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도 안끝났는데”… 막심한 작물피해 ‘농가 시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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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도 안끝났는데”… 막심한 작물피해 ‘농가 시름’
집중호우로 피해 면적 3200㏊
청상추·적상추 등 도매가격 ↑
작년 ‘농산물 파동’ 재현 우려
전남도 “피해 복구 지원 최선”
  • 입력 : 2023. 07.24(월) 16:20
  • 김은지 기자 eunji.kim@jnilbo.com
복숭아낙과 (4)
7월 초부터 남부지역에 집중된 극한 호우로 전남 도내 농작물 피해가 극심해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이번 피해로 출하를 앞둔 농작물이 폐기돼 하반기 농산물 수급에도 적신호가 떴다.

24일 전남농협본부에 따르면 전남도내 총 농업피해 면적은 3200여㏊로 조사됐다. 침수, 유실·매몰 그리고 낙과까지 하면 그 피해규모가 더욱 큰 상황이다.

한해 농사를 망친 농민들은 거센 빗줄기를 못견디고 축 쳐진 과수들을 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화순군 능주면에서 복숭아 농사를 짓고 있는 박모(59)씨는 “갈수록 오르는 인건비와 비료값만 감당하기에도 힘든 상황인데 이렇게 1년 공들인 농사까지 망쳐버리니 그저 속만 탄다”며 “지난주까지만 해도 열매가 영글어서 이달 내로 출하를 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하루아침에 다 떨어져버렸으니 이걸 어떻게 해결해야하나 막막하다”고 말했다.

본격적인 출하를 앞둔 복숭아의 경우 많은 비로 인한 낙과 피해뿐만이 아닌 방제 및 수확 작업이 모두 중단돼 출하물량 부족, 상품성 저하 등 추가 피해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모내기를 마친 벼농사를 짓는 농민들도 난감한 상황이다. 7월 초 쏟아진 집중호우 당시 입은 피해를 복구하기도 전에 다시 큰 비가 내린 탓에 또 다시 논에 물이 잠겼기 때문이다.

해남군에서 벼농사를 짓는 김학연(57)씨는 “벼농사야 다른 농사에 비해 가물기보다 물이 많은게 좋은 편임에도 불구하고 올해는 아니라고 본다. 과해도 너무 과하다”며 “지난달 말 모내기를 마쳤었는데 그 다음주에 바로 폭우가 쏟아져 논이 물에 다 잠겼었다. 이제 겨우 복구를 다해가는데 다시 쏟아진 비에 또 이 난리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장마는 아직 끝나지도 않았다는데 앞으로 비가 더오면 가을에 수확이나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이번 장마로 인한 농산물 생산량 감소로 고물가가 형성, 장바구니 물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 여름 폭염과 폭우 등으로 배추 생산량이 감소한데다 9월 초 태풍 ‘힌남노’가 상륙하며 배추 도매가격이 치솟은 바 있기 때문이다.

채소 가격은 벌써부터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24일 기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등록된 청상추 도매가격은 4㎏당 9만360원으로 전날 6만4680원 대비 39.7% 급등했다. 적상추 역시 4㎏당 도매가격이 8만520원으로 전날 6만6460원보다 25.7% 상승했다.

청상추와 적상추 가격은 1개월 전 각각 1만9052원, 1만8700원과 비교하면 4배가량 뛰었다. 최근 호우로 인한 농지 피해로 공급이 줄어든 영향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달 말과 오는 8월에도 큰 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가 장마 이후 폭염과 태풍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 농산물의 추가 피해가 예상된다고 내다보고 있다.

정부는 농가의 호우 피해에 즉각 대응하는 모습이다. 농식품부는 이번 주부터 전국 주요 피해지역을 중심으로 일손돕기를 집중 추진할 계획이다. 집중호우로 인해 침수된 농지는 대부분 퇴수가 완료돼 응급복구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여름휴가 시기가 도래하면서 응급복구에 필요한 인력수급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아 사전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전남도도 올해 상반기 이상기온으로 발생한 저온과 집중호우 등으로 피해가 발생한 농가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농작물 재해보험금 130억원을 지급했다.

이밖에 잦은 비로 파종 시기를 놓친 콩 재배농가를 위해 재배작목 변경 인정, 전략작물 직불금 제도 개선, 농작물 재해보험 가입 기간을 8월18일까지 연장해 줄 것을 정부에 건의했다.

전남도 관계자는 “한동안 장마가 지속될 것으로 보여지는 만큼 추가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비하고 수급상황을 주시할 계획이다”며 “피해를 입은 농가에는 빠른 시일 내 영농을 재개할 수 있도록 피해복구와 인력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은지 기자 eunji.kim@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