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서석대>섣부른 팁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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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
[전남일보]서석대>섣부른 팁 문화
최권범 경제부장 겸 뉴스콘텐츠부장
  • 입력 : 2023. 08.06(일) 14:15
최권범 부장
최근 미국에서 스타벅스의 ‘바리스타에게 팁(Tip) 주기’가 논란이 됐다. 예전엔 매장 계산대에 팁을 담는 박스 등을 두고, 원하는 손님들에 한해 1달러 정도의 팁을 받아왔는데, 매장은 물론 모바일로 주문할 때 결제 화면에서 팁 금액을 선택하도록 정책을 바꾼 것이다. 팁 문화가 발달한 미국이지만 소비자들은 선택이 아닌 강요라며 강한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팁은 음식점이나 호텔 등에서 서비스를 제공해 준 직원에게 감사의 표현으로 소정의 돈을 주는 문화다. 팁의 어원은 여러가지 설이 있는데 ‘신속함을 보장하기 위해’로 해석되는 ‘To Insure Promptness’의 첫 글자들을 따왔다는 설이 유력하다.

팁 문화의 유래 역시 명확하지는 않지만 16~17세기경 유럽에서 시작된 것으로 전해진다. 유럽 상류층인 귀족들이 하인에게 호의를 베풀던 관습이 미국으로 건너갔고 남북전쟁 이후 널리 확산됐다고 한다. 흑인들이 노예 해방과 함께 서비스업에 종사하게 됐는데 이들에게 낮은 임금을 주는 대신 팁을 받을 수 있게 하면서다. 이처럼 서양에서의 팁 문화 역사는 깊지만 한국 사회에서는 아직 낯설다. 고급 한정식집이나 횟집에서 종업원에게 “(서비스)잘 부탁한다”며 1만원짜리 지폐를 건네기도 하지만 팁이라기 보다는 ‘정’의 의미가 더 강하다.

그런데 최근 난데없이 택시업계에서 팁을 둘러싼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국내 최대 모빌리티 플랫폼인 카카오T가 택시 서비스 개선을 유도한다며 기사에게 ‘감사 팁’을 주는 서비스를 운영한 것이다. 택시 호출 서비스에 만족한 고객이 기사에 별점 5점을 남기면 1000원에서 2000원까지 팁을 줄 수 있는 결제 창이 뜨는 형태인데, 이를 접한 대부분의 이용자는 뜬금없다는 반응이다. 기본요금 인상에도 택시 서비스 질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상황에서 팁에 대한 반감이 큰데다 우리 사회에서는 전통적으로 팁 문화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각종 물가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서민들의 경제 여건과도 맞지 않다. 일찌감치 일상 속 문화로 자리 잡은 미국 사회에서조차 팁에 대한 불만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카카오T의 팁 주기는 우리 정서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섣부른 도입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