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생활지도 했는데 아동학대 고발”… 경찰 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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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도교육청
“학생 생활지도 했는데 아동학대 고발”… 경찰 수사
고흥서 여중생에 “바지 짧다” 지적
학부모 “체벌·욕설 일삼아 고통”
교사 “인격 모독·자존감 떨어져”
지원청 “매뉴얼대로 분리 조치”
전교조 “교권침해 재발 방지” 촉구
  • 입력 : 2023. 07.27(목) 18:13
  • 양가람 기자 lotus@jnilbo.com
27일 오전 전남도교육청 청사 앞에 마련된 서이초 교사 추모공간에서 전남지역 교사들이 헌화 등 애도하고 있다. 양가람 기자
27일 오전 전남도교육청 앞에서 전교조 전남지부가 서이초 교사 비극 재발 방지 대책을 촉구하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은 신왕식 지부장이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는 모습. 양가람 기자
27일 오전 전교조 전남지부 관계자가 김정희 전남교육청 정책국장에게 현장교사들의 요구사항을 전달했다. 양가람 기자
최근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민원 스트레스 등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 가운데, 고흥에서도 학생생활지도 업무를 맡은 교사가 학부모로부터 아동학대 고발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교육단체는 아동학대 피소에 대한 교육청 차원의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27일 전남도교육청에 따르면, 최근 고흥의 모 중학교에서 학생이 교사로부터 아동학대를 당했다는 신고가 접수돼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지난달 학생생활지도를 담당하는 교사 A씨는 학생 B양에게 ‘바지가 너무 짧다’고 지적했다가 되레 ‘왜 이런 걸 단속하느냐’는 말을 들었다. 이에 A씨는 B양의 아버지 C씨에게 전화를 했지만 “(교복 자율화 학교에서) 왜 단속을 하는 거냐? 규정이 있느냐”는 답변을 받았다.

며칠 후 C씨는 A씨를 아동학대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B양이 ‘다른 선생님들이 보는 데서 복장을 지적받아 수치심이 들었다’며 A씨로부터 정서적 학대를 당했다고 주장한 게 이유였다. C씨는 진정성 있는 사과를 요구하며 학교 측에 A씨의 휴직까지 건의했다.

본보와의 통화에서 C씨는 “해당 학교는 다문화나 결손가정 등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이 많은데, 딸이 소규모 학교 진학을 희망해서 일부러 이곳으로 전학을 왔던 것”이라며 “A씨가 딸 뿐 아니라 다른 학생들에게도 상습적인 체벌과 욕설을 일삼았다고 한다. 이런 사람이 어려운 학생들을 어떻게 생활지도 한다는 것인지 의문이다. 딸이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며 상담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 개학 전까지 진정성 있는 사과가 없다면, 소 취하는 어렵다. 분리조치를 위해 A씨가 학교를 떠나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반면 A씨는 정당한 교육활동의 일환이었다며, 아동학대 혐의에 대해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A씨는 “생활부장으로서 복장과 관련해 품행이 단정하지 못한 것을 지적했을 뿐”이라며 “그런데 아동학대로 고발당한 것도 모자라 학부모로부터 인격적 모독까지 받았다. 교사로서 자존감이 바닥을 쳤고, 우울감이 심해 정신과 진료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교육청 관계자로부터 병가·휴직이나 타 학교로의 이동을 권유받기도 했다”며 “제대로 된 중재는커녕 교권 보호조차 받지 못하고 있는데, 최근 이슈가 되는 서이초 교사의 마음이 어땠을까 이해가 돼 몹시 마음이 아프다”고 토로했다.

교육청은 해당 사안과 관련해 안타깝지만 매뉴얼대로 처리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고흥교육지원청 관계자는 “교사와 학생 간 아동학대 사안이 발생했을 때, 가해자인 교사의 직위해제 등 행정처분은 ‘경찰 수사 중이면서 동시에 업무에 현저한 지장을 준다’고 판단될 경우 최종적으로 교육장이 내린다”며 “다만 이번 사안은 ‘업무에 현저한 지장을 준다’는 판단에 대해 교육청 관계자들의 의견이 합치되지 않았다. 교사 입장에서도 억울한 점이 분명 많지만, 가해자로 지목된 이상 분리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는 매뉴얼에 따를 수밖에 없다. 현재는 경찰 수사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날 전교조 전남지부는 도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아동학대 피소 대응 등 교권침해 재발 방지책 마련을 촉구했다.

신왕식 전교조 전남지부장은 “교육적 의도로 행해지는 학생 지도 과정에서 교사들이 아동학대로 무분별하게 피소당하는 사례가 많다”며 “또 현재는 학교장 판단으로 분리조치가 이뤄지는데, 대부분 민원 무마 차원에서 교사의 일방적 사과 요구나 휴직 권고가 이뤄지고 있다. 일부 무조건적 분리조치 요구에 따라 학생들의 교육권도 위협받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도교육청은 교육지원청 및 아동복지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공식적 절차나 기구를 통해 분리조치 관련 세부 지침을 마련해 학교장이 분리조치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교육부와 국회도 아동복지법, 아동학대처벌법 등 법률 개정을 통해 사안의 판단 및 적용 과정에서 교육과 아동보호의 영역을 구분 지어 조화를 이뤄 나가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가람 기자 lotus@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