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 서석대> 우리 문화유산 '端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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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
[전남일보] 서석대> 우리 문화유산 '端午'
최도철 미디어국장
  • 입력 : 2023. 06.26(월) 16:03
최도철 국장
삼월삼짇날, 칠월칠석, 구월중양처럼 음력으로 홀수가 겹치는 5월 5일은 선조들이 길일로 지냈던 단오(端午)이다.

단오는 일 년 중 양(陽)의 기운이 가장 왕성한 날이라고 한다. 하여 옛 사람들은 설날, 한식, 추석과 더불어 큰 명절로 지냈다. 단오는 천중절, 중오절, 술의, 수릿날, 과부 시집가는날, 미나리 환갑날 등 시절에 따라, 지역에 따라 여러 이름으로 불린다.

양기가 강해 어떤 일을 해도 탈이 없을 것으로 여긴 선조들은 이날이 되면 여러 가지 풍속을 지냈다. 여자들은 ‘단오비음’이라 하여 창포 삶은 물로 얼굴을 씻고 머리도 감았다. 또 창포뿌리를 깎아 붉은 물을 들인 비녀를 꽂기도 했다. 남자들도 ‘벽사(辟邪)’를 위해 창포 뿌리를 허리춤에 차고 다녔다.

오시(午時)에 목욕을 하면 병치레를 하지 않는다 하여 ‘물맞이’를 했던 날도 단옷날이다. 이날은 수리취를 넣어 둥글게 만든 수리절편과 쑥떡·망개떡 등 절식을 먹었고, 그네뛰기·씨름·탈춤·사자춤·가면극 등을 즐겼다.

단오하면 떠오르는 그림이 있다. 조선 후기 화단의 이단아 신윤복이 그린 ‘단오풍정(端午風情)’이다.

혜원 풍속화의 해학이 넘치는 이 그림은 한 무리의 여인네들이 단옷날을 향유하는 풍정을 그렸다. 그림에는 붉은치마를 입은 기생이 그네타는 모습, 가체를 풀어 내린 여인이 담소하는 모습, 저고리를 벗었거나 가슴을 드러낸 채 냇가에서 몸을 씻는 여인들의 모습이 담겨있다. 나무 건너 바위틈에는 동자승 두 명이 이들을 훔쳐보고 있다. 유교의 나라 조선에서 단오가 아니고서는 볼 수 없는 여인 해방구 풍경이다.

춘향과 이도령의 러브스토리도 단옷날 광한루에서 시작된다. ‘열녀춘향수절가’ 한 대목에 이렇게 나와 있다. ‘이때는 삼월이라. 일렀으되 오월 단오일이렷다. 천중지가절(단오)이라. 이때 월매 딸 춘향이도 또한 시서음율이 능통하니 천중절을 모를 소냐. 추천(그네뛰기)을 하려고 향단이 앞세우고 내려올 제 난초같이 고운 머리 두 귀를 눌러 곱게 땋아 금봉채(금으로 봉황을 새긴 비녀)을 정제하고 나군(엷은 비단 치마)을 두른 허리 미양의 가는 버들 힘이 없이 드리운 듯 아름답고 고운 태도 아장 걸어 흐늘 걸어 가만가만 나올 적에….’

화려한 비단옷으로 치장한 춘향이 단옷날 규방에서 나와 삼단 같은 머리를 풀어헤치며 그네를 타면서 글방 이도령과 가연을 맺는다. 단오가 맺어 준 천생연분이다.

500년 전통 법성포단오제가 지난 주말 열렸다는 소식이 지면에 실렸다. 지금은 쇠락해 일부 지역에서 그 명맥만을 유지하고 있는 단오는 대동놀이를 통해 삶의 고단함을 함께 이겨내려는 조상들의 지혜가 담긴 지켜야 할 문화유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