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취재수첩>광주FC에 필요한 것은 ‘진짜 새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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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전남일보]취재수첩>광주FC에 필요한 것은 ‘진짜 새 집’
한규빈 문화체육부 기자
  • 입력 : 2023. 06.27(화) 17:05
“두껍아 두껍아 헌 집 줄게 새 집 다오.”

2020년 7월 25일. 광주월드컵경기장 보조경기장을 탈바꿈한 광주축구전용구장이 문을 열었다. 국비 36억원과 시비 128억원, 총 164억원을 들여 헌 집을 새 집으로 탈바꿈한 셈이다.

전용구장은 본부석 상단 1547석의 고정석과 4면 8460석의 수납형 가변석으로 조성한 총 1만7석 규모에 클럽하우스 시설까지 갖추고 있어 광주FC의 숙원을 해결해 준 보물 같은 존재였다.

그러나 개장도 전에 한국프로축구연맹으로부터 두 가지 문제점을 지적받았고, 팬들 역시 같은 부분에서 불편함을 호소하고 나섰다. 지붕이 없는 것과 가변석에 흔들림이 있는 것.

광주시는 전용구장 조성 당시 염주체육단지 일대의 용적률이 법적 한계치에 임박하면서 지붕까지 갖춰졌던 처음 설계를 수정해야 했다. 2020년에는 도시관리계획을 변경해 용적률을 확보하면서 본부석 맞은편에 지붕을 설치하기로 하고, 본부석 지붕도 늘리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예산 문제로 없던 일이 됐다.

결국 가변석 4면 모두 지붕이 없는 현재의 형태가 됐고 이는 관람 만족도 하락으로 이어졌다. 뜨거운 여름 햇빛과 쏟아지는 빗줄기를 피할 수 없는 관중석으로 인해 광주FC는 지난해 한국프로스포츠협회의 프로스포츠 관람객 성향조사 결과 좌석 편의성이 K리그2 11개 구단 중 8위에 머물렀다.

가변석 흔들림 문제는 더 심각하다. 경기를 치르는 양 팀 서포터즈들은 골대 뒤 관중석에서 서서 응원가를 부르거나 구호를 외치는데 점핑을 하거나 반동을 주는 등 움직임이 있을 때마다 관중석 전체가 심하게 출렁여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이에 광주시는 구조안전진단 후 가변석 안전성 및 사용성 강화를 위한 보강공사를 실시 중이지만 축구 팬들의 반응은 여전히 싸늘하다. 애초에 고정석이 아닌 수납형 가변석인만큼 단순 보강으로는 불안함을 지울 수 없다는 지적이다.

또 최근 이정효 감독의 주도권 축구가 K리그에 붐을 일으키면서 평균 관중이 급등했고, 홈개막전이었던 3월 5일 FC서울전(7357명)과 지난 24일 전북현대전(5990명)에는 전석 매진을 달성하면서 최근에는 전용구장 일대 주차 문제까지 발생하고 있다.

비슷한 사정의 시도민구단인 대구FC의 홈경기장인 DGB대구은행파크의 경우 국비 115억원과 시비 400억원 등 총 515억원을 들여 1만2469석 규모의 전용구장을 건설했다.

DGB대구은행파크는 4면 모두 지붕을 설치해 쾌적한 관람 환경을 갖췄고, 알루미늄 패널 바닥에서 비롯된 ‘쿵쿵 골’ 응원이 대구만의 명물로 자리 잡게 했다. 또 경기력에서도 준수한 모습을 보이며 매 경기 매진 행렬과 구도심 재생 역할까지 해냈다.

광주는 달빛 동맹이기도 한 대구의 사례를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애초에 첫 단추부터 잘못 꿴 현 전용구장에 무리하게 세금을 투입하며 밑 빠진 독에 물을 붓기보다는 아예 구도심이나 외곽 지역에 부지를 확보해 새 전용구장을 제대로 짓는 게 현명한 선택이 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축구광’으로 잘 알려진 강기정 시장의 결단이다. 대구 역시 권영진 시장이 총대를 메고 축구 팬들에게 큰 선물을 안겼다. 강 시장의 통 큰 결단이 있다면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쾌적하게 야구를 즐기는 것처럼 새로운 광주축구전용구장에서도 축구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