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김홍탁의 ‘인사이트’>월드코인과 홍채인식, 기본소득의 시스템을 구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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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일칼럼
[전남일보]김홍탁의 ‘인사이트’>월드코인과 홍채인식, 기본소득의 시스템을 구축하다
김홍탁 총괄콘텐츠디렉터
  • 입력 : 2023. 08.02(수) 12:31
김홍탁 총괄콘텐츠디렉터
챗지피티(ChatGPT)로 광풍을 몰고온 오픈에이아이(Open AI)의 CEO 샘 올트먼(Sam Altman)이 지난 6월 한국을 방문했다. 우리가 일상에서 AI의 위력을 느끼게 되는 경우가 많지만, 챗지피티야 말로 신세계를 경험케 했다. 질문을 받은 후 뜸들이지 않고 바로 답을 적어내는 신동 AI에 넋을 잃고 말았다. 그의 이번 방문 목적은 챗지피티 홍보에 있었지만, 나는 그가 제시한 기본소득 플랫폼에 또 한 번 넋을 잃었다. 샘 올트먼이 기본소득에 새롭게 관심을 가진 것은 아니다. 그가 스타트업을 업시키는 산실이었던 와이 컴비네이터(Y Combinator)의 회장(그가 회장이 되었을 때 29세였다)일 때부터 그는 기본소득에 관심이 많았다. 자신의 사재 1000만 달러를 기부해 오클랜드에서 기본소득에 대한 실험을 한 바 있다. 분명한 목적(purpose)을 가진 삶을 살아가는 차세대 리더다. 그가 기본소득이 반드시 필요하고, 이를 위해 기본소득을 실행할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그는 2021년 3월 ‘모든 것을 위한 무어의 법칙(Moors’s Law for Everything)’이란 장문의 글을 통해 이 세상이 혁명적으로 바뀔 것임을 주장했다. 우선 인공지능이 인간지능을 완전히 앞서는 특이점이 5년 내에 올거라고 예상했다. 정설로 여겨졌던 레이 커즈와일(Raymond Kurzweil)의 2045년을 훨씬 앞당긴 시점이다. 지금의 AI 발전 속도로 본다면, 실현 가능한 예측이다. 또한 그는 AI를 활용해 엄청난 부가 축적될 것이라 예상했다. AI가 인간이 할 일을 훨씬 효율적으로 해내니 당연히 생산성이 높아질 수 밖에 없다. AI에게는 봉급을 줄 필요가 없다. 게다가 AI는 24시간 식음을 전폐하고 일한다. 강력한 AI가 노동력(workforce)를 무한대로 공급하기 때문에 생산비가 줄어들면서 이윤이 급격하게 늘어난다. 반도체 산업에서 회자되는 무어의 법칙이 의료, 교육, 건축 등의 일상에도 적용이 된다는 사실은 특히 주목할 만하다. 수 십 년 동안 반도체는 같은 가격임에도 2년 마다 2배씩 처리 속도와 용량이 커졌다. 그 결과 지난 20년 동안 미국의 TV, 컴퓨터, 그리고 각종 오락거리의 가격은 떨어졌다. 반면 다른 제품이나 서비스 가격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올랐다. 집값, 의료비, 교육비가 대표적인데, AI혁명이 일어나면 일상의 모든 것, 즉 주택, 교육, 식품, 의료 등이 2년 마다 가격이 절반으로 떨어지는 세상을 맞이할 것이란 예상이다. 공급망의 각 단계에서 노동 비용이 떨어지기 때문에 AI는 제품과 서비스 가격을 낮출 것이기 때문이다. 같은 돈으로 2배의 물건을 살 수 있다면 부는 2년 마다 2배 씩 늘어나는 셈이라고 올트먼은 말한다. 그가 주창한 ‘모든 것을 위한 무어의 법칙’이 SF 속 유토피아가 아닌 곧 현실이 되는 셈이다. 샘 올트먼은 이처럼 인공지능을 통해 만들어지는 경제적 가치를 재분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그 재분배의 핵심은 기본소득이다. 인공지능이 인류의 역사를 바꿀 시기가 곧 올 것이다. 의미있는 것은 모두가, 심지어 전문가조차도 AI가 인간의 일자리를 뺏을거라는 디스토피아적인 투덜거림만 쏟아놓을 때 올트먼은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미 그 대안인 기본소득이 구동될 수 있는 기술적 플랫폼을 내놓았다. 그가 제시한 기술의 핵심은 두 가지다. 월드코인이라는 블록체인과 홍채인식이다. 한 마디로 AI가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하게 되면서 생길 손실을 월드코인으로 메꾼다는 전략이다. 이 때 암호화 화폐인 월드코인이 기본소득의 핵심이 된다. 월드코인은 얼마전 7월25일 이미 상장을 마쳤다. 계획대로 하나씩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홍채인식이 필요한 이유는 기본소득의 혜택을 받게될 사람들의 신원을 정확히 판별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문은 실리콘으로 복제가 가능하며, 안면인식 기술은 쌍둥이는 구분 못하는 수준이다. 홍채인식은 안면인식보다 1만배 더 정확하게 신원을 식별할 수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왜 정확한 신원 파악이 중요할까. 정부가 기본소득을 지급하려면 사람들이 은행계좌가 있는지의 여부와 신원을 확인해야 한다. 개발도상국에서는 출생신고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고 아예 은행계좌가 없는 경우도 많다. 2020년 기준 전세계 인구의 31%가 은행 계좌가 없다고 한다. 암호화화폐는 스마트폰만 있으면 지급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이같은 우려를 할 필요가 없다. 더욱이 인공지능의 정교함으로 대상이 사람인지 AI인지 판단하기가 매우 어려워졌다. 정교해진 챗봇과 대화할 때 그가 인간인지의 여부를 식별하는 것은 점점 어려워 질 것이기에 이를 걸러내는 작업도 필요하다. 이미 홍채인식 기계 오브(orb)를 통해 2023년 6월 현재 전세계 185만명이 홍채인식을 했다고 한다. 이렇게 노동에서 해방되고 삶의 새로운 가치를 찾게 되는 사람들은 ‘새로운 자본주의’의 세상을 살게 되는 것이다. 그 새로운 자본주의의 핵심은 올트먼이 말한 ‘모두를 위한 자본주의’다.

불과 15년 전만 해도 스마트폰이 없었다. 그러나 스마트폰이 도입된 이후 15년 동안 우리의 일상은 혁명적 변화를 겪었다. AI가 가져올 혁명은 이보다 더 혁명적일 것이다. 그 누구보다 이런 변화의 양상을 예리하게 감지하고 있을 올트먼은 미래인이다. 그는 와이컴비네이터를 거쳐 오픈에이아이(Open AI)의 챗지피티로 방향을 튼 후 월드코인으로 기본소득 시스템을 준비하고 있다. 일론머스크의 페이팔-테슬라-스페이스X-뉴럴링크로 이어지는 변화만큼 무쌍하다. 그러나 이들에겐 공통점이 있다. 눈 앞의 이득을 위해 재능과 비전을 쏟아붓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대비한다는 점이다. 이들의 비전은 언뜻 무모해 보이기도 하지만 그 무모함엔 정교한 로직이 있다. 올트먼을 헐뜯는 자들도 많다. 그들은 홍채인식의 위험성을 부각한다. 생체 데이터가 유출될 경우 전화번호나 카드번호와 같은 정보 유출보다 그 위험성이 훨씬 클 거라는 것이다. 그 부분을 간과해서 블록체인을 디자인했겠는가. 결국 뒷북치는 인간들이 부러움을 표출하는 것일 뿐이다. AI가 새로운 자본주의 세상을 기획하고 있다. 그저 놀랍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