-우크라이나 기금에서 이미 헝가리 난민에게 3억 유로를 지불했다. 야당 연합은 선거 패배 이후 침묵을 지켰다. 현재 헝가리 인구의 난민 수용 의지가 2014~2015년보다 훨씬 더 높고 정부가 현재의 난민 이주에 대해 보다 긍정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지만 난민 보호에는 여전히 큰 격차가 있다.

또한 외교정책 면에서 우크라이나와 헝가리 간의 직접적인 관계는 수년 동안 문제가 있었다. 우크라이나는 헝가리가 우크라이나에 거주하는 헝가리 디아스포라에게 이중 여권을 발급한 것에 대해 불만을 나타냈으며, 반면에 헝가리는 우크라이나가 2017년에 새로운 교육법을 채택하여 교육영역에서 러시아어와 소수 민족어의 점진적 금지를 정했고, 2023년 9월 1일부터서는 EU 회원국의 소수민족어로 교육하는 학교는 우크라이나로 바꾸어야 한다는 것에 크게 반발하였다. 이는 실제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반대하는 것이었으나 헝가리는 자카르파티아의 자체 문화 정책에 대한 모독으로 간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헝가리에 영구적으로 체류하는 우크라이나 난민은 많지 않다. 그러나 일부는 헝가리에 남기를 원하기도 임시 보호를 신청했다. 이들의 체류는 2023년 3월까지만 유효했었다. 하지만 헝가리 정부는 우크라이나 난민에 대한 거주 허가를 1년 더 연장했다. 헝가리에서 우크라이나 난민의 거주 허가 유효 기간은 2024년 3월 4일까지 이다. 이 조치는 우크라이나인에 대한 임시 보호를 연장한 EU의 결정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다. 우크라이나 난민은 어떠한 조치도 취할 필요가 없다. 플라스틱 카드의 유효 기간이 법으로 자동 연장되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난민이 헝가리에서 임시 보호 상태(플라스틱 카드 소유)에 있으면 재정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지원 금액은 성인의 경우 월 22,800 헝가리 포린트(약 61유로), 어린이의 경우 월 13,700 헝가리 포린트(약 37유로)이다.

그리고 우크라이나인이 헝가리 입국하기 위해서는 허가가 필요하다. 우크라이나 난민들에게 헝가리로 가는 문은 정확히 닫혀 있지는 않지만 입국과 체류가 어렵다. 실제로 이는 헝가리의 난민권의 사실상 폐지 수준으로 볼 수 있는 정도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중에는 심각한 문제가 되지 않고 있다. 우크라이나 국민은 비자 없이 EU의 다른 국가에 입국할 수 있고 망명 절차를 넘어 보호를 부여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처럼 헝가리가 난민수용에는 부정적이고 인권 의무 준수와 접근 가능한 난민 절차에는 문제가 있지만 우크라이나에 있는 자국 디아스포라에게 이중국적을 부여해 같은 동포로 민족 포용 정책을 실시해 왔다는 점은 눈여겨 볼만하다. 실제 이번 헝가리로 피란한 우크라이나 난민 대부분은 역사적 조국으로 귀환한 자들이었다. 그렇다면 우리 한국사회는 우크라이나 피란 고려인을 어떻게 위치지어야 하는가?



전남대 글로벌디아스포라연구소 연구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