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사회로 나가요” 노숙인에 손길 건넨 대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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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함께 사회로 나가요” 노숙인에 손길 건넨 대학생들
● 광주다시서기센터 4기 서포터즈
기존 홍보 활동 벗어나 직접 현장
쪽방·노숙인 도시락 배달·상담 등
“부정적 인식개선 등 방법 구축”
  • 입력 : 2023. 08.17(목) 17:47
  • 강주비 기자 jubi.kang@jnilbo.com
지난 1일 광주 북구 오치동 한 공원에서 광주다시서기종합지원센터 사회복지사와 다대sup! 서포터즈 회원인 대학생 곽서원씨가 한 노숙인에게 음식 꾸러미를 전달하며 안부를 묻고 있다. 강주비 기자
“보이지 않을 뿐 광주에도 곳곳에 노숙인들이 많아요. 더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어요.”

편견과 선입견 속에 갇힌 노숙인들에게 지역 대학생들이 직접 손을 내밀었다.

광주다시서기종합지원센터 서포터즈 ‘다대sup!’ 4기 회원들의 이야기다.

학생들은 폭염 기간 거리 노숙인·쪽방 등을 직접 찾아 지원·상담하며, 이들과 ‘함께’ 사회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

최근 광주 북구 오치동 한 공원. 뜨거운 열기에 숨이 턱 막히고 피부가 따가울 정도였던 여름 한낮, A씨는 공원 정자에 몸을 축 늘어뜨린 채 혼자 힘없이 누워있었다.

그의 바로 옆에는 악취를 풍기는 커다란 쓰레기봉투가 덩그러니 놓여있었고, 정자에 널브러진 낡은 이불은 여름에 사용하기엔 매우 두꺼워 보였다. 그 위에 모로 누운 A씨는 더위에 기력을 잃은 듯 눈을 감고 ‘쌕쌕’ 숨만 몰아쉬었다.

A씨는 수년 전부터 이곳 정자를 ‘집’ 삼아 생활해 온 거리 노숙인이다. 몹시 덥거나 추운 날에는 잠시 쉼터에 가서 몸을 눕히지만, 결국 가장 마음 편한 이곳으로 다시 돌아온다.

그동안 A씨의 말동무는 광주다시서기종합센터 사회복지사들뿐이었다. 현장보호 활동을 나온 사회복지사들이 음식 꾸러미를 건네며 안부를 묻는 짧은 시간이 A씨가 입을 여는 유일한 순간이다.

그런데 최근 그에게 말을 거는 사람이 한 명 더 늘었다. 대학생 곽서원씨다. 곽씨는 지난 5월부터 센터 서포터즈 ‘다대sup!’ 활동을 통해 현장보호에 같이 나서고 있다.

본래 서포터즈는 센터를 ‘홍보’하는 역할로 SNS 등에 홍보 게시물을 올리는 것을 주요 활동으로 한다. 이들이 직접 노숙인 등을 상대하는 일을 하는 경우는 이전까지 없었다.

기존의 관례를 뒤집고 다대sup! 서포터즈들은 자발적으로 현장에 나섰다. ‘우리가 돕고자 하는 사람들을 가까이서 마주해 보자’는 마음에서다. 학생들은 돌아가며 활동에 참여한다. 이날은 곽씨가 현장보호 활동에 나왔다.

A씨는 사회복지사와 곽씨가 다가오자 힘들게 몸을 일으켰다. A씨는 곽씨의 얼굴을 보고 ‘누구냐’는 듯 고개를 갸우뚱하다 사회복지사가 ‘대학생 봉사자’라고 하자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곽씨는 A씨를 향해 밝게 웃으며 음식을 담은 봉투를 내밀었다. A씨는 “정말 고맙다. 학생들이 봉사활동도 하고 참 착하다”며 연신 감사 인사를 했다.

곽씨는 “몇 번 봐도 잘 기억하지 못하는 분들이 많다. 센터 관계자분들도 1~2년 꾸준히 다녀야 대화를 할 수 있다고 한다”며 “아직 이분들의 마음의 문을 열지는 못했지만, 언젠가 같이 웃으면서 길게 이야기할 수 있는 날이 오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일 광주 북구 한 공원에서 광주다시서기종합지원센터 사회복지사와 다대sup 서포터즈 회원인 대학생 곽서원씨가 한 노숙인의 자전거에 음식 꾸러미를 넣어두고 있다. 강주비 기자
이날 현장보호에 참여한 곽씨를 포함 다대sup! 서포터즈 4기 회원은 총 4명이다. 이들은 지난 5월부터 센터 홍보 및 인식개선 캠페인을 비롯해 현장보호 활동, 도시락 배달, 자활상담 등에 참여하며 노숙인 등 취약계층을 그 누구보다 가까이서 살피고 있다.

평범한 대학생이었던 이들은 활동 이후 큰 변화를 겪었다고 말했다. 노숙인에 대한 ‘색안경’을 벗고, 이들을 미래에 함께해야 할 온전한 사회 구성원의 하나로서 여기게 된 것이다.

곽씨는 “보통 노숙인이라고 하면 자신의 삶을 변화시킬 의지가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도시락 배달이나 현장 보호 활동에 참여하면서 모든 노숙인이 그렇지만은 않다는 걸 깨닫게 됐다”며 “나부터 인식을 개선해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리를 떠돌거나 쪽방처럼 열악한 환경에서 생활하는 노숙인들을 위해 다양한 사업들이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많은 사람이 알게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포터즈 회원 허정은씨 역시 “활동하기 전까지는 노숙인을 볼 때마다 ‘지저분하다’, ‘불쌍하다’, ‘집이 없다’ 등 부정적인 인식이 강했다”며 “하지만 지금은 그분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구축해야겠다고 다짐하고 있다”고 전했다.

4기의 공식 활동 기간은 지난 6월까지지만, 회원들은 여전히 개인적으로 활동에 계속 참여하고 있다. 센터는 이들의 의지를 높게 보고 “하반기에도 함께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회원 염세빈씨는 “쪽방·거리 등에 사는 분들의 표정은 밝았고, 자활 사업에도 적극 참여하시면서 꿈과 희망을 잃지 않고 사는 모습이었다. 그들과 앞으로도 계속 소통하며 그들의 꿈과 희망을 응원하고 같이 사회로 나아가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강주비 기자 jubi.kang@jnilbo.com