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 데스크칼럼>‘새단장’ 무등경기장, 한국 미래 야구 육성장 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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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전남일보] 데스크칼럼>‘새단장’ 무등경기장, 한국 미래 야구 육성장 되길 바라며
최동환 문화체육부장
  • 입력 : 2023. 06.29(목) 17:30
최동환 부장
호남 야구의 메카인 광주 무등경기장이 지난 19일 새단장을 마치고 3년 6개월여 만에 다시 문을 열었다.

무등야구장은 1965년 광주에서 열린 제46회 전국체전을 대비해 축구장 , 실내수영장 등과 함께 지어졌다. 이후 아마 야구 등 각종대회를 치르다 1982년 프로야구가 출범하면서 해태 타이거즈(현 KIA타이거즈)의 홈 구장으로 사용됐다. 펜스 길이는 좌우 97m, 가운데 펜스 118m, 특히 가운데 펜스의 막음판은 가로 22m 높이 6.9m로 미국 보스턴의 펜웨이 파크에 있는 그린 몬스터에 비견되기도 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한국 프로야구 리그가 벌어지는 경기장 중에 가장 낙후된 야구장으로 꼽히는 오명을 뒤집어썼다. 2003년 7월20일 SK와이번스(현 SSG랜더스)와의 경기를 앞두고 야구장에 물방개가 외야 잔디에서 발견되는 사건이 벌어졌고, 배수시설이 열악해 미꾸라지가 서식한다는 우스갯소리가 나돌고 있을 정도로 운동장 사정이 최악이었다.

이후 2005년 천연잔디가 인조잔디로 교체됐지만 워낙 경기장이 낙후된 데다 인조잔디로 인해 선수 부상이 잦아 선수들의 무덤으로 불리기도 했다. 이 때문에 2012년 3월 다시 천연잔디구장으로 탈바꿈했다.

그리고 2013년 10월 4일 KIA타이거즈와 넥센히어로즈(현 키움히어로즈) 경기를 끝으로 프로야구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2014년부터 프로야구는 신축구장인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치러졌다.

이후 무등경기장은 아마추어와 생활체육 야구 대회 장소로 2019년까지 활용되다 시설 노후화 등의 문제로 2020년 4월 리모델링 공사에 들어갔고, 야구장과 공원이 어우러진 스포츠 테마공간으로 탈바꿈했다.

무등경기장은 광주시민에게 ‘한과 울분’을 폭발시키는 장소로 사랑받았다. 정치적인 한이 많았던 1980~90년대 광주시민은 무등경기장에서 열린 타이거즈 경기를 관전하면서 정치적 설움을 달래고 위안을 삼기도 했다. 경기장에서 ‘김대중’을 연호했고, 응원가로 ‘목포의 눈물’을 부르기도 했다.

1980년 5·18 민주화운동 당시에는 군부의 만행을 규탄하는 택시들의 경적시위 집결장소로 사용되기도 했다. 이로 인해 무등경기장 정문은 5·18 사적지(제18호)로 지정돼 있고, 이 시위는 오늘에 이르기까지 재연되고 있는 5·18의 대표 행사가 됐다.

무등경기장은 또 ‘타이거즈 왕조의 전설’이 만들어진 곳이다. 타이거즈는 무등야구장에서 정규시즌 1위 6차례, 한국시리즈 10번의 우승 기적을 일궈냈다. 그중 1987년 삼성과 맞붙은 한국시리즈에서 삼성 원정 2연승, 홈에서 2연승을 거둬 우승 트로피를 무등경기장을 찾은 홈팬들에게 선사했다. 80년 오월의 아픔을 겪고, 서러운 차별에 시달렸던 광주시민들에게 무등경기장은 유일하게 승리의 희열을 맛보게 해준 곳이었다.

무등경기장은 프로야구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지역 출신 레전드 선수들이 꿈을 키운 곳이기도 하다. 광주일고 출신인 선동열·김기태 전 KIA 감독을 비롯해 염경엽 LG 감독, 이강철 KT감독, ‘바람의 아들’이종범 LG코치, 이호준 LG코치, 전 메이저리거 서재응·최희섭 KIA코치 등이 무등경기장에서 성장했다.

총 사업비 489억원(시비 352억원·국비 137억원)이 투입된 리모델링을 통해 지난 19일 재개장된 무등경기장은 이제 아마추어 경기장으로 거듭났다. 야구장 주변으로는 조깅트랙과 체육공원, 산책로, 놀이터 등 각종 주민 쉼터가 조성됐으며 1037면의 주차장을 갖췄다.

프로야구선수를 꿈꾸는 많은 광주지역 야구 유망주들이 이날만을 몹시 기다렸다. 공사기간 동안 광주에 대체야구장이 없어 화순, 함평, 고창 등 타 지역으로 원정 경기를 다니면서 버스 대절비용 등 만만치 않은 경비가 들었기 때문이다. 새단장한 무등경기장이 이제는 선동열, 이종범처럼 야구 꿈나무들에게 성장의 발판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