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물단지 현수막, 매실수확 앞치마로 변신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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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복지
"애물단지 현수막, 매실수확 앞치마로 변신했죠"
광양기후환경네트워크 10년째 현수막 재활용 보급활동
시장가방 1500장 집중 배포
예초기 앞치마 개발 시험중
“활용품목확대 보상제 도입”
  • 입력 : 2023. 07.24(월) 10:17
  • 조진용 기자
광양기후환경네트워크가 보급한 매실수확용 앞치마. 광양기후환경네트워크 제공
도심미관 저해, 소각시 환경호르몬까지 배출하며 애물단지 신세인 현수막이 광양 지역 매실 농가들의 수확 편리성을 돕는 앞치마로 변신했다.

광양기후환경네트워크가 10년째 관내에서 발생된 현수막을 활용해 매실 수확용 앞치마로 제작 농가에 배포하고 있다.

최근에는 현수막을 활용한 시장가방을 시민들에게 배포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환경 관련전문가들은 민·관이 나서 현수막 활용 품목을 늘리고 현수막 공급이 원활하도록 현수막 수거 보상제를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현수막→매실수확 앞치마 탈바꿈

광양시 중마용소 1길 5 일원. ‘드르륵 드르륵’ 재봉틀 소리가 요란하게 들린다. 소리의 근원지를 찾아가 보니 헬스, 요가 등 광고문구가 얼룰덜룩 하게 쓰인 현수막이 한가득 쌓여있다.

광양기후환경네트워크 활동가들이 현수막을 활용해 매실 수확용 앞치마를 만들고 있다. 광양기후환경네트워크 제공
현수막을 제단해 재봉틀에 넣자 금세 앞치마가 완성됐다.

광양기후환경네트워크(상임대표 박병관)에서는 지난 2013년부터 현수막을 활용해 관내 매실농가에 수확용 앞치마를 보급하고 있다. 매년 3~5월 수확용 앞치마 500장을 제작해 무상 제공하고 있다.

현수막을 활용한 앞치마 보급으로 매실수확 농가 작업률 향상과 폐현수막 매립 소각량 감축으로 환경오염을 예방하는 효과를 내고 있다.

올해도 매실 수확용 앞치마 500장을 제작해 광양농업기술센터를 통해 농가 보급을 마쳤다.

현수막을 활용한 앞치마는 광양시와 옥외 광고사를 통해 수급받아 제작되고 있다.

전회영 광양기후환경네트워크 사무국장은 “매실을 수확해 담는 용도로 쓰이기 때문에 위생청결을 최우선해야 한다. 실외에서 장시간 노출된 현수막을 사용하지 않고 실내에서 사용한 현수막만을 선별해 앞치마로 제작하고 있다”며 “광양시의 회의, 토론 등 실내 행사시 사용된 현수막 외 부족한 분량은 옥외 광고사와 협약을 맺어 수급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치마를 보급받은 농가들은 편리성을 강조하며 지속적으로 앞치마가 제작·전달되기를 염원하고 있다.

광양시 진월면 진목마을에서 매실농사를 짓고 있는 김귀식(74)씨는 “매실을 기계로 수확하는게 불가능하다. 사람이 과일 상자를 끌고 다니며 직접 매실 한알 한알을 따야 한다”며 “매실 수확용 앞치마는 앞주머니에 딴 매실을 넣어 모여진 매실을 박스에 털어 넣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노동력 절감효과가 있다. 지속적으로 앞치마가 제작돼 농가에 제공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현수막 시장가방으로 활용도

매실은 매년 5~6월 말까지 수확이 이뤄진다. 매실 수확시기가 끝남에 따라 광양기후환경네트워크는 현수막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해 시장가방 제작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전 사무국장은 “5~6월 말까지 이뤄지는 매실 수확철에 발맞춰 현수막을 재활용한 앞치마 제작·보급이 끝난 상태다. 매실 수확용 앞치마에 이어 시민들이 일상생활에서 현수막을 재활용한 용품을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한 끝에 현수막을 재활용한 시장가방 제작에 돌입하게 됐다 ”며 “7월 기준 1500장이 완성됐고 진상·옥곡·중마 시장 등에서 시민들에게 나눠주고 있다”고 밝혔다.

평소 광양기후환경네트워크는 자원순환 실현과 비산업 부분 온실가스 감축·탄소중립 실천을 위한 시민 동참을 유도하고 있다.

광양기후환경네트워크가 현수막을 활용한 매실수확앞치마와 시장가방 제작에 주력하고 있는 이유는 시민들에게 재활용 의식을 심어주기 위해서다.

전 사무국장은 “2013년 저탄소생활실천 전국대회에서 우수상을 수상, 포상금으로 재봉틀을 구매했다. 현수막 소각 최소화와 재활용을 위해 활동가 30명이 합심해 매실수확앞치마 제작에 매진해 왔다”며 “현수막도 재활용하면 일상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시민들이 인지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해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수막 재활용화 지속

광양기후환경네트워크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민·관 협력을 통해 비산업부분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등 저탄소
현수막 4겹을 압축해 만들어진 예초기 앞치마. 광양기후환경네트워크 제공
녹색사회 실현을 위한 기구다. 시민과 함께하는 탄소중립 실천 도시를 구축하기 위해 광양지역 40개 시민사회단체, 기업 등 자발적인 참여로 2009년 출범했다.

폐현수막 재활용, 자원순환 상성환경교실, 탄소중립실천 홍보캠페인 등을 펼치고 있다.

광양기후환경네트워크는 현수막 소각을 줄이고 재활용률을 높일 수 있는 방안들을 발굴하는데 집중할 계획이다.

박병관 광양기후환경네트워크 상임대표는 “농가들의 예초기 작업시 보호 역할을 하는 예초기 앞치마를 개발 완료했다. 예초기 앞치마는 현수막 4겹을 압축해 만들어 예초 작업자의 허벅지, 정강이 등을 보호할 수 있도록 했다”며 “일상생활에서 쉽게 쓸 수 있는 재활용품 수거 마대자루 등 현수막을 활용한 용품들을 지속 개발·보급하는데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환경전문가들은 현수막 활용을 놓고 민·관이 머리를 맞대 활용품목을 늘리고 상용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허승희 녹색소비자연대 소장은 “타지자체의 경우 현수막으로 모래주머니, 낙엽 봉투 등 활용품목이 다양하다”며 “현수막을 활용한 품목을 발굴해 시민들에게 선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현수막 수거 가산점 혜택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태희 자원순환사회연대 국장은 “소주·맥주병 빈병 보조금제, 재활용품 유가보상제와 마찬가지로 현수막을 수거해 활용하는 기관에 제출시 소정의 지역상품권 교환 등 현수막을 장려할 수 있는 문화·제도 시행도 고민해 바야 할 때”라고 밝혔다.

광양기후환경네트워크가 현수막을 활용한 매실 수확 앞치마를 제작·보급한데 이어 시장가방을 제작해 시민들에게 무상 제공하고 있다. 광양기후환경네트워크 제공
조진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