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 서석대>먹방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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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일보] 서석대>먹방투어
박간재 전남취재부장
  • 입력 : 2023. 07.02(일) 14:59
박간재 전남취재부장
쓰레기는 늘 골칫거리다. 쓸 땐 좋지만 다 쓰면 귀찮은 존재다. 그동안 아무데나 버렸다. 강이나 바다, 산을 가리지 않았다. 유럽도 해양 쓰레기에 골머리를 앓았다. 그래서 나온 게 런던협약이다. 1972년 유럽 국가들이 폐기물 해양투기로 인한 해양오염 방지를 위해 협약을 맺었다.

그후 바다 생태계는 좋아졌을까. 해양오염은 더 심각해졌다. 회원국들이 다시 모였다. 1993년 11월 런던협약 당사국 회의에서 종전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에 적용된 해양투기 금지를 저준위 방사성 물질을 포함한 폐기물의 해양투기도 금지했다. 1996년 1월부터 산업폐기물 해양투기 금지까지 결의했다. 우리나라는 1992년 런던협약에 가입했으며 1994년부터 효력이 발효됐다.

하지만 세상은 늘 인간을 시험대에 오르게 한다. 코로나19라는 바이러스가 지난 3년간 온 세상을 헤집어 놓더니 이번엔 일본이 후쿠시마 원전 방사성 오염수를 바다에 흘려 보내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시험방류를 마치고 이 달부터 향후 30년간 쏟아붓는다고 한다. 염치없는 사람들이다.

일본과 맞닿은 우리나라는 압도적으로 반대를 할 줄 알았다. 이 역시 그렇지도 않다. 서남해안 어민과 소비자들은 반대 입장인 반면 정부와 여당은 피폭량은 미미하며 마셔도 된다고 호기를 부리고 있다. ‘괴담’이라며 말을 삼가라고 윽박지른다. ‘괴담’과 ‘과학’의 차이 를모르는 듯하다.

여당은 횟집과 참외농가를 돌며 먹방투어까지 선보이고 있다. 수산물 시장에 가서는 수조물을 떠 먹보며 “아무렇지도 않다” “더 짭짤하다”고 까지 했다.

“마셔도 괜찮고 먹어도 탈이 없다”는 그들의 말처럼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우럭을 초장에 찍어 먹어도 그가, 2세, 3세가 유전적 피해를 걱정하지 않는 그런 수산물이었으면 한다. 신안 소금부터 김, 전복, 미역, 젓갈 생산업자와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다 씻어줄테니 말이다.

“괜찮다”는 말 밖에 모르는 그들의 기대와는 다른 조사도 나왔다.

최근 독일 한 연구진이 후쿠시마 원전에서 방류된 방사성 오염수로 시뮬레이션을 해보니 미국 서부 해안은 물론 제주~동해안으로 확산되기까지 채 200일이 안 걸린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우리 어민은 물론 중국, 호주, 일본 후쿠시마현 어민들도 방류 반대를 외치는 이유다.

김영록 전남도지사도 지난 달 29일 민선8기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일본 오염수 방류 즉각 중단”과 “정부의 반대 입장 천명·강력 대처”를 촉구했다. 김 지사는 “전남도는 수산물 안전성 조사장비를 확충하고 친환경 어업확대, 일본산 수입품목 유통이력을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 한가롭게 먹방투어를 하는 동안 오염수 방류를 알리는 초침소리는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