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서석대>‘아스파탐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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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
[전남일보]서석대>‘아스파탐의 비밀’
이용환 논설실장
  • 입력 : 2023. 07.06(목) 17:00
이용환 논설실장.
“믿을 수 없는 놀라운 발견이다.” 1908년 일본 도쿄 제국대학 이케다 박사가 실험 중 환호성을 질렀다. 다시마의 감칠맛을 분리하던 그는 이 맛의 비결이 글루탐산나트륨(MSG)이라는 것을 발견했다. 그의 예견대로 반응은 놀라웠다. MSG는 단 숨에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았고 천연 물질에 대한 사람들의 믿음도 절대적이었다. 하지만 영광은 오래 가지 않았다. MSG의 유해성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MSG 같은 ‘흥분독소’는 뇌를 자극해 결국 죽음에까지 이르게 한다.” 2013년 신경외과 의사 러셀 블레이록이 쓴 ‘죽음을 부르는 맛의 유혹’에 나오는 이야기다.

인공 감미료 아스파탐도 뇌를 공격하는 흥분독소 가운데 하나다. 아스파탐의 40%를 차지하는 아스파르트산이 MSG처럼 뉴런을 손상시키는 강력한 신경 독소라는 것이다. 성인과 고령층에 파킨슨병, 알츠하이머병, 루게릭병 등 신경 계통 희귀 질환을 일으키는 데 아스파탐 같은 흥분독소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증거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블레이록은 지금도 ‘이들 질병의 공통점은 흥분독소가 민감한 뇌세포를 서서히 파괴한다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MSG나 아스파탐 등 식품첨가물에 대한 안전성 논란은 오래됐다. 찬성하는 측은 ‘인체에 해롭다는 증거가 없다’고 강조한다. ‘독과 약은 양이 결정한다’는 것도 이들의 논리다. 허용량을 초과하지 않는 적정량의 섭취는 안전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반대 측은 ‘무해하다는 것을 무엇으로 증명할 수 있느냐’고 반문한다. ‘식품첨가물이야 말로 우리도 모르게 우리의 몸을 망치는 복병이면서 우리를 속여온 가짜음식’이라는 것이 이들의 믿음이다.

세계보건기구가 14일 아스파탐을 ‘암 유발 가능 물질’로 예고키로 하면서 아스파탐을 사용하는 식품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특히 막걸리 업계는 ‘하루 33병을 마셔야 허용량에 도달한다’며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역설적이지만 허용량을 제한하는 것은 안전하지 않다는 반증이다. 유해 여부를 떠나 단 맛도 못 내는 기술, 화학첨가물로 만든 막걸리가 제대로 된 막걸리일 수 없다. 1903년 라듐 발견으로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피에르 퀴리는 시상식에서 이렇게 물었다. ‘자연의 비밀을 캐내 제대로 활용할 수 있을 만큼 인류는 성숙한가’. 일본의 핵 오염수 방류부터 MSG와 아스파탐까지. 자연의 비밀을 캐내고 그 비밀을 활용할 만큼 과연 인류는 성숙한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