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만 2년6개월째"… 이상한 광주지법 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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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검찰
"1심만 2년6개월째"… 이상한 광주지법 재판
사기·변호사법 위반 혐의
18번째 공판… 또 미뤄져
피해금 12억… 더 늘어나
법조인들도 “이례적 상황”
  • 입력 : 2023. 06.27(화) 18:09
  • 송민섭 기자 minsub.song@jnilbo.com
광주지방법원 전경.
사기·변호사법 위반 혐의 재판이 무려 3년째 이어지는 이상한 일이 광주지방법원에서 벌어지고 있다. 지역 법조인들도 “이례적인 일”이라며 주목하는 가운데 최근엔 18번째 공판마저 연기돼 1심 판결이 언제 나올지 기약이 없는 상황이다.

27일 지역 법조계에 따르면 광주지방검찰은 지난 2020년 12월 사기·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A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이후 만 30개월이 지났는데도 1심 선고는 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검사의 공소장에 따르면 A씨는 남구 주월동에서 추진되던 재개발 사업의 승인을 위해 공무원과 업무대행사의 임직원들에게 로비를 하기 위해 B씨 등 피해자들로부터 13억원 가량의 금전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주월 지역주택조합의 업무대행사를 운영하던 B씨는 주월동 재개발 사업 관련, 사업계획 심의 승인 등 인허가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이에 A씨는 광주시를 비롯한 지방자치단체, 시·구의회, 법조계 등 지역 내 고위 인사들과의 친분관계를 내세우면서 “주택건설사업의 인허가 업무를 해결할 수 있다”며 B씨에게 접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이후 2015년부터 2018년까지 로비와 공무원 승진 등의 명목으로 수십여차례에 걸쳐 13억 3845만원을 받아냈다.

검찰은 “A씨가 피해자로부터 돈을 받더라도 특정 공무원의 승진 청탁을 위해 사용할 계획이 없었고, 돈을 받아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할 생각이었다”며 기소했다.

큰 쟁점이 없어 신속한 판결이 예상됐지만 법원의 판단은 길어졌다. 2021년 2월 첫 공판이 시작된 이후 860일이 지나고 재판만 21번 진행됐지만, 아직 1심 선고 조차 나오지 않았다. 피고인 측에서 증인 신청이나 재판 절차 등에 대해 부동의 등을 많이 하면서 재판을 상당 부분 지연시킨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광주지법 형사10단독(나상아 판사) 심리로 지난달 열릴 예정이었던 공판 또한 증인 불출석의 이유로 기일이 변경돼 다음달 12일로 미뤄졌다.

이는 1심 선고까지 통상 200일 가량 걸리는 대다수 재판과 비교할 때 매우 이례적이다. 2022 사법연감에 따르면 2021년 기준 형사 1심 불구속 사건은 선고까지 평균 217일이 걸렸다. 구속사건은 138.3일로 더 짧다.

신속한 선고는 소송촉진법에도 명시돼 있다. 소송촉진법(제21조)에 따르면 형사사건은 ‘1심 기소 후 6개월 내에 선고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여러 규정에도 불구하고 유독 이 재판만 평균 소요 기일의 4배 이상 장기화되면서 지역 법조계에서는 많은 뒷말이 오가고 있다.

광주의 한 변호사는 “재판 장기화는 사법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법원이 의지를 갖고 사건을 빨리 처리해야 한다”면서 “단순 형사사건이 이렇게까지 오래 걸릴 일인지 되려 궁금하다”고 반문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항소심도 아니고 이렇게 오랫동안 1심을 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피고인 입장에서는 더 많은 증인을 세우는 등 적극적으로 방어를 하려고 하겠지만, 법원이 증인을 한번에 불러서 처리하는 등 속도를 낼 수 있는 방법은 여러가지 있다”며 “워낙 이례적인 상황이라 해당 재판이 길어질수록 세인들의 주목도는 되레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재판이 장기화되면서 10억원이 넘는 손해를 입은 피해자들의 고통도 커지고 있다.

주월 지역주택조합 업무대행사를 운영했던 B씨는 “검찰 조사까지 합하면 4,5년간 결론이 안났다. 피해액 이외에도 현금으로 가져간 돈도 2, 3억원 가량 된다”며 “용역비도 못 받고, 3년째 공탁금 회수도 못하고 있다. 일반인이 이렇게 장시간 재판을 받으면 재판 출석, 변호사비 등 삶이 피폐해진다”고 말했다.
송민섭 기자 minsub.so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