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서석대>웃음을 주는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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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
[전남일보]서석대>웃음을 주는 대통령
박성원 편집국장
  • 입력 : 2023. 06.28(수) 14:54
박성원 국장
얼마전 SBS의 ‘미운 우리 새끼’라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한 출연자의 방귀가 화제가 됐다. 개그맨 김준호가 살을 빼기 위해 점핑 다이어트를 하는데 쉴 새 없이 방귀를 뀌자 옆에 있던 동료가 악취와 소음 피해를 호소하는 장면이 나왔다. 스튜디오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던 어머니 출연자들의 박장대소가 눈길을 끌었다. 평소엔 손으로 입을 가리고 웃는 등 조신한 모습을 보이던 어머니들도 난데없는 방귀 공세 앞에서는 참을 수 없었던 모양이다.

방귀는 음식 섭취와 함께 들어간 공기가 장 속의 음식물이 발효되면서 생겨난 기체와 혼합돼 항문으로 나오는 것이다. 방귀에 들어있는 기체는 질소, 이산화탄소, 수소 등이며 암모니아, 황화수소 등 다양한 성분이 들어있다. 건강한 사람의 경우 하루 동안 대략 15~20회 정도 방귀를 배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방귀는 독재 정치로 절대 권력을 휘둘렀던 대통령을 비꼬는 풍자의 소재로도 많이 활용됐다. 이승만 대통령이 방귀를 뀌면 주위에 있는 장관들이 “시원하시겠습니다”라며 아부를 했고, 박정희 대통령이 방귀를 뀌면 2인자였던 김종필이 “국가보안상 없었던 일로 하겠습니다”고 보고했다는 것이 대표적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방귀를 뀌면’, 그 다음엔 어떤 풍자가 나올 지 상상해보다 쉽지 않겠다는 판단이 섰다. 수사기관이 대통령 비위를 맞추려고 비판적인 풍자를 한 사람을 처벌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서다. 한 고등학생이 윤석열 대통령 얼굴을 한 열차에 김건희 여사와 칼을 든 검사들이 탑승한 모습을 그린 풍자만화 ‘윤석열차’도 견디지 못한 정부이기 때문에 든 생각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해 경기도 부천시 소속 재단법인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 실시한 ‘전국학생만화공모전’에서 카툰 부문 금상(경기도지사상)을 받은 ‘윤석열차’에 대해 엄중 경고를 한 바 있다.

민주주의가 잘 정착된 나라에서는 대통령 등 정치인이 코미디, 개그 프로에서 웃음을 주는 소재로 자주 활용된다. 최고 권력자에 대한 정치 풍자가 거리낌 없이 이뤄진다는 것은 국민과의 거리가 그만큼 가깝다는 의미다. TV 코미디와 개그 등에서 대통령이 사라지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자신에 대한 풍자와 비판을 싫어하고 정색을 하기보단, 팍팍한 일상에 지친 국민들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웃음을 선사하는 대통령을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