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박하선의 사진풍경93> 갈 곳을 잃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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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하선의 사진풍경
[전남일보]박하선의 사진풍경93> 갈 곳을 잃었나
박하선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 입력 : 2023. 07.20(목) 12:37
박하선
타클라마칸 사막 가장자리를 돌아 파미르를 향하고 있었다.

불같은 사막 속의 또 다른 오아시스를 찾아가는 여정이다.

예로부터 대상들이나 구법승들이 오가던 길이지만

정벌의 꿈을 안고 원정을 나선 고선지 장군도 이 길을 갔다.

또 혜초 스님도 천축국에서 넘어와 이 길을 지나면서

중국 사신을 만나 오언시를 남겼다.



그대는 서쪽 이역이 먼 것을 한탄하고

나는 동방으로 가는 길이 먼 것을 애달파한다.

길은 거칠고 산에는 눈이 쌓였으며

험한 골짜기에는 도적도 많다.

새도 놀라 뾰족 솟은 바위 끝에서 나르고

사람은 좁은 통나무 다리 건너기를 어려워한다.

평생 눈물 흘리는 일은 없었으나

오늘은 수없는 눈물을 흘리는구나.



그렇게 수많은 시간이 흘러오면서 많은 것들이 사라졌거나 변했겠지만

이 길에서만은 그때 그 모습인 듯 가도 가도 황량하기만 하다.

그 황량함 속에서 한 무리의 낙타를 만났다.

버려진 건지, 갈 곳을 잃은 건지 몰골이 말이 아니다.

파미르를 넘어 왔거나 타클라마칸 사막을 막 건너왔던

구도자들이 저런 모습이지 않았을까.

이 길에는 이름도, 흔적조차도 남기지 못하고 사라져 간

수많은 선지자들이 있었을 텐데......

법현전에 나오는 글귀가 생각난다.



‘언제 이 길을 갔는지 알 수 없는 해골만이 길을 인도하고 있다.’



일가 인 듯 보이는 저 낙타들에 마음이 계속 쓰였지만 어쩌지 못했다.

무엇을 위해 사막 어디쯤에서 건너왔는지는 모르지만

갈 곳을 잃어 보이는 그들의 측은한 모습에서

세상의 비정함이 묻어나는 가운데

해묵은 시간들이 나를 불러들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