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욱 부국장 |
정부 조사에서도 청년들의 고된 삶이 드러난다. 국무조정실에서 지난해 7~8월 만19~34세 청년 가구원을 포함해 전국 1만5000가구를 대상으로 ‘청년 삶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이 조사 결과에 따르면, 청년의 57.5%가 부모와 함께 사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67.7%는 독립할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고 답했고, 그 이유로 ‘경제적 여건을 갖추지 못해서’ 라는 응답이 56.6%로 가장 많았다.
이는 코로나 19를 겪은 전세계적 흐름이다. 미국에서는 18∼29세 자녀가 부모 집에서 사는 비율이 2020년 52%까지 치솟았다고 한다. 이탈리아에서도 18∼34세 가운데 64.3%가 부모와 살면서 ‘밤보초니(큰 아기)’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여기에 함께 사는 자녀를 위해 자녀 문제에 개입하는 ‘헬리콥터 맘’(과잉보호하는 엄마)이 직장에 나타나 업무 갈등을 중재하는 일까지 나서고 있다고 한다.
사상 최악의 청년실업률을 기록한 중국에선 ‘전업자녀’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대학 졸업후 직장이 없는 자녀가 집에서 식사와 청소, 간호 등을 하고, 부모에게서 월급을 받는 새로운 트렌드다. 이들은 부모집에서 살림을 하고, 매달 한화로 약 72만원~100만원을 받는다고 한다. 지난해 중국 도시근로자 월평균 임금 수준이 100만원이라고 하니, 적지않은 대가다. 전업자녀는 고학력 청년층이 증가하는데 반해, 고임금과 고숙련 일자리를 창출하지 못한 게 주원인이다. 청년들의 불만이 커지자, 중국 정부는 ‘귀촌·군 입대·노점상 창업’ 3종 세트를 구직난 해소 대책으로 내놨다. 저성장 사회, 경쟁은 더 극심해지면서 마땅히 해야 할 부모 돌봄마저 새로운 일자리가 되는 ‘웃픈’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